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11월|노안활동가에게듣는다]“안전보건은 최우선 가치여야 한다”

일터기사

▲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한인임

“안전보건은
최우선 가치여야 한다”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한인임
▴정리 _ 선전위원 흑무

– 교육센터에 대한 소개부터
1999년에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문을 열었고 2002년 즈음, 우리의 연구를 현실 운동과 소통·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이것이 교육센터의 시작이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안전보건에 있어 의제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다시말해 컨텐츠를 개발하는 곳이라면,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이하 교육센터)는 그 컨텐츠를 어떻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의제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개발하는 곳이다. 예를 들어 교육센터에서는 연맹의 특수성을 고려한 활동가 양성 교육도 한다. 해당 연맹과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물이 있다면, 활동가 양성교육을 연맹과 준비하며 단·중기 과제를 함께 선정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 이후에도 연맹과의 공동사업을 통해 단·중기과제를 함께 점검하는 식으로 말이다.
교육센터의 핵심과제는 개발된 컨텐츠를 현장과 소통하는 컨텐츠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람도 부족하고 해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는데 최근에 활동가 노현석/현재순 2인을 충원했고, 올해 말을 기점으로 교육센터가 변화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 교육센터에는 4명, 연구소에는 16명이 있는데 연구소의 16인이 연구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교육센터 성원들은 이 연구성과를 접수하고 여기에 더해 현장과 소통하는 컨텐츠로 발전시켜내는 역할을 하니, 막강한 4인의 역량이 교육센터에 포진해 있다고 보면 된다. 하하.

– 올해 진행한 사업들은 어떤 것이 있나
먼저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준)’이다. 발암물질 문제는 연구소 내 위생실의 성과를 안고 가는 것이다. 위생실의 연구결과를 어떻게 운동으로 전환시킬 것이냐가 교육센터의 고민이고 역할이다. 두 번째로는 ‘결핵 제로(0)사업’이다. ‘안전한 병원 만들기’ 사업으로 병원 노동자만이 아니라 보호자, 환자에게도 감염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 중 보편적 감염이 결핵이다. 결핵 감염 문제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이고, 이용자들도 잘 모른다. 내년 상반기까지 1차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장 조사사업도 하고 병원과 MOU도 체결할 계획에 있다.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알려내고자 한다. 세 번째로는 2차 의자 캠페인이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감정노동 문제와 원하청 문제를 제기해보려고 한다. 사내 하청이 존재하는 제조, 건설, 서비스 등의 업종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는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안전보건을 무기로 원-하청, 사내하청의 문제를 제기해보고자 한다.

– 연말이니 만큼, 올해 교육센터의 조직운영과 사업을 평가해본다면
5개 큰 영역이 있는데 그 영역에서 한 개씩만을 해왔다면 이제는 두 개씩 할 수 있는 역량이 구축되고 있다. 기획교육 사업을 기획하더라도 교육 이후 공동 사업을 어떻게 지속해나갈 것이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노력은 1, 2년 반짝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사람을 남기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힘든 작업이다.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역량이 구축되고 있으니 올해 말을 기점으로 교육센터가 맡은 일을 더 잘 해갈 수 있을 거라 본다.

– 5개의 큰 영역이 무엇인가
첫 번째로 회원 사업이다. 2006년부터「일과 건강」이라는 월간지를 발행했는데, 그 당시 연구소 활동을 지지하고 힘을 보태고픈 활동가들이「일과 건강」을 구독하는 방식으로 연구소에 함께 했었다. 그런데「일과 건강」의 발행이 중단되면서 150~200명의 활동가들을 챙기지 못했고 이들이 연구소와 함께할 방법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회원 사업을 좀 해보려고 한다. 2~3천원이라도 내면서 연구소에 기여하고 또 연구소에서 활동가들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 현장 상황에 때문에 현장 활동을 하지 못하지만, 뭔가를 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역할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가들이 뭘 해보고 싶은지 들어보려고 7월부터 전국을 돌면서 만났다. 크게 별다른 요구는 없던데, 하하… 자료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다. 수도권의 노동안전보건 의제와 변화를 소개해달라는 요구였다. 회원 사업에 대한 고민은 ‘뭘 주고, 뭘 함께 해볼까’하는 것이다. 활동가들과 소통구조를 정착시켜보려고 하는데 내년 하반기에는 어떤 형태로든 띄워보려고 한다.

두 번째로는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민주노총, 보건의료, 건설 플랜트, 서비스 연맹 등과 사업하고 있다. 얼마 전에 민주노총에서 진행한 교육에 건설기계 동지들이 무척 많이 오셨던데 교육 대상을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건설 안에도 다양한 업/직종이 있으니 건설기계, 건설 플랜트와 같이 나누어 꼭 맞는 교육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 세 번째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노동자 건강권 포럼’이 있고 네 번째는 연대활동(‘발암물질로부터 안전한 여수·광양 만들기’,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공동행동(준)’, 아주라 콘서트, 4.28 시민추모위)이다. 마지막으로는 온라인 활동인데, 교육센터의 홈페이지를 양방향 소통할 수 있는 홈페이지로 전면개편하려고 한다. 그를 위해 활동가 1인을 충원하기도 했다.

