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ㅣ2월ㅣ뉴스] – 비파괴검사 노동자 방사선 앞에 무방비 노출 외

일터기사

비파괴검사 노동자 방사선 앞에 무방비 노출

– 민주노총 "비파괴검사 하도급 금지해야"

노동부 부산북부지청이 1월30일부터 2월10일까지 열흘간 부산 녹산공단 방사선 사용업체 20여곳을 대상으로 일제점검을 실시했다. 지난해 12월30일 자연상태의 40배가 넘는 방사선 누출사실이 확인된 지 한 달 만에 후속조치에 나선 것이다.

노동부는 방사선 누출사고를 일으킨 T사 노동자들과 반경 50미터에 위치한 주변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건강진단도 함께 실시했다. T사는 2010년 7월에도 방사선을 누출한 전력이 있다. 노동부가 뒤늦게 점검에 나서기까지 녹산공단 노동자들은 방사선 공포에 떨어야 했다.

방사선을 취급하는 노동자의 건강관리는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관련업무가 노동부와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에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녹산공단 방사선 누출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교과부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3일 부산 녹산공단 방사선 누출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2쪽 짜리 조사 결과는 비파괴 검사장비를 운영하는 ㅌ사의 방사선 차폐시설에 틈이 생겨 방사선이 유출됐지만 극소량이어서 인체에는 해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T사는 지난해 방사선 누출사고 이후 건물외벽에 두께 60센티미터, 길이 25미터의 콘크리트 차폐시설을 설치했는데, 이 과정에서 배전반이 있는 곳에 작은 틈이 생겨 방사선이 다량으로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위원회는 문제가 된 배전반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콘크리트 차폐시설을 다시 설치하도록 조치했지만, 노동자들의 불안을 떨쳐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산 녹산공단 노동자 노동기본권 및 건강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발생한 이번 방사선 누출사고는 정부와 업체의 관리부실이 낳은 예견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녹산공단은 1천500개 업체, 3만여명의 노동자가 밀집해 있다. 이 가운데 10%는 이주노동자들이다. 공단 안에서 대부분 숙식을 해결하며 24시간을 보낸다. 방사선에 노출됐을 위험이 그만큼 더 높다.

대책위는 공단의 35% 가량이 조선기자재 업체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비파괴검사 업무 등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하고 있지만 소규모 사업장인 탓에 안전관리는 부실한 편이다. 비파괴검사는 대상물을 분해하거나 훼손하지 않고 방사선 초음파 등을 이용해 손상 여부를 검사하는 업무다. 선박의 용접이나 주조 상태를 확인할 때도 비파괴검사가 실시된다.

지난해 녹산공단 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했던 신상길 민주노총 부산본부 서부산상담센터 실장은 “상시적으로 비파괴검사를 실시하는 업체는 관련 협회에 등록해 방사선 취급업무를 일일이 보고하는 관리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반면 간헐적으로 비파괴검사를 실시하는 업체들은 관리가 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방사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실장은 “예컨대 비파괴검사를 하면서 주변 노동자에게 ‘작업장소 30미터 안으로 접근하지 마라’는 경고가 안전관리의 전부일 때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방사능 노동자의 안전관리가 이토록 허술한데도 감독당국인 노동부와 교과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방사선 측정과 개인 피폭량 관리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교과부가 관할하고, 사업장 안전관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노동부가 맡고 있다. 흉부 엑스레이 등 방사선을 이용한 의료기기를 취급하는 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관리된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한 병원에서조차 장비에 따라 어떤 것은 의료법, 어떤 것은 원자력안전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도 있다.

원자력 관련 통계(2009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4천여개 사업장에 3만7천여명의 노동자가 방사선 및 방사성물질을 취급하고 있다. 원자력안전법은 사업주에 주기별로 개인 피폭량을 보고하고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의 건강보호 방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산안법에 방사선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조치가 있지만 정작 안전관리의 기초가 되는 개인피폭 관리에 대한 규정은 없다. 다만 특수건강검진이나 작업환경측정 등 일반적인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가 노동부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비파괴검사 노동자의 건강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교과부 통계(2004년)에 따르면 방사선 피폭량이 20밀리시버트 이상인 56명 중 48명이 비파괴검사원이었다. 더구나 비파괴검사 업무 대부분은 하청업체가 떠맡고 있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김씨 사례처럼 비파괴검사 하청노동자들은 작업환경조차 안전하게 확보되지 않는 공간에서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무방비하게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방사선에 대한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3개 부처에 걸친 법·제도를 일원화하고 비파괴검사를 유해위험업무로 지정해 도급을 금지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STX중공업 사내하청 입사 열흘 만에 과로사

