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ㅣ12월ㅣ뉴스] 서울대병원 간병노동자도 에이즈 위험에 노출 외…

일터기사

서울대병원 간병노동자도
에이즈 위험에 노출

청소노동자 최모(55·여)씨는 지난 11월 14일 에이즈 환자가 쓰던 병실을 청소하던 중 침대 매트리스 사이에 있던 주삿바늘에 손을 찔렸다. 환자는 에이즈와 B형 간염을 앓고 있었다. 최씨는 병원 진단 후 B형 간염 항체 주사를 맞고, 항바이러스제를 먹으며 치료를 받고 있다.
최씨는 “약을 먹으니 속이 메스껍고 온몸에 기운도 없다”며 “최근 청소노동자가 에이즈 주삿바늘에 찔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해서 청소할 때마다 조심했는데 나한테도 이런 일이 닥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씨는 용역업체에서 치료비를 부담하기 때문에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같은 병원에서 에이즈 환자를 간병하던 박모(63·여)씨도 지난 10월21일 병실에서 주삿바늘에 찔린 후 지금까지 검사 및 치료에 60만원이 들었지만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박씨는 “병원에 치료를 요구했지만 자기네 과실이 아니라고만 했다. 계속 따지니 위로금을 준다면서 넘기려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료연대 이영분 분회장은 “지난 10월 언론보도가 나간 뒤에도 며칠 동안은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다시 주삿바늘이 아무데서나 보인다”며 “병원에서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의사와 간호사에게 주삿바늘 취급 교육과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사건 당일 응급실 진료 후 외래진료를 통해서 감염 여부를 체크 중이고, 노동자들이 바늘에 찔렸을 경우 응급실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에이즈 주삿바늘에 찔렸던 청소노동자 서모(55·여)씨는 10월 언론보도 이후 산재처리를 받았고 12월 3일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도 인정됐다.

화려함 뒤에 골병들고 유산하는 미용노동자들
– 헤어·네일·피부·메이크업 등 미용노동자 70% 산재보험 미가입․ 근골격계질환·유해물질에 무방비 노출 –

화려한 이미지와 달리 미용 노동자들이 유해 화학물질과 근골결계질환 등에 노출돼 각종 업무상재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여성사업장임에도 자연유산율이 높아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은 ‘미용분야 노동자의 산업안전보건실태 및 건강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미용 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 미용 노동자 491명(헤어 147명·네일 149명·피부 98명·메이크업 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72.5%가 작업 중 몸에 이상이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58.7%는 작업으로 인해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26.3%는 지난 1년 동안 사고나 재해를 경험했다. 사고 종류는 도구 사용으로 인한 베임이 43.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하지정맥류 등의 근골격계 이상이 37.8%로 나타났고 신체부위별 근골격계질환은 어깨(27.1%)가 가장 많았다. 이어 △허리(22%) △손목·손가락(14.3%) △팔·팔꿈치(11.2%) △무릎(9.4%) 등이 뒤따랐다.
건강이상에 대한 자극증상 조사에 따르면 ‘피로감을 많이 느낀다’는 응답이 85.5%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인 ‘여성직종’임에도 노동자들은 다양한 여성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4.3%는 자연유산을 경험했고 몸이 붓거나(58.9%), 생리 불규칙 (44.6%) 등의 이상 증상도 호소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사고나 재해 등에 대해 개인 실비처리(60.6%)와 개인보험(29.9%)으로 처리한다고 답해 대부분 개인적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31.7%에 불과했다. 또 61.9%는 사업장에서 제품 사용과 작업시술 관련 안전보건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해 안전보건교육의 제도적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미용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약 3천여종에 이르며, 이 중 30%는 독성물질로 분류됐다. 하지만 한국 미용 노동자들은 화학물질에 대해 적시한 안전보건자료(MSDS) 비치 여부에 대해 88.8%가 모른다고 답했다.
이는 열악한 작업환경에 기인한 탓이 크다. 미용업은 고속 성장한 대표 서비스 업종으로 약 20만명 이상의 이·미용업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 ·감독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 방치돼 최소한의 노동 기본권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11%가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형태는 정규직이 33.2%, 비정규직 34.6%, 개인사업자 27.9%였다. 미용 노동자들은 절반 이상이 주 6일 근무에 하루 11시간가량을 일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대부분 5년 안에 그만두고 다른 분야의 일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미용업은 산업이 발달해도 기계화할 수 없는 인적 서비스 산업으로 인해 육체적·정신적 노동이 동시에 요구된다. 또 유해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작업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건강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나 정부와 사업주의 대책은 전무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실태 발표와 함께 미용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제언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4대 보험 가입 의무화와 최저임금 준수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유통업 등 서비스노동자, 장시간 노동으로 건강악화심각
– 백화점 입점업체 노동자들, 연장근로 제한 초과해 근무 –

백화점 입점 업체의 노동시간이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연장근로 제한을 초과하고 있으며, 이 곳에서 일하는 서비스노동자들은 장시간노동 탓에 각종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 56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하는 서비스노동자의 증상이 심각했다.
12일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류현철 산업의학의가 여성 서비스노동자 295명을 대상으로 장시간노동의 건강영향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당 56시간 이하를 근무한 노동자 중 65.9%가 속쓰림·소화불량·만성설사·변비 등의 증상을 보인 반면, 56시간을 초과한 노동자들은 80%가 이같은 증상을 호소했다. 배뇨통·빈뇨·방광염 등 비뇨기계 증상은 각각 29.4%·48.5%로 차이가 났다. 성대결절·만성인후통 등 이비인후과증상은 44.6%·73.5%로 차이가 났고, 불면증·탈모·우울증·대인기피 등 스트레스관련 증상은 50%·78.1%로 격차가 벌어졌다. 반면 어깨·목·팔 등의 근육통과 하지의 근육통, 두통·눈의 피로 등의 증상은 56시간 이하 근무 노동자나 56시간 초과 근무 노동자 모두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대형마트·호텔·면세점·백화점 입점업체 등 11개 조사대상 업체 가운데 노동시간이 가장 긴 곳은 백화점 입점업체였다. 11개 업체의 평균 주당 노동시간은 45.4시간이었던 반면, 백화점 입점업체 세 곳의 주당 노동시간은 각각 59.1, 59.3, 54.6시간으로 높게 조사됐다. 백화점의 상시적인 연장영업으로 인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이 실제 조사에서 입증된 것이다.
류현철 산업의학의는 “주당 56시간을 초과해 노동하는 경우 업무관련증상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서비스노동자들에게 물리적 노동시간 단축과 더불어 표준적 근무시간을 확보하도록 해서 사회적 활동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연맹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미경 민주당 의원·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후원으l로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최근 편의점을 비롯해 대형마트와 패스트푸드점에서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며 “영업시간 연장은 서비스노동자에게 필연적으로 장시간근무·교대근무를 하게끔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이미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통산업 근로자 보호와 대규모점포 등의 주변생활환경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은 유통산업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일요일·공휴일에는 휴업하고, 평일과 토요일의 경우 백화점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대형마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정리 _ 한노보연 선전위원 안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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