[08/9월/현장의 목소리]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 1년을 되돌아보다

일터기사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 1년을 되돌아보다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김지환

2007년 GM대우차 부평공장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절규로 가득했다. 하청업체 DYT 여성노동자들의 일방적인 외주화에 맞선 투쟁을 시작으로 하청업체 스피드파워월드, 진합OSS, 욱산기업 등에서도 연이어 억눌려왔던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저항이 시작된 것이다. 당장 GM대우자동차 자본에 의한 상시적 인원 축소와 외주화 등 구조조정, 전근대적인 노무관리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비정규직문제에 대해 그들 스스로가 인간선언을 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2007년 9월 2일, GM대우 부평공장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전국금속노동조합에 가입하고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지회)를 설립, 전면전인 투쟁에 나설 것을 다짐하였다.

비정규직지회 1년, 가시밭길을 걷는 듯한 하루하루의 연속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에 나서면 자본과 정권은 예외 없이 대대적인 탄압을 자행하였다. 이러한 탄압을 뚫고 전진해온 것이 우리 노동자 투쟁의 역사다. 그럼에도 최근 비정규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자본과 정권의 탄압은, 지금까지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를 허물고 역사의 시계를 되돌려놓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폭압적이고 전근대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역시 비정규직지회를 설립하면서 다른 사업장에서 보였던 이러한 탄압을 예상하였고, 어느 정도 각오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GM대우차 자본의 탄압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을 넘어서는 수위로 빠르게 자행되었다. 처음으로 지회설립을 알리는 공장 내 선전활동에서부터 GM대우차 자본은 원하청 관리자들을 동원하여 폭력으로 짓밟았다. 이후 일상적인 선전활동에 대한 폭력탄압은 계속 이어졌다. 무자비한 폭력에도 조합원들이 위축되지 않고 조합활동을 이어갔고, 조합원 가입이 이어지자, 바로 조합원에 대한 무차별 해고가 시작되었다. 징계해고, 정리해고, 업체 계약해지라는 다양한 이유를 들었지만, 결국 비정규직지회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조합원 표적 해고였다. 이렇게 해고된 조합원이 지회 설립 한달 만에 35명에 다다랐다.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당연히 응해야 하는 금속노조 단체교섭 요구를 지금까지 30차례나 묵살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정규직지회와는 공식-비공식을 막론한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행태를 보였다. GM대우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이렇게 철저히 유린당하였다.

결국 해고된 조합원들은 당장 생계위협은 물론이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해고자 생활에 나서야 했다. 현장에 남아있는 조합원들도 사측의 끊임없는 조합탈퇴 강요, 해고위협을 견뎌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조합원이 조합을 탈퇴하는 아픔을 겪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더욱 투쟁을 멈출 수 없었다. 정상적인 조합활동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비정규직 투쟁사업장이 그랬듯이, 우리 역시 극단적인 방식의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겨울에 지상 30미터 발 뻗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135일간 철탑 고공농성을 벌여야, 한강다리에 매달리고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야, 조합원들이 목숨을 내놓고 투쟁을 벌여야만 겨우 우리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전할 수 있었다.

다시 시작되는 싸움, 본격적인 승부는 이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비정규직지회는 해고 조합원 중 일부가 현장으로 돌아가는 성과를 얻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해고 조합원들이 320여일째 공장 서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비정규직지회는 임단협 체결을 쟁취하지 못하였고, 부평공장 2,300여명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다. GM대우차 자본 역시 무차별 폭력과 해고로 조합원 수를 줄이고 비정규직지회의 조직력 확대를 막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서도, 돈과 권력을 퍼붓고도 그들은 부평공장에서 비정규직지회 말살에는 실패하였다. 오히려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고 활동하는 조합원, 어떠한 투쟁도 마다하지 않는 조합원들을 GM대우차 자본 스스로가 만들어냈다.

