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09월 |연구소리포트] 버스, 택시 운수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I)

일터기사

2009년 4월부터 7월까지 공공운수연맹과 가톨릭대에서 버스, 택시 운수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버스, 택시 노동자는 최근 들어 과로에 의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지만, 산재인정도 대부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주당 70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의 초과 근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러한 과도한 노동조건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다양한 형태로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버스, 택시 노동자 9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면접 방법을 통해 이들의 노동조건과 정신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번호에는 운전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일반적인 요인을 고찰하고, 정신건강관련 설문조사 결과 및 면접조사를 서술하고자 한다. 이어서 다음호에는 운수노동자 관련 법 고찰 및 정신건강 예방 방안을 서술하고자 한다.

버스, 택시 운수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I)

한노보연 집행위원 김 형 렬
공공운수연맹 조 성 애
가톨릭대 최 원 선

1. 운전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

1) 사고의 위협


운전 노동자들은 사고의 위협에 항상 놓여져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운전노동자들의 부주의나 실수가 주된 원인이라기보다는 장시간 노동과 무리한 배차 시간 등 근무조건의 문제가 더 주된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의 경우 사업용 차량의 사고율이나 사망률이 더 낮은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사업용 차량의 사고 발생 건수가 훨씬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의 운전노동자에 비해 우리나라 운전노동자들이 사고의 위협에 훨씬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버스의 경우 교통사고 주요원인으로 배차시간 부족과 장시간 노동을 꼽고 있으며, 누적된 만성피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2007, 84.7% – 매우피곤 41%, 약간피곤 43.7%)는 버스를 움직이는 시한폭탄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의 발생은 사고 이후 처리과정에서 또 다른 스트레스원에 노출되는데, 사고 발생에 따른 경제적 부담, 회사로부터 인사상 불이익, 피해자로부터 고통 등이 운전노동자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가 되고 있다.

2) 승객과의 갈등


기관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연구 결과를 보면(이강숙 등, 2007), 기관사들은 사상사고의 경험뿐 아니라 승객과의 갈등을 주요한 스트레스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이를 경험한 노동자에서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위험이 높게 분석되었다. 버스나 택시 운전노동자들은 승객과의 접촉이 훨씬 빈번히 발생할 뿐 아니라 택시의 경우 승객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노동의 주요한 요소라는 측면에서 기관사보다 훨씬 높은 위험 요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승객과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고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서비스 업무라는 직업 특성으로 인해 감정 표현의 제한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표현의 제한 및 과도한 표출, 그리고 2차적인 감정 조절의 실패는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울의 감정으로 전환될 소지가 있다. 또한 승객과의 갈등을 정신적 외상으로 경험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외상을 경험한 노동자는 급성스트레스 장애, 혹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질병은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운전 노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들어 실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3) 작업환경의 문제

운전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도시에 근무하는 경우 대기오염, 교통체증 등의 스트레스원에 노출될 수 있다. 또 무리한 배차간격 등은 신호 위반을 부추기는 경우도 많고, 이러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2. 정신건강 실태조사 설문 결과

1) 버스, 택시 노동자들의 우울증상, 외상후스트레스장해 의심되는 비율이 높게 조사되었다.

택시 운전노동자들 중에 사고를 경험한 노동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해가 의심되는 노동자가 조사대상자의 34%에 해당되었다. 또한 우울증이 의심되는 노동자는 조사대상자의 35.2%로 조사되었다. 버스 운전노동자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해가 의심되는 노동자가 28.4%였고, 우울증이 의심되는 노동자가 25.2%로 조사되었다. 이는 지하철 기관사에서 조사된 결과보다 매우 높은 비율이었다(외상후스트레스장해 17.7%, 우울증 9.8%). 이는 이주노동자에서 조사된 우울증상군 25.2%(이선웅 등, 2008) 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소방관에서 외상후 스트레스장해의 유병율이 25.2%로 조사된것과 비교하여도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권순찬 등, 2008). 이는 버스, 택시 운전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잦은 사고의 경험, 승객과의 갈등 등의 직무스트레스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2) 택시 운전노동자에서 승객과의 갈등이 외상후스트레스 장해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되었다.

