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ㅣ02월ㅣ칼럼 ] 2009년 노동안전보건활동,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일터기사

2009년 노동안전보건활동,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한노보연 집행위원장 이훈구

1. 자본의 위기로 점철된 요지경 세상

자본의 세계적 위기가 현재 진행 중이다. 자본의 위기는 착취와 야만을 중심으로 생존의 필요 나아가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노동자 민중을 비롯한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삶 뿐 아니라 자연 나아가 지구자체를. 2009년 초 자본가들의 다보스포럼은 예년과 달리 불확실성으로 점철되었고, 새로운 자본질서 구축이 필요할 만큼 위기가 전 지구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전면적인 체제위기에 직면한 총자본이 주목한 것은 ‘경제 살리기’와 ‘규제강화’였다. 그러나 해법의 가닥을 잡지 못하였고, 최소한의 동의도 구하지 못한 채 G20이나 G8회의로 이월될 만큼 위기는 심각하였다. 자본의 세계적 위기에 대한 이해와 원인분석이 사실상 불가능한 총자본의 한계를 일국과 세계, 인류와 자연, 구상과 노동, 국가와 사회, 규제강화와 완화 등의 경계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 그대로 노정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 스스로 새로운 권력과 시스템을 해법으로 제시할 만큼 현재의 자본위기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그 핵심 상징어는 자본주의 체제의 지속을 위한 소위 ‘smart’라고 할 수 있다. 군사력 중심의 힘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힘으로 확대 심화한 국가권력으로 재무장하겠다는 ‘smart’ 말이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를 존속시키면서 스스로 행사할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은 명확하다. 어떠한 말로 미화하더라도 결국은 자본의 힘을 더욱 강화하면서 자본의 위기를 사회구성원 전체에게 전가하겠다는 것일 따름이다.

현 시기는 사회구성원들이 자본의 위기 극복을 위해 동원되거나 순응의 주체로 견디며 살아갈 것을 더욱 심하게 강요당하기도 하지만, 총자본의 실체인 폭력 -착취, 억압, 침략과 파괴, 차별 등- 을 제대로 겪고 보고 느끼며 저항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시기다.

2. 규제강화와 규제완화를 넘어서는 대안을 구체화할 상상력을

오바마 정부의 새 뉴딜과 mb정부의 녹색 뉴딜은 자본의 위기 대응방안에 대해 사회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고자 하느냐 아니냐와 관련하여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이윤을 ‘절대선’으로 삼는 총자본의 이해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닮았다. 규제강화와 규제완화라는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정책기조 역시 아주 다른 양상을 보이는 듯하나, 그 근원은 대동소이하다. 다만, 정책의 실현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느냐 혹은 자본의 역할을 강조하느냐가 다를 뿐, 총자본의 이해에 충실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명제 앞에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힐러리 미 국무장관이 이야기한 ‘smart’라는 새로운(?) 무장에 반해, mb정부가 2009년 신년연설에서 밝힌 비상 경제정부 구축, 민생을 살피는 따듯한 국정, 선진 일류국가를 향한 중단 없는 개혁, 녹색성장과 미래준비 등의 국정운영방안은 총자본의 위기인식에조차 턱없이 낙후된 현실인식을 반영한다. 더구나 생존자체를 위협하고 삶을 파탄 내는 것도 모자라 법치운운하며 ‘저항하는 이들 죽이기’를 불사하는 섬뜩한 mb정부는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비전으로 삼고 상생의 이데올로기를 전면화하겠다고 한다. 이는 사회구성원들 특히 일하는 이들의 양보를 통한 생존을 수용케하여 삶의 질과 노동의 질 자체를 하향화 시킬 것이 분명하다. 전혀 비상한 인식도 아닐뿐더러 체제위기에 대한 인식은 아예 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mb정부의 정책은 사회구성원들의 참혹한 삶을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힘들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대안은 명확하다. 다른 세상은 가능할 뿐 아니라, 자본의 이윤보다 일하는 이들의 마음과 몸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우선시 하는 세상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규제완화 기조를 천명한 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mb정부에 맞서기 위해서는 규제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규제강화와 규제완화 자체가 공동 명제로 삼고 있는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폭로와 맞서기가 중요하다. ‘노동해방과 평등세상 쟁취’라는 대안담론이 화석화되거나 현장 주체들에게 공감을 일상적으로 일으키지 않게 된 원인을 찾아, 소위 ‘회’가 동하고 상호 소통하여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상상력의 근원인 주체들의 필요와 꿈을 소중히 보듬고 지속적인 관계 맺기를 통한 신뢰구축에 나서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통해 제기되고 공유하고 있는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현장과 세상을 만들자’는 ‘더 쉽게, 더 편하게, 더 안전하게 일할 세상과 현장 만들자’로 재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싶다. 일하는 이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모아가는 것, 나름의 기준과 비전을 새로이 재구성하는 상상력을 사회구성원 다수가 함께하는 공동행동으로 축적해 나가면서부터 말이다. 그래야 국가권력과 위계적 질서를 기본적인 동력으로 삼으면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흐지부지하게 하는 한편, 무한한 권리인 노동권, 생활권, 건강권을 짓누르려는 섬뜩한 폭력과 일상적인 착취 및 차별에 맞설 수 있을 것이다.

