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ㅣ03월ㅣ칼럼] 민주노총 성폭력사건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일터기사

민주노총 성폭력사건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
유현경

민주노총 한 간부의 성폭력사건으로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진영에 대한 많은 질타와 도덕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이후 조중동을 포함한 각종 언론사에 의해 피해자의 인권침해는 더더욱 가중되었고, 이는 민주노총 게시판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언론사에 의해 운동사회의 도덕성 제기, 정파 갈등 등이 들추어졌고 이를 불편해 하면서도 우리는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조합원뿐 아니라 활동가들까지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민주노조 운동 또는 노동운동의 혁신 방향을 고민하기 보다는 민주노총에 대한 부끄러움, 가해자 개인의 부도덕함, 특정 정파에 대한 비난, 정파 간의 이해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는 않았는가?

민주노총은 사건 초기 입장서를 통해 이 사건이 민주노총 전체의 문제가 아닌 가해자 개인의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얼마 전 민주노총 혁신토론회에서 어떤 정파의 활동가는 성폭력 사건이 조직 내에서 해결해야 하지만 가해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민주노총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노동조합에서 제명한다고 이미 벌어진 성폭력 사건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민주노조 운동에 만연해 있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천박한 인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민주노총 성폭력사건을 통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노동조합 또는 운동사회 내 성폭력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간 노동조합 또는 운동진영내 크고 작은 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고, 이는 끊임없는 조직보위 논리와 운동의 대의명분에 가려 지속적으로 은폐 ․ 축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운동진영내 반성폭력운동의 성과로 피해자의 고통과 치유에 관심을 가지고 되었고, 단순한 성폭력 사건의 처리를 넘어선 조직문화 쇄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자성적 목소리 또한 있어 왔다. 그러나 여전히 반성폭력운동은 사건 처리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조직내외부의 공론화 확산은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도대체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조합 내 성폭력 관련 내규 또는 규약이 존재하고 성폭력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 곳도 많다. 그런데도 성폭력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더욱이 민주노총 중앙에서 성폭력사건을 은폐 ․ 축소하려고 했던 상황이 발생한 근본적 이유를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무엇을 반성하고 성찰할 것인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여전히 가해자-피해자만의 개별적 문제로 보진 않았는지,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노동조합 단결의 장애물이라고 판단하진 않았는지,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조직보위를 운운하진 않았는지, 여성조합원들의 문제제기를 예민하다거나 불편하게만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이러한 문제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반성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실제 우리 노조운동 안에는 노조 활동에 있어 여성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투쟁 사안에 비해 부차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여성조합원들이 노조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욕하면서도 여성조합원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여성조합원들의 삶과 활동에 대한 근본적 고민은 하지 않는다.

어디 이뿐인가? 정리해고 투쟁 과정에서 ‘여성 우선해고’에 침묵했고, 주5일제 투쟁 과정에서 ‘생리휴가 폐지 또는 무급화’ 문제가 불거 졌을 때 이것을 여성들만의 투쟁 과제로 생각해 왔다. 또한 노동시간단축 투쟁을 하면서 노동시간의 단축과 임금, 노동강도, 일자리 문제를 함께 제기해왔지만 이 속에는 가사, 양육노동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노동시간이 단축되어도 여성의 (가사 ․ 양육노동시간을 포함한)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있지 않다.

이제 우리가 정말로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민주노총은 또다시 선거를 앞두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은 선거 때마다 제기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혁신의 방향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지 못하다. 자본에 맞선 투쟁과 조합주의, 관료주의에 맞선 투쟁 또한 중요하지만, 여성의 권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여성노동자를 주체로 사고하지 못했던 우리 운동을 반성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노조운동의 혁신을 위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그간의 노동조합 활동 속에서 여성노동자를 같은 노동자로, 동지로 인식하지 않았던 우리 운동의 풍토를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 민주노조혁신의 방향은 ‘여성의 권리’에 대한 방향과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여성억압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고 여성해방이라는 과제를 노동운동이 자기 과제로 받아야지만 성폭력을 근절하고 조직문화를 혁신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어렵더라도 현장에서부터 혁신의 방향이 토론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준비하자. 그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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