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11월|미디어비틀어보기]사랑은 식으면 무효, 피자는 식으면 무료?

일터기사

▲ 피자헛 광고 (홈페이지 캡쳐)

사랑은 식으면 무효, 피자는 식으면 무료?
– 교묘하게 되살아난 30분 배달제의 둔갑술!

한노보연 김 재 천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연예인이자, CF광고 스타인 이승기가 김이 모락모락하는 먹음직스러운 피자를 받아들고선, “뜨겁지 않으면 공짜~”라고 말한다. 이 유명 피자회사는 “사랑은 식으면 무효, 피자는 식으면 무료”라고 버젓히 TV광고를 해댄다. 그 회사 오토바이는 피자가 들어있는 빨간 통을 뒤에 달고서 시내 번화가를 번개처럼 누비고 다닌다. 왜냐하면 피자가 식지 않게, 광고에서처럼 ‘뜨겁게’ 해서 Hot마크가 나오게 하려면 빨리 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달을 마치고 피자가게로 돌아온 오토바이 운전자를 따라 피자 가게에 들어가 배달용 팜플렛을 건네 받았다. 주문하면 얼마 만에 배달이 될 수 있냐고 물어보니 두말없이 “30분 안”이라고 이야기 한다.

소비자에게 뜨거운 피자를 배달한다는 그 자체를 나무랄 이유는 없지만, 그것 때문에 피자 배달 노동자들이 도로 위에서 위태로운 무한질주를 해야 하고, 여전히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빠른 배달을 요구한다는 것 때문에 영~불편하기 짝이 없다. 체인점 본사의 위험천만한 정책은 광고를 통해 여과 없이 방송을 타고 있다.
2011년 1월과 2월 ‘피자 30분 배달제’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물론 그 전에도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시금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 까닭은 오토바이 피자 배달 청년노동자가 따끈 따끈한 피자를 재빠르게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곡예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그가 고액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젊은 대학생이라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일파만파로 번졌기 때문이다. 노동안전보건운동진영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사고 노동자의 소속 피자회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분 배달제’가 청년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30분 배달제’ 폐지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한 거센 비판과 항의가 이어지자 사고가 난 피자회사를 비롯해 다른 피자회사들까지 순차적으로 30분 배달제를 폐지한다고 스스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뜨거운 피자배달 때문에 목숨을 잃은 청년노동자의 죽음과 그에 대한 사회적 지탄의 목소리가 퍼진지 고작 반년도 되지 않아, 다시금 피자 신속 배달제에 대해 대한민국의 가장 유명한 피자회사가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 피자 가게를 늘려 빨리 달리지 않아도 일찍 배달을 할 수 있다거나, 다른 안전한 방식으로 뜨거운 피자를 약속하는 그런 일이 아니라 여전히 오토바이 배달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그러한 배달인 것이다.

아래는 그들이 제작한 광고 카피 글이다.
“사랑은 식으면 무효, 피자는 식으면 무료”
“뜨겁지 않으면 공짜, hot마크로 뜨거움을 확인하세요”

이승기가 TV광고 마지막에 하는 말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뜨거움이 눈으로 보여요” 이러한 카피대로 하려면 얼마나 빨리 도착을 해야 하는지 말로만 30분 배달을 폐지했지 실제로는 신속하고 빠른 배달을 재촉하고 있다는 것을 광고를 보면서 느낄 수 있다.
“뜨겁지 않게 배달하겠다”는 광고 이야기가 “30분 안에 배달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이러한 광고들을 여과 없이 지켜보는 소비자들은 피자가 뜨겁지 않게 천천히 배달되었을 때 배달노동자들에게 강력하게 항의 할 것이다.
30분 배달제를 다른 말로 교묘하게 포장해 신속배달 경쟁을 이어간다면 배달하는 노동자들은 또 다시 신속을 이유로 소비자들과의 다툼과 도로 위 교통사고에 노출될 것이 뻔하다.
피자를 주문하는 소비자들도 배달노동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피자회사의 ‘뜨거운 피자’ 마케팅에 현명한 행동과 비판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어떤 네티즌이 한말이 머릿속에 생각난다. “우리 청년들의 안전보다 뜨거운 피자가 중요할 순 없죠” 그렇다!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과 피자회사의 이윤보다 한 노동자의 생명이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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