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10월 |연구소리포트] 버스, 택시 운수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Ⅱ)

일터기사

지난호에 이어서 운수노동자 정신건강실태조사의 결과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호에는 운수노동자들을 규정하는 법적인 규정의 문제와 정신건강 예방을 위한 방안을 서술한다.

버스, 택시 운수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II)

한노보연 집행위원 김 형 렬
공공운수연맹 조 성 애
가톨릭대 최 원 선

1. 운전노동자 노동조건의 법 검토

1) 노동시간 인정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업주와의 합의가 있더라도 주 52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법 59조에서 운수업의 경우 주 12시간 이상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있는 업종으로 구분함으로써 현재 택시, 버스 운전노동자의 근무시간이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법적인 예외조항을 인정하고 있는 샘이다. 운수노동의 특성이 예외조항을 인정한 다른 업종과 달리 장시간 실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또한 저임금 구조를 보상하기 위해 스스로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법적인 예외조항으로 두는 것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이런 장시간 노동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고, 운전노동자의 정신건강의 주요 위험요인임을 감안한다면 59조의 예외 조항에서 운전노동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산재 인정에서 불이익
택시, 버스 운전노동자가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의해 산재 신청을 할 경우, 다음의 이유로 산재 불승인이 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첫째는 하루 노동시간 중에 운전노동이 차지하는 시간이 12시간을 의미하지 않는 다는 해석이며, 둘째는 스스로 통제가 가능한 노동이며, 셋째는 이미 노동시간이 고정되어 특별히 변화가 없다는 이유이다. 그러나 택시 노동의 경우 하루 운전시간이 12시간 중 9시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식사 시간외에는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나 운전을 준비하는 시간이므로 이를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 기관사의 경우 실제 운행시간외에 운전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까지도 노동시간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점을 볼때 택시 노동에서 대기시간을 노동시간으로 보지 않는 것은 노동의 연속성을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또한 운전노동의 경우 자율성이 확보되어 있다고 하나, 기본급여가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어 스스로 휴식을 선택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자율성을 전제할 수 없다. 버스 운전 노동은 특히 자율성을 인정할 수 없는 노동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노동시간의 변화가 없다는 점은 현재 법 취지가 만성적인 과로를 인정해 주겠다는 것인데, 만성적인 과로에 대한 해석을 3개월간의 노동시간의 변화로 해석하는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만성적인 과로를 해오던 운전노동자가 노동시간의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산재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운전노동에서 대기시간을 기관사의 경우처럼 노동시간으로 인정해야 하며, 자율성을 이유로 스트레스가 감소할 수 있다는 해석은 실제 노동의 형태를 잘못 파악한 판단이며, 만성적인 과로에 대한 질병 발생으로서의 원인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2. 운전노동자 정신건강 증진과 질환 예방을 위한 방안

가.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 방안
버스, 택시 운전노동자들의 장시간 운전을 줄이고, 기본급의 비중을 높이는 개선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1) 근로기준법상 근무시간 규정의 예외조항 철폐
근로기준법 제 59조에 나와 있는 사업주 협의에 의해 주 12시간 이상의 초과근무가 가능한 직종으로 운수업이 들어있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운수 노동자의 근무 시간은 현실적으로 줄어 들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버스에서부터 이 조항을 관철시키고, 임금 삭감없는 근무시간 단축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운수노동자의 신체와 정신 건강이 시민의 안전과 직결될 수 있음을 선전함으로써 이를 관철 시킬 수 있어야 한다.
2) 임금 구조의 개선
스스로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행 규정을 두고서는 법 개정만으로는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완전월급제를 비롯한 임금구조의 개편이 있어야 장시간 노동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3) 1인 1차제, 24시간 연속 근무 등의 철폐
장시간 노동을 유도하는 1인 1차제 형태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체제이다. 또한 당자의 편의를 위해 선택하는 24시간 연속 근무 역시 노동자의 신체와 정신을 병들게 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근무 형태이다. 3교대, 혹은 탄력적 2교대(8시간 2교대)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4) 배차시간 확보, 휴게시간 확보
장시간 노동과 사고발생의 가장 주된 요인은 쫒기는 배차시간과 이로 인한 충분한 휴식의 부족이다. 따라서 아무리 차가 막혀 늦게 들어 왔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8시간 근무중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의 확보를 보장 받아야 한다.

