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07월 | 기획]석면의 일대기

일터기사


석면의 일대기

한노보연 부산연구소 김대호

석면을 사용하면 최소 10년부터 4-50년까지 그 건강영향이 미치게 된다. 석면관련 질환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발생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석면의 생산, 유통, 사용의 전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여, 직업․환경적인 노출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는데 석면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그 노출원을 짐작할 수가 있다. 석면이 생산 또는 수입되어 각종 제품으로 만들어졌고, 만들어진 제품이 많은 현장에서 사용되었으며, 다 쓴 제품은 폐기 처리되거나 재활용하여 다른 제품으로 이용되기도 한다(그림 1). 석면이 함유된 제품은 그 품질이 우수하여 오랫동안 사용하게 되는데 특히 건축물에 포함된 석면은 건축물이 철거되기 전까지는 절대 폐기되지 않는다. 따라서 석면에 의한 건강영향이 거의 사지는 시기는 석면함유제품이 포함된 모든 건축물들이 폐기되고 4-50년 뒤의 일 것이다.

현재 석면이 함유된 제품의 수입 및 제조가 금지되었지만 이미 사용되고 있는 석면에는 여전히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석면에 어떻게 노출되는지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석면의 일대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석면의 수입 및 채굴, 운반, 제조, 제품의 사용과 재활용의 과정을 알아보기로 한다.

석면의 채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석면을 산출한 것은 1918년인데 그해 충청남도 홍성 지방에서 온석면 54톤을 생산하였고, 이듬해에 130톤을 산출하였다. 1920∼1932년에는 생산이 없다가, 1933년에 다시 채굴되기 시작하여, 1936년에는 69톤을 생산하였다. 해방당시 전국의 석면광산은 총 28개에 이르러 남한에는 충북제천에 7개, 충주에 2개 광산과 충남서산에 2개, 당진에 1개, 광천에 1개, 강원도 금화에 2개, 영월에 1개의 광산이 있었으며, 이중 대표적인 석면광산은 백석면(chrysotile) 광산인 충남 홍성지방의 광천 석면광산으로 1944년 백석면 4,815톤을 생산하여 우리나라 백석면의 90%를 생산하였으며, 노동자 수가 약 1,100명에 이르고 지역주민 약 2,000명 정도가 관련되었다. 석면광산에 관한 구체적 기록은 매우 드물지만, 1967년 상공부에 의해 보고된 바에 따르면 1960년대에 우리나라의 석면은 4곳의 광산에서 채굴된 것으로 보인다.

석면의 수입과 석면함유제품의 수입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산업사회로의 진입과 더불어 석면의 사용량이 매년 증가되고 있었는데 1980년 초 광천의 석면광산이 폐광된 후 캐나다,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서 전량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1988년까지 계속 증가하다가 90년대 초반부터 감소하였으며, 이후 석면함유제품의 수입량이 증가하게 되었다. 특히 석면시멘트제품은 급격히 증가하여 2004년에는 28,309톤을 수입하여 사용하였다. 이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데 특히 부두하역 노동자들이 이를 옮기는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석면농도에 노출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과거 석면수입업자(현재 석면제거 전문업체 운영)의 말에 따르면 주로 부산항과 인천항에서 수입되었다고 하니 이들을 추적해보면 많은 환자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석면의 운반
과거 홍성지역에서 생산된 석면은 인근공장에서 제품으로 가공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인근항구로 옮겨져 수출되었고, 수입은 주로 인천항과 부산항으로부터 수입되어 왔다. 이를 취급한 부두하역 노동자들과 이를 운반한 화물운송 노동자들 또한 석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석면의 사용
기존 연구에서 조사된 우리나라에서의 석면 사용실태를 살펴보면 1970년대는 약 96%가 건축자재인 슬레이트 원료로 사용 되었으나, 1990년대에는 슬레이트와 보온 단열재 등으로 약 82.3%, 다음으로 석면 마찰재 생산 사업장으로 자동차와 기차, 중장비용 브레이크 라이닝과 패드, 클러치 페이싱 등에 약 10.5%, 석면포와 석면사, 석면 패킹 등의 석면 방직에는 약 5.5%가, 기타 가스켓과 단열제품에 1.7%가 사용되었다. 건축자재로서 석면사용은 80년대 이후 슬레이트 생산에는 적은양이 사용되었고, 석면판과 방열판, 방화판 등의 생산이 증가되었으나 전반적으로 70년대 이후 다소 줄었고, 마찰재와 섬유제품 등은 산업발달과 더불어 점점 증가하는 양상으로 사용되었다.
<표 2>에서 보듯이 석면은 건축재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앞으로 재개발 지역 주변지역과 학교나 지하철역사, 병원 등 공공건물의 철거 또는 건축내부 수리 및 보수 작업을 하는 곳의 주변에 대한 단속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석면일대기에 따른 석면관련질환의 이환
석면관련질환은 석면 오염원으로부터 석면에 노출되고 난 후 최소 10년에서 4-50년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서 이환된다. 과거 석면광산에서 석면을 채굴하던 노동자와 주변지역주민들은 이미 석면관련질환으로 사망하였거나 석면관련질환으로 치료 중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석면함유제품의 제조 및 사용은 올해부터 금지되었기 때문에 석면제품 제조나 사용과정에 노출되어 석면관련질환으로 사망하기까지의 과정은 앞으로 수십 년 지속될 것이다. 석면노출 규모는 석면의 일대기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커진다. 특히 건축물 폐기과정에서 발생되는 석면은 앞으로 훨씬 더 많은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다(그림 3).
그림 3.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석면의 피해분포
현재 우리세대에 사용된 석면은 앞으로 수십 년간 후손들에게 석면관련질환으로 고통받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여 석면의 완전한 추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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