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07월 | 일터 다시보기] 돈벌이 병원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일터기사

돈벌이 병원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한노보연 연 아


어머니가 걱정이 가득해서 전화가 왔다. 친척분이 계속되는 두통이 걱정이 되어 종합병원에 갔더니 입원을 시키고 CT, MRI등 온갖 검사를 다 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큰 병이 있을까봐 걱정을 하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오히려 필요 없는 검사를 했을까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거 다 즈그들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가.”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말을 듣자, 일터 6월호에서 의료민영화를 비판하는 기사 제목이 떠올랐다. "아파서 병원에 간 나는 그들의 돈줄이다".

대다수 시민들도 느끼듯 한국 의료체계는 지금도 충분히 상업적이다. 우리나라 병원의 영리추구적 속성의 원인으로 비정상적으로 높은 민간병원 비율을 꼽는다. 우리나라는 민간병원 비율이 90%를 넘는다. 병원 시설 및 인력의 공급이 무계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병원은 생존을 위해서 진료비 수익에 의존하게 된다. 윤증현 장관은 시장의 논리로도 보건의료가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의료서비스는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해 시장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의과대학생들도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이다. 공급자인 의료인이 소비자인 환자들이 어떤 검사를 받을지, 어떤 약을 먹을지 결정하고 환자가 그 비용을 지불한다. 물론 건강보험이 일정부분 보장을 해준다. ‘만들어진 병상은 채워진다’는 Roemer의 법칙이 성립되는 이유다. 그리고 현실에서 대형병원들이 병상 늘리기 경쟁을 하면서 계속 병원을 확장


하는 이유다.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높은 급성기 병상수 비율, 고급 의료기기 비율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병원의 상업적 속성과 그 속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의료민영화 정책에 제동을 걸 주체가 필요하다. 그것은 당연히 보험, 병원, 제약자본의 이윤을 향한 횡포 속에서 건강을 위협받게 될 노동자 민중이다. 사회전체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속에서 병원의 이윤추구는 필연적으로 노동 불안정화를 낳는다. 최근 정부는 간호인력난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시간제 간호사에 수가를 적용해 병원이 시간제 간호사 고용을 확대하도록 격려하는 고시를 예고했다. 영리병원화로 병원이 투기의 대상이 되면 병원 운영은 금융자본의 논리에 종속되고, 상시적인 정리해고, 구조조정의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병원노동자들은 고용불안 속에서 더욱 높은 노동 강도를 감내하는 과정에서 의료서비스의 질은 저하된다. 결국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으로 돌아간다. 병원노동자는 병원 경영자, 병원 자본이 아닌 지역주민의 입장에 서야만 자신의 노동권 및 건강을 쟁취할 수 있다.

보건의료노동자, 지역 시민의 연대를 통해 투자개방형병원, 의료채권, 병원경영지원회사처럼 이름만 바꿔가며 영리병원을 추구하고 있는 정부의 기만적 행위들을 저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대안을 구축해야 한다. 공적 재원을 통해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해서만 운영되는 병원을 상상해 볼 수는 없을까? 지역주민들이 함께 설립하여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의료생협이 그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특수한 사례가 보편화되기 위해선 병원을 운영하기 위한 공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와 자본의 책임을 요구해야 된다. 또한 그런 공적재원을 통해 병원을 이윤추구의 논리가 아니라 지역주민의 보편적 권리로서 건강 확보라는 논리에 따라 운영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공공성 강화’라고도 ‘사회화’라고도 혹은 또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넘어 의료공급체계 전반에 대한 구체화된 민중의 요구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인권으로서 건강에 대한 민중들의 이해가 깊어질수록 건강에 대한 요구는 병원을 넘어서 비정규직 없는 공장, 전쟁 없는 사회와 같이 사회 전반에 대한 전망으로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전망이라도 함께 힘을 모아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엄혹한 정세일수록 자세를 가다듬어 ‘일터’를 읽는 것과 같은 작은 실천하나에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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