3. ‘경제 살리기’라는 대표적인 왜곡된 이데올로기를 넘어
지역에서 필요와 주체 그리고 행동을 중심으로

이미 자본의 위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자본과 국가는 사회구성원들 특히 일하는 이들에게 고통분담 아니 고통전담을 떠넘기고 있는 중이다. 너나할 것 없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던 ‘decent work(괜찮은 일자리)’가 한순간에 내 팽겨 처지는 현실에 많은 이들이 삶 자체의 황폐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 자본 위기상황인 현재, 일할 권리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투쟁을 벼르자는 것에 대부분의 이들이 입을 모으면서도, 실상 제대로 힘과 지혜를 모으고 있지 못하다. 현 시기를 대전환의 국면을 열 수 있는 시기로 규정하면서 사회주의를 공공연하게 내거는 전국적인 정치활동을 전개할 조직을 만들고 행동을 함께 하자는 주체들, 반mb 전선 구축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주체들, 자주민주통일의 한 길에서 현재 주체역량을 제대로 판단한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체들, 이외에도 다종다양한 영역에서 애쓰는 활동주체들 대부분이 현재 자본의 위기에 맞서 주체들의 직접행동을 힘 있게 추동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녹녹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실제 현장과 일상 곳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정신줄을 혼미하게 만들어 왔던 이데올로기와 일상활동의 부재 혹은 미흡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지 싶다. 특히나 정당조직, 투쟁체, 대중조직 등이 상층중심의 소위 정책 대안 중심 활동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주체들의 필요와 요구를 일상적으로 조직하지 못하면서 자본에게 현장, 필요, 주체들을 빼앗겨 왔던 그동안의 활동을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노동 무임금 이데올로기, 경제 살리기 이데올로기, 고통분담 이데올로기, 고용안정 이데올로기, 국가(경쟁) 이데올로기, 가부장적 가족 이데올로기, 소비․쾌락․한탕 이데올로기, 법치 이데올로기, 표준화․전문화․노사자율 이데올로기 등 수없이 많은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메이거나 왜곡된 일하는 이들의 정신줄을 되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세계적인 자본 위기 상황을 야기한 자본과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의 원인과 그에 따른 책임소재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사회적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일하는 이들이 임노동의 굴레에 갇혀 지내왔던 현실로부터 왜곡된 스스로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구를 올곧게 재구성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지 싶다. 노동 강도 문제를 중심으로 전면화되고 있는 구조조정 공세에 맞서서 요구와 주체 그리고 행동이 통일적으로 실현될 지역을 중심으로 강도당한 노동을 되찾기 위한 저항의 전형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힘을 집중했으면 좋겠다.

4. 노동안전보건 활동, 반자본의 기치를 구체화해야

제정된 이래 제대로 실행된 적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 유명무실한 노동안전보건관련 법제도조차 개악되었고, 개악일로에 있다. 특히 2008년 7월 개악된 산재법으로 인해 치료받을 권리를 집중적으로 침해당하고 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횡포로 인해 불승인율이 높아지면서, 현장 대응력이 위축되면서 스스로 공상 등을 원하는 양상이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산안법 개악시도 뿐 아니라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건강권이 총체적으로 침해될 것이 분명하다. 기본적인 치료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 그 자체에 제한될 경우,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안녕하게 향유해야 할 건강권 쟁취라는 올곧은 실천방향으로 확대 심화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기왕의 노동안전보건활동의 한계로 지적되어왔던 결과중심-보상중심-당사자중심-담당자중심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치료받을 권리를 지키고 현장을 제대로 바꾸기 위해서는 반자본의 기치아래 보다 구체적인 요구에 기초한 공세적인 투쟁으로 구조조정에 맞서 예방과 인정투쟁의 힘을 복원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노동 굴레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 강도 저하투쟁을 전면화하면서, 제반 공공적 필요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벼려나가는 것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노동 강도를 완화시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실례를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왜곡된 고용안정이데올로기를 활용한 일자리 흔들기 혹은 일자리 나누기 같은 고통분담론에 맞서 건강권을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을 터다.