– 포럼은 어떤 것인가
일본 진보적 의료 활동가, 지식인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매년 안전보건포럼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동자, 전문가, 정당을 다 포함해서 많게는 천 명, 보통은 6~7백 명이 모여 대규모 포럼을 진행한다. 1박2일이나 2박3일로 세션을 마련해서 포럼을 진행하는데 ‘이제 우리도 이런 자리가 마련될 때가 되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경영계나 정부에서는 따로 모이는 자리가 있지 않나? 정작 우리의 안전보건 활동을 집대성하는 자리가 없다는 안타까움에서 기획된 것이다. 운동(활동), 연구, 정책연구를 모아보는 자리가 필요하다. 해보겠다고 깃발은 꽂았는데 잘 될런지… 하하. 내년 2월로 기획하고 있고 그간의 연구소와 교육센터의 성과들이 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그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동조합과 노동안전보건단체들에 기획위원회에 함께 할 것은 제안해서 포럼을 준비 중이다.
이 포럼이 다양한 집단이 함께 하는, 공동 의제를 채택한다거나 다음 해의 정책적 방향을 세우는, 일종의 전선을 긋는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 목표다. 우리 운동이 이전에는 급격한 하강 국면이었다면 최근 3-4년 동안은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이럴 때 그 흐름을 반등시킬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이 포럼이 그런 모색의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단기적으로는 ‘자리를 연다, 해본다’에 목표를 두고 있다. 하하.

– 일본에서 진행되는 포럼은 어떤 자리인가
이 자리에서 정책 의제를 만들기도 하는데 법안은 주로 로비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일본 사회의 쟁점을 공유, 공감하는 자리이고 선택된 의제가 힘을 가질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포럼을 통해 정부는 바뀌어야 하는 것이 뭔가를 살피고, 연구자들은 현장 활동가들의 고민에서 연구 주제를 세우고, 현장 활동가들은 연구 결과를 현장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얻어가는 자리이다.

– 내년에는 계획하고 있는 사업은
대공장은 알아서 잘 하고 있다. 노동안전보건활동에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교육센터는 대공장보다는 노안활동이 어려운 곳에 더 주목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자면 학교급식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경우이다. 이 사업은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에서 주도하고 노동안전보건실에서 참여하는 사업인데 근골격계팀을 꾸려 샘플 조사도 하고 개선할 제도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기도 할 계획이다.
이전에 성수동 영세사업장 사업을 했었다. 노동조합이 거의 없는 성수동에서 사업을 3년 했는데, 성과는 안 나오고 너무 힘들었다. 사업을 좀 쉬기로 결정하면서 맨 땅에 헤딩하는 식의 활동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다. 독자적으로 사업해나가는 것의 어려움을 확인하고 힘을 보태는 방식으로 사업방향을 잡았다. 청소노동자의 씻을 권리나 간병인 사업 등에 연구소와 교육센터가 가진 역량을 보태는 방식으로.

– 재정은 어떻게 마련하나
앞서 설명한 학교급식 비정규직 사업은 적자를 감내하고 진행하는 일이다. 연구소 성원들이 정부연구과제나 사업장 프로젝트로 재정을 마련하면 교육센터에서는 돈과 노력과 사람을 막 풀어서 활동한다고나 할까. 하하.

– 올해 붙잡았던 ‘화두’가 있다면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에서 13-14년을 활동하다 이곳으로 왔다. 처음 왔을 때는 노동안전보건에 대해 알지 못했고 연구소로 오면서 맡은 일도 프로젝트 매니저였다. 들어와서 1년 안되어서 교육을 하기 시작했는데 교육을 준비하며 작업환경, 근골격계질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을 알게 되었고 너무 재미있었다. 원래 정당 활동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훨씬 중요한 조직사업’이라는 판단이 섰고 여기에 몰빵하게 된 거다.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에서 제도, 대안, 경영시스템 대안을 고민했고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와서는 실태조사 하고, 그 결과에 따른 대안 만들기를 해왔다. 그러니까 사무실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았다는 얘기다. 조직사업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못했는데 올해 들어 고민하고 있다.
뭔가를 계획할 때 2-3년 고민하면서 치밀하려고 노력한다. 남들보다 판단은 늦을 수 있지만 고민하고 판단이 서면 그 때부터는 무섭게 달리는 편이다. 브레이크가 안 걸릴 정도로… 브레이크가 안걸려서 문제라는 사람들도 있다. 하하.
나는 책읽기와 술 먹기, 무척 좋아한다. 얼마 전에 「닥치고 정치」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는데 그 책에서 좌파를 씹는 내용 중에 “니네가 종교냐, 왜 죄의식을 주냐”, “실적은 낮고 논쟁만 한다. 굼뜨다”는 말이 있다. 그러면서 “대중을 지도하려고 하지 마라, 대중이 너희를 지도하기도 한다, 그냥 열어 놔라, 대중 옆에 서서 함께 가라”고 말하더라.
‘나’에게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같이 헤매면서 가는’ 것에 익숙치가 않다. 시나리오가 서야 그 다음 걸음을 뗄 수 있다. 올해의 화두라면 조직하는 방식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 할 수는 있나 하는 고민들이다.

– 노안활동을 무엇이라 생각하나
노동안전보건은 생명과 관련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근로조건 등이 제일 중요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고 노안은 우선 순위에서 자꾸 밀려나고 있다. 노안문제가 전면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우선 가치여야 하고 성인지적 관점이 있듯 ‘안전보건인지적 관점’이 자리잡아야 한다. 과로사가 발생했다면 앞으로는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을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안전보건의 가치를 중심에 두면 나머지 문제는 다 해결된다고 본다. 고용, 최저임금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안전보건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물신주의’를 스스로 극복했으면 좋겠다. 노동자 집단이 양극화되고 있는데, 삶의 조건 속에서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면 싸움의 지형은 만들어지지 못한다. 개인은 노동조합의 간부로 일하고 있지만 소비의 행태, 삶의 모습은 활동을 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이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하면 노동안전보건은 전망이 없다. 노동조합 활동이든 단체의 회원이든, 그 활동이 현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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