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행복할까?
한노보연 회원 / 건설노조 이미숙
[10년ㅣ03월ㅣ 사진으로보는세상] 그녀들은 행복했을까….?
… 속칭 ‘아줌마파마’를 한 여성노동자들이 옹기종기 나란히 모여 있었다.
너무나도 똑 닮은 뒷모습. 그녀들의 뒷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멋 낼 시간도 없고, 머리에 신경을 쓸 시간도 없어서 그냥 싸구려 미용실에서
그래도 한껏 치장 한 게 ‘아줌마파마’라는 걸 생각하니 웃음이 싹 가셨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멋 낼 시간도 없고, 머리에 신경을 쓸 시간도 없어서 그냥 싸구려 미용실에서 뽀글뽀글 ‘아줌마파마’를 한 경력 14년차 베테랑 내장인테리어목수 윤00 조합원. 그녀는, 젊었을 적 식당일을 하다가 아는 사람의 권유로 우연히 건설 일을 시작했고, 그 기술로 월세를 내고 두 아이를 키워냈다. 14년을 건설현장에서 보냈고 못하는 일이 없는 그녀지만 아직도 현장은, 그녀를 낯설어 한다. 현장 관리자들도 일단 여자라고 하면 ‘이 여자가 일을 잘 할 수 있을까’하고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게 사실이고. 심지어 직영으로 일을 할 땐 남자와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임금은 더 적게 준다. 그녀는 아직 그 이유를 모른다.
시장에서 몇 천원 주고 산 헐렁한 바지에 발목까지 올라오는 갈색 안전화를 신고 굴삭기 운전을 하는 강00 조합원. 처음 일을 시작했던 86년 당시에는 여자들이 굴삭기운전을 한다는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고, 심하게는 여자가 현장에 나타나면 재수 없다고들 하던 시절이었다. 한번은 착공 현장에 들어갔는데 ‘무슨 여자가 재수 없게 착공일 에 들어 오냐’며 일도 안 시키고 돌려보내더란다. 다리공사현장은 ‘부정 탄다’고 아예 들어가지도 못했다. 지금은 여자 기사들도 많이 생겨나고 인식들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성을 남자들 아래로 보는 건 여전하다. 처음 가는 현장에서는 사고가 나면 일단 그녀를 먼저 의심하고 본다. 그 선입견은 20년을 넘게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다니고 있다.
그렇게 저렇게 그녀들은 현장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들에게 작업환경은, 남성중심의 작업 공간 속에서 성적으로 무성적인 존재로 취급한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남성화되기를 강요받는다. 여자 화장실이 없는 건 태반이고, 옷 갈아입을 탈의실도 없어서 일하는 현장 한 구석에서 누가 오나 안 오나 눈치 보면서 옷을 갈아입는다. 여성탈의실을 요구하면 현장관리자는 오히려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일 하는데 왜 여성만 특별하게 대우해 달라는 거냐. 화장실, 탈의실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있는 거 써라.’ 며 궤변을 늘어놓기도 한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녀들의 성격은 바뀌었다. 남자들 틈에서 정말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바뀐 변화 중에 하나가 성격이다. 남성들과 경쟁도 하고 때론 관리자와 싸우기도 해야 하니 얌전스러워서는 안 된다. 여성이 꼭 얌전해야 한다거나 조용한 성격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녀들은 살아남기 위해, 살기위해, 자신들의 본래 성격까지도 바꿔가며 살아왔다. 남성 중심적인 건설현장에서 여성들의 소외는 수년간 당연시 받아들여져 있었다. 이제 당당한 건설현장의 주체로서 그녀들도 받아들여져야 하지 않을까.
검게 그을린 얼굴에 멋 낼 시간도 없고, 머리에 신경을 쓸 시간도 없어서 그냥 싸구려 미용실에서 뽀글뽀글 ‘아줌마파마’를 하고, 시장에서 몇 천원 주고 산 헐렁한 바지에 발목까지 올라오는 갈색 안전화를 신고, 오늘도 그녀들은 얼마 안 되는 일당을 받아 들고 빨래거리며 설거지거리가 쌓여있을 집으로 향한다. 그녀들은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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