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ㅣ11월ㅣ특집 1]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 노동자 계급 투쟁의 역사

일터기사



지난 10년간 쟁점이 되어왔던 주간연속2교대제가 완성차 사업장 중심으로 2013년부터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한국의 장시간 노동 및 노동시간 단축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최근 다시 활발해진 듯하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노동시간 단축의 방향이 자본의 입맛에 맞는 노동 유연화의 한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주간연속2교대제 전면화가 목전에 닥친 지금 시점에서 노동시간 단축 투쟁의 역사와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후퇴와 타협의 결과가 아니라 투쟁의 성과로 노동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투쟁의 방향을 조심스럽게 전망해보고자 한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위원회

[특집1]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 노동자 계급 투쟁의 역사

한노보연 기획위원장 조성식

1. 노동시간, 정말 나아졌나?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이 긴 시간 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임금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건강을 해쳐가며, 자신의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연장근로나 잔업에 들어간다. 이렇듯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란 문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한 덩이리가 되어 노동자들을 계속 어려운 상황에 몰아넣고 있다.”
인용부호 안에 있는 글은 1984년에 발간된 책인 “노동시간의 역사”란 책의 머리말에 나오는 구절이다. 1984년은 전두환이 광주의 민중들을 총칼로 학살하면서 자신의 권좌를 지키고 있던 시절이고 민중을 총칼로 위협하던 시절이다. 지금은 전두환과 군부일당도 사라졌고, 야당의 소위 민주인사들도 2번이나 대통령을 하기도 하였고 민주노총도 합법화가 되어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인용구절에 나온 1980년의 노동 현장보다 얼마나 더 나아졌나를 고민해 보았을 때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과 관련해서는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식통계에 나온 한국의 노동시간의 추세를 살펴보자. 그림1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간은 1980년 초반에 정점을 찍고 그 이후에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그림은 10인 이상 사업장의 상용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좀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1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많은 수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제외되어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실제의 노동시간을 반영하기는 부족한 자료인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림 1. 연간 근로시간 추이 (단위:시간), [출처: 김유선, 2008]

2.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 투쟁의 결과
한편 중요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점은 1987년 노동자 투쟁과 노동시간 감소에 대한 영향이다. 1987년-1990년대 초반은 노동자 투쟁이 빈번했던 시기로, 이 기간에는 노동시간이 비교적 많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그림에서는 2000년 이후에도 노동시간이 완만하게 줄어들고 있지만, 비정규직의 증가와 하청작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10인 이상의 상용직만을 조사한 자료의 한계가 더 커지는 상황이어서 2000년도 이후 노동시간이 정말 감소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노동시간은 자본의 이윤율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인으로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노동절의 기원 역시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하기 위한 헤이마켓을 비롯한 노동자의 투쟁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지 않은가?
자본주의 도입이후 자본가들은 이윤율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고 노동 강도를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노동운동이 미약했던 19세기 초반,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의 노동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노동운동의 발전과 노동자의 단결로 노동시간은 점차 감소하게 되었다. 하루 10시간 노동제를 거쳐,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많은 선진자본주의 국가에 8시간 노동제가 도입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동시간 단축은 많은 노동자의 희생과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지 결코 자본과 국가가 생산력 발전에 따라 노동자에게 순순히 양보한 것이 아니다.

그림 . 노동시간의 변천 (출처: 노동시간의 역사, 1984)

3. 생산력 발전이 노동시간 단축을 가져오지 않는다.
또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 확인되는 점은 생산력의 발전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 아니라, 러시아 혁명이나 독일 혁명과 같은 노동자의 봉기나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동자 계급의 집단적인 요구가 실제로 노동시간의 단축을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한편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도입 이후에는 노동강도의 강화, 변형시간 근로와 같은 실제 노동시간을 증대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이 사용되어 왔고 노동운동은 이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그림 . 미국의 노동시간과 노동생산성의 추세 [출처: modern times, ancient hours, 2003]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계급적인 이해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는 노동계급 투쟁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계급의 집단적인 요구와 투쟁으로 쟁취된 산물이다.
한국은 1980년대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국가였으나, 1987년 노동자 투쟁을 거치며 노동시간이 조금 감소해, 지금은 OECD국가 중에서 노동시간이 제일 긴 나라로 바뀐 수준이다. 전두환 군부독재시절에도 존재했으나,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과제인 저임금 구조를 철폐하고,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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