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ㅣ12월ㅣ 소설 쓰는 이강] – <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5화 –

일터기사

– <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5화 –

혜화 아줌마. 눈이 잘 안 보이나봐. 나랑 같네. 하얀 눈동자 말이야. 아줌마가 할머니 어깨를 주무르고 있어. 졸면서. 그것도 나랑 같네. 난 졸리우면 낮잠 자는데, 아줌마는 안 자.

혜화 아줌마. 눈을 떠보니 청소를 하고 있어. 쑥 위로 커버린 민오는 그 옆에서 어지럽히고. 그리고 지오, 나의 지오는.. 이제 방에서 잘 안 나와. 혜화 아줌마가 문을 두드리고 사과를 가져다 줘도 지오는 짜증을 내고 문을 닫아버려. 그것도 나랑 같네. 내 메트로눔 꼬리는 조금 속도가 느려졌을 뿐, 여전히 지오 앞에서 요란하게 흔들리는데.. 이런 나도 지오는 잘 안 봐주거든.

(삽화=타래)
혜화 아줌마. 부엌 옆방에서 사진을 보네. 사랑하는 딸인가 봐. 아줌마가 한숨을 푹- 쉬는데, 하얀 눈동자 위에 반짝 이슬이 맺혀. 그리운 거지? 그것도 나랑 같네. 나도, 전생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거든. 혜화 아줌마, 나랑 같은 게 많네. 할머니가 부르니까 얼른 눈물을 닦으면서 일어나. 할머니 요새 어깨가 많이 아픈가봐. 또 혜화 아줌마는 졸면서 어깨를 주물러. 아이구 시원하다..하는 할머니도 조셔. 한참 뒤에 고마우이.. 하고 할머니가 인사를 해.

다시 부엌방으로 돌아온 혜화 아줌마는 자기 혼자서 어깨를 주물러. 한참을…

그렇게 계속 주물러..

엄마, 아빠, 할머니 방에 불이 꺼지고, 지오 방 불도 꺼졌어. 나는 살그머니 부엌방으로 들어가. 오늘은 혜화 아줌마랑 같이 잘테야.

혜화 아줌마, 어깨 주물러 주지 못 해서 미안해요.
지오가 차갑에 구는 것도 미안해요.
그리운 딸을 못 보는 것도 미안해요.

그 대신 옆에서 있어 줄게요. 몸을 동그랗게 말아 혜화 아줌마 등에 엉덩이를 데고 잠이 들어. 아줌마 손이 나를 쓰다듬어.

잘 자요..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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