택시 운전노동자들에서 사고 경험의 유무 보다도 승객과의 갈등이 주요한 정신건강의 관련요인이었다. 승객과의 갈등을 경험했던 노동자의 44.2% 에서 외상후 스트레스장해가 의심되었고, 승객과의 갈등 경험이 없는 노동자에서 이 질병이 의심되는 사람이 28.4%였던 것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외상후스트레스장해의 비율이 높았다.

3) 사고경험의 유무는 직무스트레스에 영향을 주었다.

사고경험이 있었던 택시운전노동자에서 물리적환경, 보상부적절, 관계갈등, 직무요구도 등 전체 영역에서 사고 경험이 없었던 노동자들에 비해 직무스트레스가 높게 조사되었다.

4) 택시 노동자의 주요한 직무스트레스 요인은 물리적환경, 직무요구도, 관계갈등 영역이었다.

택시 운전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직무요구도 영역과 열악한 작업환경, 동료 및 회사와의 관계갈등을 주요한 직무스트레스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5) 버스 운전노동자에서 사고와 관련해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양상 뚜렷이 나타났다.

버스 운전노동자들이 타인이 다친 사고의 경험이 있는 경우, 다친 사람의 질병 중증도가 심할수록, 본인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을 경우, 최근에 발생한 사고 였을 경우(6개월 이내) 외상후 스트레스장해 증상이 심해지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6) 승객과의 갈등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관련성이 높게 조사되었다.

사고 뿐아니라 승객과의 갈등을 경험한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장해가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7) 승객과의 갈등이 있었던 집단에서 우울증상이 높았다.

승객과의 갈등을 경험한 노동자에서 우울증상이 더 높게 조사되었다. 이는 사고뿐 아니라 승객과의 갈등이 운전노동자의 정신건강에 주요한 관련요인임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8) 사고 경험이 있는 집단에서 직무스트레스가 높았다.

버스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사고경험이 있는 운전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가 전체 영역에서 높게 파악되었다. 특히 직무요구도, 조직체계, 관계 갈등의 영역에서 높은 직무스트레스 수준을 보여주었다.

3. 면접조사 결과

교육을 위해 방문을 했을 때 택시, 버스 운전노동자들 각각 5명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주요한 인터뷰 내용은 작업환경, 노동조건, 사고 후 처리 과정, 기타 스트레스 원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들 조사를 통해 공통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1) 저임금, 장시간 노동

운전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과급 중심의 저임금 구조, 1인 1차제를 통해 장시간 운전을 유도하는 제도 등이 지속적인 근무조건의 악화를 유도하고 있다.

“한달에 근무 시간이 240시간이예요. 20일 근무하는데, 아침에 6시 출근해서 저녁 8시 30분에 퇴근합니다.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씩 돌고 15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데, 그것도 막히거나 하면 담배 한 대 피우고 바로 출발해요. 하루 14시간 넘게 근무하는데, 배차시간 15분 쉬는 건 근무시간으로 인정을 안해줘요. 하루에 12시간만 인정을 해주는 거죠. 한달에 4-6회 정도 원거리 박근무를 하는데, 새벽에 출발해야 돼서 거기서 잠을 자거나 대기해야 되는 8시간 가량은 아예 노동시간으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하루 14시간 20일 근무에 박 근무 대기시간까지 따지면 한달에 300시간 넘게 근무한다고 봐야죠.”

“요즘 1인 1차제 도입된 회사들이 많아요. 겉으로 보기에는 자기 혼자 차를 운행하고 다니니까 좋아보여도, 이게 사업주에게 다 득이 되는 거거든요. 일단 혼자 차를 쓰니까 차 관리가 잘 되구요. 어떤 곳은 차를 사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문제는 1인 1차제를 하다보면 스스로 노동시간을 길게 할 수 밖에 없어요. 돈을 더 많이 벌어야 되니까. 거기다 주로 밤시간에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전에 위험도 있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고… 당장에는 좋아보일지 몰라도 우리 스스로 힘들게 하는, 별로 좋은 제도는 아니예요.”

