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 04월 | 성명] 4월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에 부쳐

일터기사

4월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에 부쳐



암울하고 참담한 시기이다.

노동현장이 암울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누가 떳떳하게 답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 오늘의 암울함이 과거부터 누적되어 온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이 죽고 다쳐도 누군가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지금이 암울하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무뎌지고 무뎌지는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 하지 않는 우리 스스로의 한계와 오류를 성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누구를 탓하기보다 우리 스스로가 철저하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상시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일상.

그래서 산재법 개악이 닥쳐도 당장 ‘내 일은 아니야’라고 외면했던 나와 너, 우리 모두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강도 강화와 불안정한 작업 속에서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들어 가면서도 신음소리 한번 내보지 못할 정도로 현장은 숨죽이고 있지 않은가.

개악 산재법의 횡포 아니 폭력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어 치료받을 권리를 유린당하고 있다. 날로 더해 가는 노동강도. 오로지 생산성 향상에 맞추어진 작업환경 개선 앞에 ‘노동시간 단축’과 ‘인원 충원’과 같은 요구는 당위적인 구호 혹은 교섭에서 뭔가 우위를 점하기 위한 요구로 전락하고 있다.

게다가 다치거나 병들어도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앞에 죄인 마냥 머리를 조아리고 판정을 기다려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졌다. 근로복지공단은 한 해 1조원 이상의 흑자를 본다고 떠들어 대지만, 결국 병든 노동자를 거리에 내몬 결과라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렇지만, 우리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자본을 향해 제대로 칼끝을 겨누었던가?

아니 우리 스스로의 현실과 필요에 발딛고 있었는가?

우리 스스로도 ‘고용’ 이데올로기에 갇혀있지는 않았던가?

잔업과 특근이 일자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 앞에 우리 스스로는 어떤 문제제기를 해왔던가?

묻고, 되묻자. 그리고 우리의 일상, 노동, 삶을 제대로 돌아보자.

무뎌진 우리의 지향, 잣대, 요구, 행동으로 누가 현장을 지배를 하게 되었는가를 말이다.


4월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 제대로 싸움을 준비하자!

처참해진 현장 앞에서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은 어떤 의미일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현장노동자들과의 공감은커녕 소통조차 여의치 않은 채, 몇 년째 똑같이 하릴없어 보이는 건강권 투쟁의 요구를 반복하고 있는 현실을 똑바로 곱씹어야 한다. 1회성 교육, 집회, 선전은 1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의례적인 행사는 허공에 흩어질 뿐이다. 4월 한 달만 반짝하고, 나머지 기간을 침묵하는 이유를 올곧게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아래로부터 현장의 투쟁과 현장노동자의 맘을 조직해내야 한다는 고민과 주장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대신 싸우는 투쟁이 아니라면 말이다.


‘4월 건강권 투쟁의 달’, 이 사업을 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한번 임해보자!

자본과 정권은 이미 우리를 알고 있다. 소나기 피하듯 4월을 피하면 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일회적인 투쟁과 집회, 요구는 결국 우리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노동자의 단결력과 기본권을 강화하기 위해 건강권의 요구를 현장노동자의 공감과 참여아래 재조직해야 한다. 아픈 노동자들이 ‘아프다!’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도록 저항을 조직해야 한다.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번질 때 ‘건강권 투쟁’도 ‘노동강도’의 문제도, ‘작업 개선’ 투쟁도 제대로 전개될 수 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작지만 소중한 싸움에 제대로 불을 붙이자!

노동부 항의 방문과 근로복지공단 집회를 뛰어넘어, 모든 사업장에서 노동자 건강권이 무시되는 현실을 고소․고발하는 작지만 구체적인 과제에서 싸움을 준비하고 시작하자. 노동안전, 노동보건과 관련한 유해위험 요소에 대한 고소 고발 투쟁과 함께 작업환경 개선 투쟁을 전개해 나가자. 이러한 싸움에 힘을 불어넣고, 전체 모든 노동자들에게 우리의 건강권이 자본의 이윤보다 소중한 것임을 만천하에 당당히 이야기하자. 산재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울려 퍼지게 만드는 투쟁을 전개하자.

4월을 기점으로 다시금 싸움을 시작하자! 노동자의 몸과 정신을 갉아먹는 자본가와 권력에 저항하는 선포의 시기로 4월을 힘차게 만들어 가자!


2010년 4월 8일

건강한노동세상,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산업보건연구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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