전임자 임금문제와 복수노조 문제가 불거질 2009년, mb정부의 노동탄압과 노동의 불안정화 첨병역할을 선도하고 있는 노동부가 노사민정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상생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임노동굴레를 더욱 옭죄어 올 것이다. 이에 더해 고용불안을 매개로 노동권, 생활권, 건강권 전반의 악화를 초래할 양보를 강제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더욱 참혹한 무권리 상황을 강요받을 사각지대에 있는 불안정노동자들의 건강권은 조직노동자들의 ‘골병’관련 투쟁력을 복원하는 것과 함께 특히 주목해야할 과제로 삼아야지 싶다. 근로복지공단의 ‘희망드림 복지넷’과 같은 불만을 관리하고 체제내화하기 위한 생색내기용 관리시스템에 대한 한계와 본질을 폭로하는 것 역시 병행해 나가야겠다. 동시에 석면관련 투쟁, 반도체 노동자 인권과 건강권 투쟁 등과 같이 건강권을 사회적으로 쟁점화하기 위한 노력역시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갔으면 좋겠다.

5. 우리가 주목해야 할 활동 집중점

2008년 말 본격화된 전 세계적 자본위기와 예정되어 있는 노동조합체계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노동조합운동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현 시기는 당면 자본의 위기해법인 전면적인 구조조정 공세에 맞서 투쟁을 벼르고, 주체형성에 애쓰면서 변화될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내용과 역할을 다시 한 번 정립해야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내용적 측면, 방법적 측면 모두에서 노동안전보건활동주체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현장주체들과의 접점을 광범위하게 형성하는 공간으로서의 지역을 고민하고, 그 안에서의 기존의 부서업무에 준한 역량배치관행을 뛰어넘는 의제중심의 역량집중을 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쉬엄쉬엄 일하기, 야간노동 안하기, 개악 산재법 개혁, 작업중지권 실현 등 4대 실천의제를 현장쟁점화하기 위해 현장 일상 활동을 복원 강화하는 것을 활동의 출발점으로 삼아야지 싶다. 특히 지역차원에서 불안정화 정도가 더욱 심화될 노동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한 공동투쟁을 벼르는 일상회의를 강화하여 공동요구에 기초한 공동행동을 광범위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그 중심에 치료받을 권리를 집중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불승인 사례 수집 및 이를 바탕으로 한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에 대한 전국적 대응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각개격파당하고 있는 사례를 수집하고 실제 정위원회의 실태에 대한 파악을 기반으로 전국적 저항을 벼려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소통이 가능한 단위를 중심으로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전선을 정비하고 투쟁을 준비해 나가면서, 지역적 실천의 전형과 모범을 만들어내어 전체 여론을 환기 시키는 것에 힘을 쏟자. 이를 바탕으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와 선 판정 후 치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제기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조직노동자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왔던 근골격계 직업병 관련 대응과정과 현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위축되거나 왜곡된 노동(조합)운동 내부의 한계에 대해서 반성적 성찰을 통해 주체 내부 스스로 관성화된 실천을 곱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는 2010년 실시될 3차 유해요인조사의 활동방향과 방안을 구체화하는 계기로도 삼아야 할 뿐 아니라, 정체된 현장투쟁의 힘을 복원하는데 일조하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경주했으면 싶다. 이는 산안법 개악시도에 맞서기 위한 투쟁력을 조직하는 것 뿐 아니라 개악된 산재법 및 각종 규제완화로 침해당한 건강하게 일하고 살아갈 권리를 쟁취하는 활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자본주의와 맞설 수 있는 운동으로 확대, 심화시키기 위해 전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노동 굴레에 맞서 강도질 당한 노동 되찾기와 빼앗긴 정신줄 되찾기를 시작할 현장일상 투쟁을 복원하는 건강권 투쟁에 물꼬를 터나가기 위해 몸과 맘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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