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l 08월ㅣ일터다시보기]피해자지지 모임에 함께 합시다!

일터기사

피해자지지 모임에 함께 합시다!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손 진 우

괴물이 되어 돌아온 사건
올 초 각종 언론매체에 집중보도 되면서 알려진 민주노총 성폭력사건은 운동사회를 또 한번 혼란에 휩싸이게 했다.
다양한 수준에서 논란이 번졌다. 특정정파 소속 개인의 가해자의 사건을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것에서부터, 이 사건을 검경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운동사회에서 조직적으로 처리할 수 없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매우 다양한 쟁점이 촉발됐고, 추측과 의혹도 수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정작 사건의 피해자가 지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을까를 고민하기 보다는 내외에서 제기되는 도덕성 시비와 각종 공세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먼저 생각했던 것 같다. 또한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수준의 쟁점들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가를 생각한 나머지, 정작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는 크게 고민하지 못했다. 정말 돌이켜 보면 참 부끄럽다.

아무튼 그렇게 모두를 경악하게 했던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와 2차 가해자들에 대한 제명으로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마무리 되는 듯 했다. 민주노총대의원대회는 [김** 성폭력사건 진상규명특위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전교조는 성폭력징계위원회 차원에서 ‘조직적 은폐 조장 행위’로 2차 가해를 저지른 조합원 3명을 제명처리했다. 물론 이러한 조직형식적 갈무리가 피해자의 상처 치유와 복귀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것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2차 가해자에 대한 전교조의 재심의’라는 형태의 더 엄청난 괴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2차 가해자들은 피해자에 대한 한마디의 사과는 커녕, 2
차 가해 사실을 전면 부정하며 피해자를 두 번 죽였다. 그리고 피해자를 전교조를 음해하고, 전교조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린 조직에 대한 음해자/가해자/반조직적 행위자로 낙인찍었다. 그리고 재심의를 거치며 ‘제명’은 ‘경고’로 탈바꿈했다. 이 괴물은 자신의 아픈 경험이 운동사회의 여성주의/ 반성폭력 운동의 일정한 진전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던 피해자 그녀를, 그간 반성폭력운동, 여성주의 운동의 진전과 뿌리내리기를 위해 노력해왔던 수많은 주체들을 또 다시 절망으로 밀어넣었다.

무엇을 고민해야 했던가?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이후 09년 일터 3월호(통권 63호)에는 [민주노총 성폭력사건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라는 칼럼을 통해 일터독자와 연구소 회원들에게 고민꺼리를 던졌다. 칼럼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운동사회에서의 성폭력 문제, 그리고 조직적 은폐․축소하려는 상황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 ‘성폭력사건 발생 이후 해당조직의 반성폭력 내규나 규약을 제정하는 것으로 사문화되어 버리는 고민을 어떻게 진전시킬 것인가’,‘ 사건의 처리에만 급급한 운동조직들의 조직문화를 넘어서 일상에서 여성억압을 고민하고, 여성해방의 과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당시는 이 사건이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며, 이 사건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왜곡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믿음은 산산조각났고, 조직보위/조직의 명예라는 논리 앞에 철저히 고립되어 버린 피해자를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다.

피해자 지지모임에 함께 하자!
다행히 전교조의 몰상식한 성폭력 2차가해자 재심의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발표했던 개인과 단체성원들이, 재심의 결정 이후 지금은 ‘민주노총 김**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지 모임’(cafe.daum.net/anti-sv)을 구성하고, 피해자와 함께 싸우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그때부터 피해자의 상처보듬기, 감싸기를 위한 지지와 연대가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늦었지만 이러한 활동이 시작됐으니 힘을 보태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아주 작은 실천이라도 피해자에게 그리고 운동의 역사에서는 매우 소중한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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