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09월 | 기획] 석면기획 6. 환경성 석면문제

일터기사

환경성 석면문제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정 현 정

‘석면이 정말 그렇게 위험한가요?’
‘석면이 아무렇게나 철거되고 있어요.’
‘석면 묻은 옷을 세탁소에 맡겼는데 괜찮나요?’
‘석면가루 같은 먼지가 날려서 살 수가 없어요’
‘공무원들은 앉아서 나와 보지도 않아요’

석면 및 민원담당을 맡은 나에게 심심찮게 걸려오는 전화내용이다.
대한민국에서 석면이 이슈화된 것은 불과 2~3년. 이제 겨우 석면의 유해성이 일반시민들에게 인식되면서 문의와 신고 전화가 업무의 반이 되고 있다. 급히 신고가 들어와 가본 현장에는 유리섬유와 석면을 혼동한 민원도 빈번하다. 그럼에도 민원전화가 오면 어디든 달려간다. 한가로운 지난 주말 오후에 걸려온 민원으로 해운대 달맞이 고개를 오르니 1970년대에 건축된 2000세대 AID 재건축아파트가 방진망하나 없이 분진을 날리며 철거되고 있었다. 현장을 조사해 보니 제대로 된 석면해체가 되지 않아 석면잔재가 발견되어 현재는 ‘석면잔재제거를 위한 공사중지명령’이 떨어졌다.

대한민국에서 1급 발암물질 석면을 이슈화하게 한 것은 부산 제일화학이다. 2007년 여름, 부산환경연합이 지하철에서 무단 철거되고 있는 석면 밤라이트를 신고 및 언론보도를 시작으로, 부산대학교 산업의학과에서 석면방적공장 인근 악성중피종 환자가 타 지역에 비해 11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MBC가 집중보도하면서 제일화학 피해자를 찾는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새마을운동으로 ‘잘살아보세’를 외치던 1960년대. 일본 니찌아스 회사는 자본과 기술, 기계를 투자하여 제일아스베스토라는 제일화학의 자회사를 차렸다. 2차 세계대전 때 기적의 물질로 석면사용은 크게 증가하였고 이후 유해성이 인식되면서 후진국으로 넘어온 석면 산업이 한국을 거쳐 인도네시아, 중국 등으로 옮겨졌으니 석면피해는 유행처럼 세계를 도는 전염병과 같단 생각도 든다. 대한민국 안에서도 부산은 일본과 인접한 항구도시라는 특징으로 석면원료와 석면완제품 수입∙수출로 석면 산업이 왕성했던 곳이다. 10개 넘는 석면방적공장이 있었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곳을 거쳐 갔다.

본인이 만진 돌가루가 석면인지 몰랐던 피해자들이 언론과 지인들의 이야기로 하나 둘 모여 현재 석면피해자와 가족모임에는 약 140명이 되었다. 전국에서 가장 큰 석면방적공장이였던 제일화학 피해자가 단연 많고 피해노동자분들이 모이시면 옛 추억에 이야기꽃이 금방 핀다. 17살 꽃 다운 나이에 학교 가고 싶단 꿈을 안고 다른 공장보다 돈을 조금 더 준다는 것에 제일화학에 오신 분. 시골에서 돈 벌기 위해 무작정 부산 상경해서 들어오신 분. 젊은 청춘남녀가 모인 곳이니 연애담도 많고 현재는 부부로 모임에 오시는 분들도 많다. 아름다운 추억을 나누다가도 그동안 이름 모를 병으로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느라 마음고생, 돈고생 한 이야기, 폐렴으로 오진 받아 가족들 몰래 폐렴약을 먹던 이야기, 아직 가족들에게 석면피해에 대한 이야기도 못했다는 등 폐를 굳어가게 하는 석면을 끌어안고 평생 살아가야 하는 아픈 현실로 이어지게 된다. 연락이 끊겼던 피해자들이 ‘젊었을 때 죽었다더라’ 라는 소식, 김00씨는 멀쩡하더니 갑자기 폐암으로 얼마 안 남았다더라 라는 이야기는 밀폐된 공간에서 돌가루를 마셔가며 젊은 청춘을 보낸 피해자들에겐 몸이 아픈거 보다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윤을 만들겠다고 마스크 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던 기업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국민을 지켜야할 국가가 석면피해조사와 보상에 뒷집을 지고 있는 현실에 이제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뜨거운 여름 열기 속에서 가슴을 움켜쥐고 가파른 숨을 가다듬으며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각종 집회와 모임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피해자를 주축으로 시민노동단체 및 전문가가 연대하여 움직이고 있는 것이 현 석면피해에 대한 현주소인 것이다. 과거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던 석면제품들은 여전히 우리 생활 곳곳에 남아있고 그 수명을 다할 때 우리는 석면에 다시 노출되고 있다.

이처럼 ‘침묵의 살인자, 석면’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많은 석면피해자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음에도 정부는 아직도 석면철거에 대한 철저한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아픔을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석면추방을 위한 운동은 계속 되어야 한다. 더욱 힘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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