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ㅣ04월ㅣ칼럼] 일손을 놓고 거리로

일터기사

일손을 놓고 거리로
– 생존을 위한 노동자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무처장 전장호

지난 3월 13일 노동부는 기간제, 파견제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제의 허용업무를 확대하는 방안과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시간 및 예외 사유 또한 확대하는 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그리고 지난 3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함으로서 국회에 상정절차를 마쳤고 3월 27일 국무총리실에서는 ‘최저임금제도’를 2년간 폐지한다는 내용의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의 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고용을 지켜주는 것이라 거짓 선동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제도적으로 안착화 시키고 더욱 확대하여 우리 사회 안에서 비정규직이 일반화된 고용형태가 되게 하려는 법이었다. 현재 2년의 사용기간에서도 2년과 아무 상관없이 비정규직은 사용되고 또 해고되고 있다. 1년, 6개월, 3개월, 심지어 1개월짜리 계약서가 나돌아 다니고 있고 경기침체에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무급장기휴직, 업체폐업 등 다양한 이름으로 현장에서 정리해고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년에서 4년으로의 계약기간 연장은 2년 동안 자본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사용하던 것을 4년 동안 사용하고 언제든지 해고 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는 것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2년이냐 4년이냐의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은 비정규직을 합법화, 일반화 하는 이 제도를 없애 노동자들을 더 이상 노동권의 사각지대로, 불안정노동으로 몰아가지 못하도록 투쟁을 조직해야 할 때이다.

이 정권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방어벽인 최저임금제까지 손을 대고 있다. 올해 초, 지역별 최저임금을 도입하고 고령 노동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감액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최저임금제의 한시적 폐지를 통해 고용주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경제가 회생할 수 있다며 아주 노골적으로 자본의 편을 들고 나섰다. 한국 사회에서는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없는 다는 것은 모두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최저임금제 한시적 폐지는 이러한 현실마저도 부정하며 노동자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악랄한 수법이다.
최저임금제 한시적 폐지가 당장 나에게, 특히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아온 노동자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 생각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으로도 보장된 최저임금이 한 번 무너진다면 2년간 한시적이 아니라 영구적 폐지로 이어질 것이고 당장은 저임금 고령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이주-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춰 지겠지만 이러한 저임금-장시간노동이 일반화 되면 전체노동자로 확산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정권과 자본은 현재 경제공황의 원인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09년 하반기 경제대란이니, 대규모 해고사태를 피할 수 없다느니 하는 위기감을 조성하며 노동자 민중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결국 노동자의 삶과 생존의 기본토대인 ‘고용’과 ‘임금’을 자본은 자신들의 무기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노동자가 해고되고 노동부에는 고용보험과 일자리를 알아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음에도 정권과 자본은 ‘고용을 유지시켜 줄 터이니 임금을 삭감해라’ ‘정규직의 임금을 깍아야 일자리를 늘릴수 있다.’ ‘고용될 수만 있으면 인턴이면 어떻고 저임금-장시간노동이 대수냐’는 식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이 경제공황의 짐을 노동자민중에게 지우고 있다. 정말 무서운 것이 없어 보인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일까.

우리를 한번 돌아보자. 98년 정리해고제가 도입되고 파견제가 들어설 때부터 우리는 조금씩 밀려왔다. 투쟁을 잘했니 못했니의 문제가 아니다. 정리해고, 파견제 도입 10년, 우리들 가슴과 머리에 정리해고와 파견법에 대한 분노는 남아 있는가. 회사가 어렵고 경제가 어렵다고 희망퇴직, 순환휴직, 정리해고를 남발하는 저들의 말에, 비정규직을 쓰는 것은 효률적이라는 저들의 말에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06년 비정규악법 저지투쟁의 패배 이후 지금, 또다시 우리는 비정규직은 이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금속노조GM대우 지부는 사실상 비정규직을 우선 정리하는 것에 사측과 합의 했다. 또 다른 사업장에서는 임금동결과 삭감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도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소리소문 없이 해고되고 있다. 현장에서 스믈스믈 저들의 논리가 우리 안에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부터 부셔버리자. 우리 안에 있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부터 걷어 치워버리고 정권과 자본이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들어오는 것에 대하여 공세적 태세부터 갖추어야 한다. 당장 정리해고가 임박한 사업장의 노동자부터가 아니라 비정규법 공세에 비정규노동자들이 먼저가 아니라 최저임금대상 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경제공황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는 저들의 공세에 자본가들만의 세상을 확 갈아버릴 노동자의 정치를 투쟁으로 만들어 보자.

09년 상반기는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는 경제공황에서 자본과 노동의 힘겨루기가 될 것이다. 저들은 이미 칼자루를 꺼내들었다. 해고와 임금삭감으로 우리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우리는 자본에게 해고의 자유권인 정리해고제와 기간제, 파견제를 빼앗고 임금삭감을 반대하는 투쟁을 조직해야한다. 해고의 자유를 빼앗고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한 노동자 파업투쟁을 조직해야한다. 모든 운동진영이 6월 항쟁을 이야기 한다. 6월이면 미디어법을 비롯한 소위 말하는 MB악법반대 투쟁을 포함한 이명박정권 퇴진 투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자 투쟁이 중심에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저들의 악랄한 정치적 공세에 맞선 비정규직-정규직의 조직된 노동자 투쟁만이 수많은 미조직 불안정노동자와 저항하려는 대중을 투쟁의 대오로 결집시켜 낼 수 있다.
5월말 정리해고, 파견제, 기간제 폐지와 임금삭감 반대를 걸고 생존을 위한 노동자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일손을 놓고 거리로 나와 우리의 생존을 위한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파업을 할 수 있는 곳은, 파업에 연월차를 써야 하는 곳은 연차투쟁으로, 5월말 현장을 멈추고 투쟁의 현장에서 우리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노동자의 투쟁이 언제부터 어려운 것이 되었는가. 우리가 필요하고 해야 한다면 자발적으로 투쟁했던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상층의 지침이 있어야 파업을 하고 그렇지 못하면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아래로부터 자발적인 투쟁을 결의하고 실천하는 것으로부터 조직적 파업을 결의하고 실천하는 투쟁으로 만들어 갈수 있는 것이다. 내 현장에서부터 우리 지역에서부터 파업을 선언하고 실천을 조직하자. 누군가 해야 한다고 해서가 아니라 상층의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조합원의 힘으로 파업을 성사시켜 내는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
모두들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누구하나 투쟁을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제 우리 현장의 노동자가 당당하게 제안하자. 정권과 자본에 맞서 우리의 생존을 위한 파업투쟁을 실천하자고 말이다. 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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