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ㅣ11월ㅣ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어느 시간강사의 이야기

일터기사


일곱 번째 이야기

반백수로 살아가는 걸, 즐길 수만 있다면…
할 만한 일?

– 어느 시간강사의 이야기

한노보연 푸우씨

30대 초반의 이윤희씨(가명)는 대학원생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서울 소재의 4년제 대학에 입학해 전공공부 4년, 대학원 석사과정 2년, 박사과정 2년을 수료하고, 현재는 교수님이 구성한 연구팀에 합류해 연구원으로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 꼬박 8년 남짓한 시간을 대학에 입학 후 같은 곳에서 보냈다. 그런 윤희 씨는 자신의 모교에서 3년째 강단에 서는 시간강사이기도 하다.
그녀는 일반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30대 초반에 ‘교수’로 불리는 성공한 축에 속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이야기를 나눠본 윤희 씨는 성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현실에 자신이 처해져 있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처음 강의를 시작하고, 제가 아무래도 젊고 그렇다 보니까. 우수강사 상을 받았어요. 근데 저도 수업을 들은 적이 있던 선생님이 저에게 먼저 다가와 축하한다고 말씀을 하시면서……. 그런데 사실 한국사회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된 걸 정말 기꺼이 축하해야 할 일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게 무슨 이야기일까? 라고 의문을 품을 틈도 없이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그분은 나이도 있고, 가정도 있고, 그래서……. 이미 많은 경험을 했던 분이라 그런 말씀을 해주실 수 있던 거예요. 저는 풋내기로 막 강의를 시작할 때라 아직 잘 모르던 때였으니까. 그냥 강의를 하는 것 자체가 좋았던 때라. 구체적으로 잘 몰랐는데. 강의로만, 그러니까 강사라는 신분으로 온전히 생계를 책임지고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그 분이 말씀하신 거였죠.”

사실, 시간강사의 어려움은 최근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빛 좋은 개살구’라고 말할 수 있는 지위라는 것이 말이다.
“시간강사의 어려운 조건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자살 문제로 많이 알려지기도 했어요. 저는 응당 그런 요소가 사회적으로 드러났어야 했다고 보지만, 이런 극단적인 형태로 문제가 등장하니까……. 주변에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그런 것 때문에 학생들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볼까를 고민하는 분들도 있어요.”
“특히 학생들에게 보이는 입장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신경 쓸 게 있는 거예요. 한국사회에서 강의를 한다는 건, 집안의 여력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 생계를 책임지거나 하면 어려움이 크고요. 그래서 또 다른 직업을 찾기 위한 경력 쌓기 수준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거든요.”

남들이 보는 것과 다른 괴리감, 이런 것이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특히 강사들은 불안정한 자신의 지위에 대해 학생들이 어떻게 느낄까에 대한 것도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사실 강의 평가만 보더라도 차이가 나요. 학생들이 강의 평가를 할 때 누가 교수인지, 강사인지 알잖아요. 그래서 교수들이 강의평가가 훨씬 잘 나오더라고요. 학생들도 이미 수업을 하는 자의 지위를 다 알고 있다는 거죠.”
강사는 불안정 노동자라는 그녀의 말. 강사로 안정적으로 먹고 살려면, 어느 정도 수업을 해야 하는 걸까요? 라는 질문에 돌아온 그녀의 답은……. 알고 있던 것보다 조금 더 충격적이다.

“강의수당이라는 게 시간당 6만원~7만 원 정도에요. 저는 3과목이거든요. 한과목만 하면 60만원 안되고요. 3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때는 45만원 정도였어요. 요즘에는 차츰 인상이 돼서 그나마 그런 거구요. 이게 학교마다 기준이 달라요. 서울에 위치한 사립대가 조금 더 높고, 지방사립대는 이것보다 강의수당이 낮고요. 국립대도 그렇고요. 만약 강사가 타 학교에서 강의전담 교수를 한다면, 강의료는 반(1/2)을 받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그걸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거죠. 그렇게 해야 다음에도 수업을 할 기회가 생길 수 있고, 어쨌든 조금이라도 벌어야 하니까요. 예를 들면, 2시간짜리 2과목, 총4시간이면 90만원인데, 그 분이 타 학교 강의전담교수면 45만원을 강의수당으로 받는……. 그래도 하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지방 강의를 나가는 분들 경우에는 학교에서 몰아서 3, 4개씩 수업을 주기도 한다고는 하던데. 그렇더라도 많이 힘들죠. 강의료가 짜기도 하고, 오가는 시간 뭐 이런 거 생각하면 하루를 다 빼는 거니까요.”

그래도 여전히 대학에서 강단에 서는 걸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꽤 있을 것 같다는 얘기에 그녀는 전혀 몰라서 그런 거라고 손사래를 친다.
“방학 때는 백수가 되요. 잠정적 백수인 거죠. 딱 끊기는 거니까요. 방학하는 3개월 백수인 거구요. 계절 학기를 하면 모르지만…….근데 계절 학기를 했더니. 오히려 세금을 떼고 나니까, 개강하고 월급을 받았더니 20만원 정도 밖에 강의료가 안되는 거에요. 깜짝 놀랬죠. 수익이 잡히니까 세금을 많이 떼서 그런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한번은 수업이 개강 직전에 학제 개편으로 없어진 적이 있어요. 아무런 통보 없이 말이죠. 그전에는 몰랐다가, 갑자기 불안해지더라고요. 강사의 지위가 이런 거구나. 학교에서 강의를 안주면 불안해지는 거구나. 참 이렇게 안정적으로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운 상태인 거죠.”

어쨌든 조만간 논문을 완성하면 박사가 되는 그녀. 윤희 씨에게 앞으로 하던 공부를 계속해서 교수가 되는 것이 생각하고 있는 진로냐고 묻자, 그녀는 웃으며 말한다.
“교수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저처럼 같은 학교에서 쭉 올라와서 강사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구요. 교수를 하겠다고 하면, 기본이 유학인데요. 사실 유학을 간 주변분들 중에서도 딱히 국내에서 취직자리를 찾지 못해서, 들어오지 못한 케이스도 많아요.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서울대로 가서 석사나 박사를 하는 건데. 서울대를 나온다고 해도 유학은 기본으로 갔다 와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전 강단에 서고, 학생들 만나고 하는 게 즐겁기는 한데, 앞으로 쭉 이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
“전 공부하고, 연구하는 게 좋아서 관련분야의 연구소나 이런 곳으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런데 주변 분들이 그러더라고요. 연구소를 간다고 해서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잡무 하느라 정신없다. 뭐 이런 말도 많이 들어요. 쉬운 게 없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에요.”

윤희씨를 통해 그녀와 같은 지위를 가진 비정규직 시간강사들의 삶을 일정정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인터뷰 내내 유쾌했던 으레의 그 말투로 자못 무거운 이야기를 던졌다.
“전 많이 내려놨어요. 30대 여성이면 으레 생각하는 결혼, 육아, 출산 뭐 이런 거 말이죠. 그러면 좀 살만한 것 같아요. 저 혼자 벌어먹고 살면 된다고, 넉넉하지는 않아도.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다. 다만, 평생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는 걸 전제로 말이죠. 그런데 저와 다른 위치에 있는 시간강사 분들, 그러니까 온전히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분들은 정말 처지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무게도 더 클 것이고요.”
“전 아직 앞으로 계속 강단에 설지에 대해서는 고민 중인 대학원생이라는 과도기라서, 제 얘기로 모든 시간강사 분들의 삶을 다 드러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정말 치열하게 목숨을 걸고 비정규직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과 문제해결을 위해 싸우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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