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ㅣ12월ㅣ연구소리포트] 직업손상 환자의 산재보험 이용 현황

일터기사

직업손상 환자의 산재보험 이용 현황
: 응급실 기반 자료를 이용하여

서울대 보건대학원 노 영 선
서울대 의대 응급의학과 신 상 도

1. 들어가며

국제보건기구(WHO)가 제안한 손상외인에 관한 국제 분류(ICECI)에서는, 직업손상을 “어떤 사람이 경제 활동이나 직장 등의 급여를 받는 일(Paid work-related injury)에 종사하던 중 발생한 손상”으로 정의하였다(WHO 2008; 산업안전공단 2008). 그러나 이 정의는 각 나라마다 운영하는 산재보험에 등록된 산재보험 환자와는 그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장 제37조에는 업무상 사고에 대하여 매우 구체적인 정의가 있다. 기본적으로 원인이 업무상 사고이어야 하고, 산재보험 적용 사업장에서 발생하여야 하며, 손상을 당한 환자가 산재보험 요양 승인을 요청하고 이를 관할 기관에서 승인한 경우에 한하여, 업무상 사고로 인정되어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러한 산재보험 자료는 현재 우리나라 대표적인 직업손상 통계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산재보험 적용 기준을 벗어날 경우 비록 근무 중 손상이라고 하더라도 산재보험 손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따라서 산재보험 승인자료는 실제 직업손상 발생 환자의 규모를 저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받아 왔으며, 나아가 산재보험요양 승인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료로서 구체적인 작업환경, 위험요인 등의 자료가 부족하여 손상의 인과관계 등을 분석하는 데 취약하다. 질병관리본부의 2004년 퇴원 환자 조사 자료를 보면, 전체 손상으로 인해 입원한 환자의 약 13.4% (104,561건)이 직업손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이 환자들 중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 보험 혹은 일부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된 경우가 약 39.3%로 나타났다. 이러한 보고들을 미루어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직업손상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직업손상의 전체 규모를 파악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산업안전공단 2008).
직업 손상은 적절한 노동 환경의 제공, 손상 예방 장비의 보급 및 착용, 손상 예방에 대한 교육, 법적 제도적 관리 등을 통하여 예방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확한 발생 규모, 위험요인에 대한 관련성 평가, 중재수단의 개발 및 적용이 없다면 직업손상을 감소시킬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확한 발생규모의 평가, 위험요인 파악 및 관련성 분석, 중재 방법 개발 등을 위해서는 보다 적합한 직업손상 감시체계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연구 목적

응급실은 환자가 손상을 수상한 후 방문하는 최초의 의료기관(Gate)으로, 환자가 발생하였을 당시의 환경, 목격된 정황들, 환자의 상태 등을 가장 근접하여 파악할 수 있는 시공간적인 장점을 가지며 손상의 다양한 중증도를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임상적 공간이다. 또한, 응급실 기반 손상 감시는 위험요인의 평가가 연속적으로 수행될 수 있어 손상의 시계열적 특성을 분석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응급실 기반 직업성 손상 감시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다른 자료원이 많이 있지만 응급실 기반 감시체계 (National Electronic Injury Surveillance System, NEISS)를 구축하여 대표성 있는 직업손상 환자 발생 규모 및 위험요인을 추적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질병관리본부가 운영하는 심층 손상감시체계와, 소비자원 운영하는 소비자 위해 손상 감시 등이 응급실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응급실이 비교적 실시간 빠르게 환자를 감시 등록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현장의 위험요인에 대한 수집이 가능하고 임상적 진단과 치료라는 면에서 감시 자료로서 양호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응급실 기반으로 수행된 시범연구의 결과로 수집된 자료를 통하여 직업손상 환자의 발생 규모를 파악하고, 직업손상 환자의 산재보험 이용 현황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3. 연구 방법

(1) 직업손상 정의
본 연구에서는 WHO의 정의에 따라, 직업손상을 “경제적 이유를 목적으로 한 근무 중 발생한 손상”으로 정의하였다.
(2) 자료수집 및 분석 방법
전국의 응급실을 방문하는 직업손상 환자의 특성을 고루 파악하고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 응급실 중에서 지역을 고려하여 표본병원을 선정하였다. 표본 병원 선정을 위하여 응급환자진료정보망(NEDIS) 2009년도 자료를 기준으로 전국 16개 시도의 응급실 방문 환자에 대한 기초자료를 구축하였으며, 이 중 권역응급의료센터(Level1) 20개소와 지역응급의료센터(Level2) 127개소 중 제주도를 제외하고 지역별로 고루 10개소를 임의 추출하였다.
2010년 7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4개월 동안 전국 10개 병원에서 직업손상으로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자체 개발한 응급실 직업손상 감시 조사표를 이용하였고, (1) 직업손상 환자의 손상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를 비롯하여 병원전 정보, 손상 정보, 진료 정보, (2) 직업손상 환자의 직업 및 재해 특성, 사업장 특성, 직업과 관련된 개인 특성에 관한 정보, (3) 직업성 손상이 다발하는 설비, 기계와 건설업 재해의 특성에 관한 정보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였다. 10개 표본병원의 응급실에서는 진료 중에 전향적으로 기초적인 자료를 수집하였고, 연구 코디네이터가 이를 수정 보완하였다. 기초자료가 수집되면 산업의학과 전문의 혹은 전공의에게 의뢰하여 자문을 구하고 질관리를 통하여 최종 자료를 구축하였다. 직업손상 환자의 보험에 대해서는, 응급실에 내원하였을 때의 보험종류와 1개월 후 최종 보험에 대하여 전화로 추적 조사하였다. 각 조사 항목을 기반으로 빈도와 분포를 분석하였다. 아울러 이번 자료를 2009년도 산재보험 이용자료와 비교하였다.