이제 또 다시 비정규직지회와 GM대우차 자본은 한바탕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10월에 진행되는 하청업체 재계약 시기를 앞두고 현장 안팎에서는 또다시 조합 탈퇴, 해고 위협이 이어지고 있다.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조합원들이 많은 업체는 계약해지 될 것이라는 소문이 이어지고, 이를 빌미로 ‘원하청 노동자 길들이기’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비정규직지회도 매주 집중집회를 진행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조직노동자에 대한 조직화 사업, 임단협 체결을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결국 1년 동안의 탐색전을 마치고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MB정권의 노골적 친자본 선언을 마주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현실

MB정권은 출범하면서부터 공공연히 친재벌 정책을 공언했고, 이를 등에 업은 자본들이 합세하여 이전보다 더 강력한 노동자 탄압을 벌일 것이라고 모두들 예상했던 바였다. 예상대로 취임하자마자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농성장을 폭력으로 침탈하였고, 1,100일 넘게 투쟁하고, 90일 넘는 단식을 벌였던 기륭전자 노동자들을 외면한 악덕자본 기륭전자 회장은 유망 중소기업 소릴 들으며 대통령을 수행하고 중국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이명박이 당선자 시절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하면서 비정규직 탄압의 대표 주자였던 GM대우차 자본은 어느새 ‘노사화합’의 모범으로 탈바꿈되었다. 정권의 무한 지지선언을 받아낸 이상 자본들은 더 이상 두려운 것도 주저할 것도 없어졌다. 국제노동기구(ILO)의 한국정부에 대한 사내하청노동자 탄압중단 권고에도, 현대미포조선과 코스콤에 내려진 위장도급/원청 사용자성 인정 법원판결에도, 자본은 여전히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결국 비정규노동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KTX, 도루코, 로케트전기 등의 전국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높은 철탑 벼랑 끝에서 목숨을 내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이 한통속이 되어 비정규직 양산과 탄압에 발맞추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미 비정규직 문제는 투쟁하는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미 단위사업장 문제를 뛰어넘는 국면이 되었다. 아무리 조그마한 사업장일지라도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면, 이미 그 투쟁은 총자본과 총노동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때문에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위 사업장만의 힘으로 뚫고 나가기 힘들어지고 그래서 장기화되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계급의 돌파구로 제시되는 것은 언제나 한가지였고, 지금껏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바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지역과 업종을 뛰어넘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투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이랜드/뉴코아 투쟁에서 패배하면 민주노총의 깃발을 내리겠다던 위원장의 공언(公言)은 지금의 상황을 보건대, 말 그대로 공언(空言)이 되어버릴 공산이 켜졌다. 그러나 정작 두려운 것은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우리가 깃발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정권에 의한 민주노조운동의 깃발이 끌어내려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비정규직/정규직을 뛰어넘는 노동자들의 단결이 절실하다

비정규직지회 1년을 돌아볼 때 가장 아쉬웠던 것, 앞으로 풀어가야 과제는 역시 GM대우차지부(정규직노조)와 공동논의와 투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누구의 공과를 따지기 앞서, 현실적으로 공동논의, 공동투쟁이 전무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각 주체가 모두 반성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비정규직지회 1년을 되돌아볼 때, 가장 뼈아팠던 경험이 역시 정규직과 관련된 것이었다. GM대우차지부와의 공동투쟁 여부, 일상적인 관계를 묻는 사람들의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난감함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어떠한 사업을 진행하다가도 사업 본연의 목적, 세부내용 보다는 금속노조 내에서 정규직 단위와의 관계라는 조직논리로 인해 사업이 제동 걸리게 되는 경험은 민주노조운동 현주소를 여실히 느끼게 하는 것들이었다.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로 치부해버리는 정규직노동자를 만날 때, 이러한 정규직노동자를 증오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만날 때마다 자본의 분열 통치전략은 상당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히 비정규직노동자 스스로가 부당한 대우와 처지를 인식하고 바꿔내고자 주체가 되어 나서는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이 집중적인 탄압과 자본과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전체 노동자계급의 고용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조직된 정규직노동자들의 현장권력을 약화시키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기에, 더 이상 정규직노동자와 무관하지 않은 자신들의 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계급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자 당장의 실천지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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