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11월호 / 기획] 석면방직공장 퇴직노동자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내일은 어제와 다르다!!”

일터기사



기획 _ 석면 7


석면방직공장 퇴직노동자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내일은 어제와 다르다!!


부산연구소 상임활동가 이 숙 견

과거 부산경남지역은 석면방직공장이 많았습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분들이 다녔던 회사도 석면방직공장(제일화학)입니다. 다른 공장보다는 조금 많이 받았던 월급으로 주위의 노동자들에게 부러움을 받았던 그들, 가족 중 한명이 이 공장의 문을 두드리면 그것을 인연으로 형제, 자매들이 함께 다니게 됐던 이 공장, 여기 과거 어떠한 일이 있었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 어제

“당시 공장안은 안개가 자욱 낀 것처럼 보일 정도로 석면먼지가 심했습니다. 멀리 있는 사람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죠.
12시간 2교대를 했는데 교대시간에는 잠시 기계를 끄고 먼지 청소를 합니다. 눈이 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석면먼지투성이였습니다. 빗자루로 쓸다 못해 아예 합판을 잘라 눈 치우듯이 기계 위에 쌓인 석면먼지를 아래로 치웠습니다. 이를 다시 모아 자루에 넣어 시트패킹 부서에 가져다 주면 이를 활용해 다시 제품을 만듭니다.”

“석면이란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석면이 발암물질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회사는 아무것도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우리중에 한명이라도 석면이 이렇게 무서운 물질인줄을 알았다면 석면가루가 눈처럼 쌓인 작업현장에서 도시락을 까먹고, 공장안에서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서 먹으며 안개가 자욱 낀 현장안에 면마스크 하나만 끼고 일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 당시 일본 니찌아스에서 기계점검을 하러 일년에 한두 번씩 공장을 방문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왔던 일본사람들은 마치 우주복처럼 생긴 옷과 마스크를 쓰고 현장안을 돌아다니면서 기계를 점검하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희한하다고 생각은 하였지만 별로 중요하게 생각은 안했죠. 그런데 이유가 다 있었던 것입니다”

“둘째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몸에 이상증세를 느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보건소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결핵이라고 했습니다. 결핵이라는 진단을 받고 가족들에게 결핵균을 옮길까봐 남편과 각방을 쓰고, 마스크를 쓰고 밥을 하고, 제가 사용하는 모든 그릇과 수건 등은 따로 소독을 해서 지내야 했습니다.”

# 오늘

2007년 12월 4일 악성중피종을 앓다가 사망한 제일화학노동자 원점순씨에게 1억 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그 동안 석면관련질환으로 인한 산재인정을 요구하는 소송은 있었지만 회사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한국에서 처음이었고, 이 판결을 계기로 제일화학에서 일을 하였던 피해노동자와 제일화학 주변의 피해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 12월 28일 제일화학피해자모임이 처음으로 모임을 가지던 날, 20여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2~30년만에 만나게 된 동료들을 보면서 반가워하고, 서로의 고통에 대하여 아파하기도 하고, 그리고 먼저 죽은 동료의 소식에 눈물을 짓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모임을 통하여 내가 왜 그동안 기침, 호흡곤란, 흉통으로 힘들었는지, 내 가족이 왜 고통을 받다가 사망하게 되었는지, 석면으로 인한 피해-현재까지 파악된 석면관련 사망자는 32명, 산재요양자 7명, 11명이 산재신청중임-가 얼마난 심각한지 알게 되면서 석면피해자모임이 해야 될 역할에 대하여 고민하고 논의하고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모여진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집회, 선전전, 언론선전-을 동원해서 피해자 조직 및 선전을 진행하였고, 조직된 피해자들에게는 석면수첩발급, 산재요양신청, 소송 등의 지원활동을 하였습니다. 2009년 현재까지 제일화학 석면피해자 모임을 다녀갔고 함께 하는 피해자는 140여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피해자 모임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역에서 석면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소속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현재 산재인정과정에서 석면폐증에 대한 인정기준의 문제가 있어 근로복지공단, 노동부를 상대로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 탄광폐를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는 인정기준을 석면폐에 맞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생존권을 위한 보상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석면피해노동자와 가족들이 제일화학, 국가, 일본 니찌아스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책임소송을 진행중입니다. 석면의 유해성을 알리지 않고 아무런 예방조치를 시키지 않고 일을 시켰던 회사와 석면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지 못한 국가의 책임, 일본에서 석면문제가 발생하자 위해성을 알고도 한국으로 석면방직기계를 수출하고 그것도 모자라 합작회사를 만들어서 한국노동자와 국민을 석면의 위험으로부터 노출시킨 니찌아스의 비도덕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책임에 묻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 내일

석면피해자 모임 결성이후 전국적으로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구성되고, 부산지역에서도 부산지역 석면추방대책위가 만들어졌습니다. 많은 석면피해자들이 모여들고 있으며, 전국 곳곳에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환경성 석면피해자의 구제, 과거 석면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구제문제 및 앞으로 발생될 미래의 석면피해자들을 위하여 석면특별법이 올바르게 제정되도록 요구하고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많이 늦었지만 현재 국가차원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석면관련법과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감시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계속적인 피해를 유발하는 석면산업의 국가간 이동을 저지하고 전 세계 곳곳에서 석면없는 사회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대활동과 석면피해자간 교류활동 또한 필요합니다.
비록 몸이 불편하고 힘들지만 이러한 일들을 함께 할 수 있고 해야되기에 피해자모임이 중요하고 더 많은 석면피해자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글을 마무리하며, 석면피해자모임에 함께하고 계시는 피해자분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고통스러운 우리의 과거가 다시 또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위하여 그리고 석면피해자들이 제대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싸우고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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