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것
회원 김 동 근
얼마 전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송년회에서 댄스공연이 강요되는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한 일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가 감염병에 걸린 환자의 주사바늘에 찔렸으나 산재인정, 휴가처리, 근무환경 개선 어느 것도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과 얘기하던 중 우연히 주제가 이쪽으로 옮겨갔는데, 사람들이 던지는 말들이 칼날이 되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다들 좋아서 하는데 다이어트를 하지 못한 간호사가 춤추기 싫어서 문제제기 한 것 아니냐’, ‘병원 시스템 상 주사바늘에 찔리기가 불가능한데 유난떠는 것이 의심스럽다’는 등. 공감하기보다는 의심하고 외면하는 모습에 정말 속상했다. 심호흡 한번 하고선, 근무 끝나고 다 같이 억지로 밤 10시가 되도록 춤 연습을 하는게 힘들 수 있는 것 아닌가, 청소노동자라고 사후조치도 해주지 않고 병가도 안주는 것은 문제 아닌가 하는 얘기들을 쏟아냈다.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수긍하는데, 부딪치기 피곤해서 물러서는 것은 아닌지 또 가슴 한켠이 서늘해져왔다.
노동의 구체적인 과정,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이 소통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삶에서 허덕일 수밖에 없는 이놈의 세상에서 서로의 삶을 알지 못하고서 공감하고 연대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지난 일터 특집은 소중한 공감의 기회였다. “저는 14년째 주야 맞교대를 하고 있습니다”는 제목을 읽으면서부터 가슴이 먹먹해지더니,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심야노동이 노동자들의 수명을 갉아먹고 건강을 해치는 발암물질이며 가동률을 높여서 이윤을 최대한 뽑아내려는 자본의 기획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구체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주단위로 바뀌는 삶의 주기 때문에 겪는 불면의 낮밤, 잠을 자기 위해 억지로 들이켜야 하는 술잔,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겪어야 하는 압박, 야간근무 이후 올라간 혈압을 보며 느꼈을 불안감을 잊지 않아야겠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도 이런 얘기들을 더 많이 나누고 공감을 넓혀가야겠다. 우리가 과제로 두고 있는 ‘심야노동 철폐’의 문제의식도 결국 이러한 과정 속에 있지 않겠는가.
사실 심야노동은 전사회적으로 퍼져 이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있다. 택배를 신청하면 다음날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버스나 지하철이 늦은 시간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 주는 것 역시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공단에서 보는 생산직 노동자들 역시 잔업이라는 이름으로 심야노동을 감내하면서 저임금을 메우고 있다. 그런 와중에 정부와 자본은 노동시간단축이라는 의제를 노동유연화를 이뤄내기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 하고 있다. ‘밤에는 쉬자’는 문제의식이 더 많은 공감과 연대를 모아낼 수 있기를, 본래의 문제의식 그대로 자본과 맞서는 무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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