2) 사고 처리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

운전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사고는 피할 수 없는 노동의 한 부분일 때가 많다. 또한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이유는 장시간 노동, 휴식부족 등이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사고의 가해자가 된다하더라도 다른 측면에서는 피해자일 수 있는 상황이다.

“버스는 일반적으로 사고가 나면 가해자일 때가 많습니다. 가벼운 사고는 본인 부담을 하기도 하고, 사람이 다치는 사고는 보험처리를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업무 중에 발생한 사고인데도, 본인 과실이라는 이유로 보험료가 올라가는 부분에 대해 운전노동자가 부담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보험처리도 못하게 하고 본인 부담을 전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구요. 회사의 요구뿐 아니라 무사고 경력 유지를 위해 운전 노동자가 스스로 이를 선택하는 경우도 흔하게 있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자체의 문제 뿐 아니라 사고의 처리과정에서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게 되죠.”

“ 내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고민이 되죠. 돈 들이더라도 내가 돈 내서 무사고 유지하는 게 좋을지 개인택시 포기하더라도 당장의 돈이 급할 때도 있고… 보험처리 한다고는 하지만, 회사에 눈치 보여 돈을 내는 경우도 흔하게 있어요.”

3) 승객과의 갈등

설문조사의 결과에서처럼 승객과의 갈등은 운전노동자들에게 사고 못지않은 주된 정신적 외상이 되며, 스트레스 원인이 되고 있다.

“승객과의 갈등이요? 매일 있죠. 그것도 여러번… 차가 막히면 내가 억지로 막힌데로 왔다고 투덜대고, 승객이 가자는 길로 안갔다고 그러고, 저녁 때면 술취한 승객과 매일 시달리는 게 우리 일상이예요. 술취한 사람은 안태우고 싶은데, 저녁에 술 취한 승객이 많기도 하고, 승차 거부한다고 뭐라 해대고해서 술취한 승객 태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예요. 자다가 깨지 않은 승객도 많고, 요금 못 받고 돌아 올 때도 많고, 승객과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 가는 일도 드물지 않게 있어요. 거의 일방적으로 당할 때가 많아요. 뭐라고 대꾸라도 하면 일이 더 꼬이거든요.”

“언제 한번은 술 취한 승객을 태웠는데, 한참을 자고 일어나더니, 왜 아직도 여기밖에 안왔냐며, 요금 더 받을려고 돌아가는 것 아니냐면서 갑자기 주먹질을 해대는 거예요. 차 멈추고 옆에 동료가 도와줘서 경찰서에 갔는데, 이 사람이 반대로 내가 자기를 때렸다고 막 우기는 거예요. 그날 나오기는 했지만, 그날 수입 망치고 기분 상하고… 다른 나라 영화에서 나오는 운전자 칸막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습니다.”

“운전을 하다가 승객이 벨을 누르지 않아서 뒷문을 하차하지 않고 그냥 출발하는데 승객이 계속 문을 열어달라고 얘기를 했나봐요. 제가 못듣고 계속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운전석 쪽으로 달려오며 욕을 해대는 거예요. 곧 폭력을 쓸것 같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말려서 거기까지 가지는 않았어요. 이런 일 정도는 매우 흔하게 생깁니다. ”

4) 운전 중 졸음 발생


과로와 장기간 운전으로 인해 운전중 졸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는 운전노동자의 일상이 되고 있다.
“배차시간 15분 만에 점심 먹고, 차에 올라타면 졸음이 쏟아집니다. 큰 사고로 이어질 줄 알면서도 어떨 땐 깜박하는 사이에 70-80m 씩 나가 있죠. 껌을 씹고, 라디오를 듣고 잠을 쫒아보지만, 쉽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차를 갓길에 세우고, 마치 차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차를 휭 둘러보고 올 때도 있어요. 운전할 때 아찔한 순간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 다음호에서 운수노동자의 법관련 개선방안과 정신건강예방 방안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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