나. 사고 처리의 개선
택시 버스 운전노동자들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본인의 과실로 대부분 인식되고 있다. 현재 작업조건에서는 본인의 과실 역시 장시간 노동과 휴식의 부족, 배차 간격의 무리한 적용 등에 기인한 경우가 크다고 판단되며, 이를 고려한다면 현재의 어떠한 사고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업무상 발생한 사고 및 재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모든 사고에 대해서는 업무상 질병에 준해서 처리해야 하며, 교통사고 보험 혹은 산재보험을 통해 피해 노동자의 충분한 치료와 보상, 그리고 건강하게 작업에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복귀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고처리의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하고, 이러한 관행이 발생할 경우, 업무상 발생한 사고에 대한 부당한 처리라는 점을 알리고, 이에 대해 노동부에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조건이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일단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본인의 특별한 과실이 없는 한 통상적인 업무상의 재해로 보고, 사고 처리과정에서 노동자가 정신적인 고통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Karl Peltzer(2004)등에 의한 저널에 따르면 교통사고 후에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삶의 질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에서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받아들이는 운전자에서 삶의 질이 더욱 떨어졌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리 과정이 운전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다음의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겠다.
1) 업무 중 사고에 대해 산재처리로 일원화
운전노동자가 다치는 사고인 경우 무조건 산재처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산재보험과 교통사고보험간의 재정의 구상권은 그들간의 문제이고, 일하면서 다친것은 산재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야 일하면서 다쳤다고 하는 것이 공식화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도 마련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2) 사고에 대한 본인부담 없애기
사고로 인해 인상되는 보험료를 대신 낸다거나, 보험 처리를 하지 않고 본인이 알아서 처리하거나 하는 것은 없어져야 하고, 이런 모든 형태의 사고가 운전노동이라고 하는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임을 감안하여 간접임금의 형태로 이미 산재보험, 교통사고 보험을 가입하고 있음으로 본인부담을 하는 것은 이중부담이며, 스스로 운전자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3) 사고발생 후 공식 휴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심리적 부담을 가지고 계속 운전을 하게되는 경우 이차적인 사고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는 수준에서 3일정도의 공식휴가를 주고, 이 기간 동안 기본급의 70%를 지급하는 유급휴가를 주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2차 사고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운전자가 무리하게 운전을 하여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 보다 더 큰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리한 대안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다. 승객과의 갈등 문제 해결
2000년 미국산업안전보건청(OSHA,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의 보고에 따르면 타직업에 비해 택시운전자가 살해당할 위험이 60배 높다고 하였으며, 비치명적인 사고를 당하는 비율도 경찰과 경비원 다음으로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총기소지는 금지되어 있으나 술취한 승객과의 갈등은 매우 흔히 발생하며, 승객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이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대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1) 운전자 보호시설 마련
현재 일부 버스에 설치되어 있는 운전자 보호시설이 모든 버스와 택시에도 설치되어야 한다. 운전자 칸막이를 설치한 이후 운전자에 대한 폭력이 감소하였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산업안전보건청의 보고서에 나와있으며, 갈수록 증가하는 승객들로부터 운전자 보호를 위해서는 꼭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다.
2) 운전자 응급 보호조치 체계
승객과의 갈등이 발생하거나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거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미국산업안전보건청의 지침에는 자동차 앞이나 뒷범퍼 부분에 소리없는 경보등(silent alarm)을 설치하여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운전자가 켤 수 있게 함으로써 경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침이 제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차안에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택시의 경우 트렁크 안쪽에서도 트렁크를 열 수 있게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 등도 나와있으므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3) 승객과의 갈등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대응법에 대한 교육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승객과의 갈등을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산업안전보건청의 지침에도 운전노동자들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이 언급되어 있고, 미국택시리무진협회(International Taxicab and Livery Association)에서는 모든 운전자가 지역 경찰서에서 방어훈련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월 2시간 이상의 운전노동자 안전 관련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사업주 부담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도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월 2시간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규정을 이용해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라. 의학적 관리방안
운전노동자들이 설문의 결과에서처럼 상당히 정신건강의 위험에 놓여져 있다. 정신건강이 더 악화되기 전에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건강진단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운전노동자들 역시 특수건강진단의 대상자가 되어야 하고, 적어도 2년에 한번씩은 정신건강을 평가할 수 있는 건강진단의 도입이 필요하다.

1) 정신건강 조기진단을 위한 건강진단 체계 도입
현재 화학물질 취급자들에게 수행되고 있는 특수건강진단처럼 운전노동자들에게도 정신건강의 조기진단을 위한 건강진단이 실시되어야 한다.
2) 사고발생 후 정신과 면담 지원
사고 발생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해가 발생될 위험이 있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정신과 면담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Kitty K. Wu(2006)등은 교통사고 경험자의 5-20%가 외상후스트레스를 겪으며, 사고 후 1주일 내에 급성 스트레스를 호소한 사람들에게 만성적으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따라서 사고 후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조기에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지하철 기관사의 경우처럼 이를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운전노동자 역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위험이 있다고 봤을때 정신과 혹은 산업의학과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개인의 비밀보장이 될 수 있도록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곳은 개인의 신상을 알리지 않고, 몇 건의 상담이 있었다는 것만 회사에 통보하도록 한다.

맺으며
버스, 택시 등 운수노동자들은 그동안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장시간 노동을 해왔다. 또한 이러한 노동조건은 근로기준법상의 잘못된 예외 조항으로 인해 제대로 된 노동시간을 인정 못받고 있으며 당연한 산재보상의 권리까지 침해받고 있다. 특히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이들 노동자들의 건강은 전체 국민들의 안전과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운수노동자의 신체 건강 및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운수노동자들의 투쟁과 노동사회단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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