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ㅣ11월ㅣ안전보건연구동향] 남성노동자의 야간노동과 암 위험

일터기사

남성노동자의 야간 노동과 암 위험


한노보연 기획위원 최 민

‘야간 노동을 포함하는 교대근무’가 국제암연구소에 의해 발암의심물질(그룹 2A)로 결정된 후 야간 노동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편이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야간 노동을 포함하는 교대근무’를 발암요인으로 규정하면서 아직 의미 있는 위험성이 확인된 것은 여성 유방암뿐이라고 평가하였다. 그 외에 남성 전립선암, 대장암, 자궁내막암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연구 수가 충분히 많지 않거나 연구 수행 상의 한계점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야간노동이 암을 일으키는 기전은 아직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다. 국제암연구소는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첫 번째로는 어두워야 할 밤에 빛에 노출되고 일주기 리듬이 깨지면서 어두울 때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억제되고, 이런 내분비계 화학 물질인 호르몬을 분비하여 화학적 신호를 이용하여 다른 세포나 기관의 기능이나 활성을 변화시키는 체내 기관
교란으로 암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수면 부족이다. 낮 시간 동안 잘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주변이 밝고 시끄럽기 때문에 야간노동자들은 수면 박탈에 시달릴 수 있다. 이런 수면 부족/수면박탈 상태에서 면역 체계에 변화가 뒤따른다는 증거가 알려져 있는데, 이런 면역 체계 약화가 체내 면역 세포들에 의해 수행되는 항암 작용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만일 이런 기전이 실제로 작동한다면, 야간노동이 여성 유방암 이외의 다양한 암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논리적인 의문이라 하겠다.

2012년 10월 미국 예방의학회지에 ‘남성노동자에서 야간노동과 암 위험’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흥미롭게도 이 논문은 캐나다 몬트리올 지역에서 1979-1985년에 다양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직업성 위험 요인을 알아보기 위해 시행했던 ‘몬트리올 여러 암 환자대조군 연구’의 자료를 재분석한 내용이다. 방법 측면에서도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는 것이 꼭 큰 집단을 대상으로 새로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논문이다. 이 연구는 3,137명의 암 환자와 지역의 건강한 일반인 533명을 비교하였다. 야간노동을 ‘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일한 것’으로 정의하였고, 야간 노동에 종사한 기간도 조사되었다.

야간노동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즉, 6개월 이상 기간 동안,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일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 비해, 한 번이라도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2.77배, 비호지킨림프종에 걸릴 위험은 2.31배, 췌장암은 2.27배, 직장암은 2.09배, 대장암은 2.03배, 폐암에 걸릴 위험은 1.76배, 방광암 1.74배 높았다. 이는 각각의 암 별로 흡연, 비만, 음주 등의 가능한 위험요인을 보정하고도 남는 위험도이고 모두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위암, 신장암, 피부 흑색종, 식도암 등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위험도 증가를 보이지 않았다. 야간노동을 했던 사람에게서 통계적으로 암 발생 위험이 증가했던 암 가운데 야간노동을 했던 기간이 길수록 위험도가 더욱 증가하는 양-반응 관계가 나타난 것은 없었다.
암과 같은 만성 질환, 오랜 잠복기가 필요한 질환에 야간노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는 여러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야간 노동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야간 노동 중의 조도 등 질병 발생의 기전을 좀 더 명확히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 설문 조사 외에 야간 노동을 좀 더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연구 역시 이런 다양한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야간 노동이 기존에 널리 알려진 여성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대장․직장암 이외의 다양한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폐암, 비호지킨 림프종 등의 위험 증가 가능성은 이전 연구에서 거의 제기되지 않던 주제로 향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겠다.

다만, 이 연구를 소개하면서 드는 한 가지 우려는 혹시 우리의 관심이 암에 너무 집중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꼭 암과 같은 중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밤에는 자고 싶은데 그저 공장과 기계를 쉬게 하고 싶지 않아서 밤에 일해야 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 아닌가? 야간노동의 다양한 해악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연구와 함께 밤에는 자고 싶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쉬고 싶으니 불필요한 야간노동은 중단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원문 보기 : http://m.aje.oxfordjournals.org/content/176/9/751.short

5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