4. 연구 결과

시범사업기간 10개 표본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한 직업성 손상 환자는 전체 2,147명이며 이중 남성이 1,858(86.5%)로 여성 289명(13.5%)에 비해서 현저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연령 범주별 분포를 보면, 40세 이상-49세 이하 구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는데, 이는 산재보험 승인자료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직업 분포를 보면 기능원 및 관련기능 종사자(22.1%), 단순노무 종사자(20.8%) 그리고 기술공 및 준전문가(11.2%)로 대부분 직접적으로 기계 작업이나 생산 활동에 실제적으로 참여하는 직업군에서 손상이 많이 발생하였다. 직업손상의 업종별 환자 분포를 살펴보면, 제조업(39.3%), 기타의 사업(27.6%), 건설업(16.8%) 순이었으며, 이는 2009년 산재요양승인 통계에서 나타난 업무상 사고 다발 업종인 기타의 사업(30,716명, 34.5%), 제조업(29,779명, 33.4%), 건설업(20,267명, 22.7%)과 다른 분포를 보였다.
재해 발생 시점은 79.9%가 정규 작업 중에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출퇴근 시간, 잔업 중에도 각각 6.3%, 5.3%로 적지 않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었다. 전체 2,147명 환자 중 12% 이상이 응급 혹은 정규 수술을 실시하였으며, 15.7%의 환자는 입원하였고, 21명(1.0%)의 환자는 사망하였다. 사망한 환자 21명의 업종별 분포는 건설업(28.6%), 제조업(23.8%), 농업(19.0%) 순이었으며, 2009년 산재요양승인 통계에서의 사망 환자의 업종별 분포는 건설업(559명, 39.9%), 제조업(392명, 28.0%), 기타의 사업(284명, 20.3%) 순이었다.
응급실 방문 후 1달 후 최종 보험에 대한 전화 추적조사 결과, 응급실 이용에 대한 의료비 지급에 산재보험을 이용한 경우는 16.1%에 불과하였으며 대부분(69.4%)은 건강보험을 이용하였다. 사망한 환자 21명에서는, 교통사고(2명)와 농업 손상(4명)을 제외하고 산재보험 대상이 되는 15명 중 7명(43%)이 건강보험을 이용하였다.

최종 보험을 산재보험으로 처리한 환자(378명, 전체 17.6%)만 따로 분석하면, 업종별 환자 분포는 제조업(50.5%), 건설업(21.3%), 기타의 사업(19.9%) 순으로 전체 환자의 업종 분포와 그 비율이 달랐다.

5. 고찰

4개월 동안 전국 10개 표본병원 응급실에서 수행된 직업손상 감시 결과 직업손상의 주요 역학적 임상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2009년 산재보험 요양승인 자료와의 비교분석이 가능하였다.
산재보험 요양승인 자료는 서두에 언급하였듯이 업무상 사고의 기준에 부합하는 직업손상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응급실 기반 직업손상 감시 자료와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응급실에 내원한 직업손상 환자의 중증도가 증가함에 따라 산재보험 처리율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으나, 사망 환자의 40% 이상이 건강보험으로 처리하였다. 기타의 사업, 농업, 운수창고통신업의 직업손상 환자의 경우 산재보험 적용률이 타 업종에 비하여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삼재보험 이용자료를 이용하여 근무 중 발생하는 직업손상의 규모를 파악해온 그 동안의 정부 통계 산출 방법에 상당한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산재보험 이용자료가 포함하지 못하는 직업손상 환자들의 규모와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지 직업 손상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손상 감시체계가 그러하듯이, 하나의 자료원 만으로 전체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여러 가지 손상감시는 각각 장점과 단점을 가진다. 따라서 각각 적절한 목적을 위하여 다양한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직업손상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근거로 예방 프로그램의 개발, 적용, 그 효과의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심층적이고 효율적인 전문조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요 위험요인을 전향적인 방법으로 수집하고, 사고 발생 직후인 응급 단계에서 손상의 역학적 원인을 조기에 파악한다면, 자료의 정확성을 유지하고, 필요할 경우 즉각적인 예방 수단을 제공할 수 있어 감시-위험요인 평가-예방 수단의 제공-손상 발생의 감축 등으로 이어지는 손상감시의 기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참고문헌

산업안전공단. 2008년도 산업재해 분석. Available at http:// http://www.kosha.or.kr/information/statistics/statistics.jsp?menuId=6&rootNodeId=806&selectedNodeId=3025&subMenuId=4.
질병관리본부. 우리나라 손상자료의 통합적 분석과 손상 통계집 생산. 2006
정구영. 응급실 손상환자 표본심층조사 운영 및 평가 모형개발.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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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C. The national occupational research agenda (NORA). Cincinnati, OH: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CDC, 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2006. Available at http://www.cdc.gov/niosh/n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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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External Causes of Injuries (ICECI). Available at http://www.who.int/classifications/icd/adaptations/iceci/en/index.html.
WHO.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External Causes of Injuries (ICECI). Version 1.2. Available at http://www.rivm.nl/who-fic/ICECI/ICECI_1-2_2004 July.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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