STX중공업 하청노동자 최모(50)씨가 지난 1월18일 오전 11시40분께 공장 탈의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고인의 사인은 급성 심장마비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족과 노동계는 “고인이 과도한 연장근무로 사망했다”며 원청업체인 STX중공업을 상대로 위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인은 STX중공업 하청업체 (주)영진오션의 일용직 노동자로 고용돼 지난달 9일부터 페인트 도장 업무를 해왔다. 사망 당일에는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보다가 동료에게 피로를 호소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탈의실을 찾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고인에 대해 “지난해 5월 건강진단을 받았을 때만 해도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과도한 연장근무에 따른 과로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족들이 공개한 ‘출근현황·작업시간’ 문서를 보면 고인은 지난 9일·10일·13일 각각 6시간·3시간·4시간씩 연장근무를 했다. 11일에는 ‘철야’를, 12일에는 ‘오후 출근, 24시 퇴근’했다고 나와 있다.

유족들은 “과도한 근무시간도 문제지만 몸이 아픈 사람이 의무실이 아닌 추운 탈의실로 향한 것 또한 문제”라며 “하청업체 직원들이 원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관행 때문”이라면서 원청업체의 책임을 주장했다.

노동계도 유족들의 주장을 거들고 나섰다. ‘조선하청노동자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더 이상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시간 노동을 철폐하고, 현장의 각종 위해요소들을 점검하고 시정조치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다시 산재은폐? 패혈증으로 숨진 에버랜드 사육사 유족과 진실공방

1월26일 삼성노조(위원장 박원우)와 유족들에 따르면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10개월 동안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한 사육사 김주경씨가 1월6일 숨졌다. 사인은 세균감염에 의한 패혈증 이였다. 패혈증은 감염으로 인한 세균이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건강한 성인은 거의 걸리지 않고 주로 면역력이 약한 환자에게서 발병한다.

유족들은 "김씨가 입사 후 살이 10킬로그램이 빠질 만큼 장시간 노동을 해 과로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가운데 사망 직전 동물원 우리 철창에 얼굴이 찢겨 상처가 났었다"며 "명백한 산업재해"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남긴 업무 다이어리와 카카오톡 메시지, 싸이월드 미니홈피 내용 등이 근거다. 반면 삼성 측은 "고인이 동료와 회사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 다쳤다"며 "상처가 패혈증에 이르러 사망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왜곡"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유족은 고인이 동물원에서 일하다 상처가 난 상황을 카카오톡 등에 남긴 자료를 증거로 제시하면서 "삼성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삼성노조가 이날 공개한 삼성의 '고 김주경 관련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이 유족의 일상과 의료진을 관찰한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유족을 감시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노조와 다산인권센터는 이날 오후 경기도 용인 삼성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은 에버랜드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한 고 김주경씨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지 말아야 한다"며 "반윤리적 노동자 정책과 유족을 상대로 한 반윤리적인 행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 측은 "같이 술을 먹다 김씨가 다친 걸 본 동료들의 증언이 있고 현장인근에 설치된 CCTV를 점검했으나 동물원에서 다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건강기록부와 근무일지에 따르면 10킬로그램이 빠지지 않았고, 위법근무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고서와 관련해서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 대책 마련을 위해 내부용으로 만든 자료"라고 밝혔다.

건설·화학물질 노동자 안전보건 교육 강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되고 화학물질에 대한 영업비밀의 범위가 명확해진다. 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1월26일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먼저 지난해 7월 법률개정으로 도입된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제도가 올해 6월1일부터 건설현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앞으로 건설업 사업주는 건설 일용노동자 채용 시 해당 노동자에 대해 노동부 등록기관이 실시하는 4시간 교육을 이수토록 해야 한다. 공사금액 100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는 오는 6월1일부터 시행된다.500억∼1000억원 미만은12월, 120억원∼500억원 미만은 내년 6월 등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또 도급인이 청소 등 업무를 도급하는 경우 수급인에게 해당 위생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거나 자신 위생시설을 수급인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된다. 위생시설 범위는 휴게시설, 세면·목욕시설, 세탁시설, 탈의시설, 수면시설 등으로 정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 시 영업비밀로 적지 않을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구성성분 및 함유량으로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것'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이에 따라 사업주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위해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로 새로운 화학물질이 도입된 경우 화학물질의 유해성·위험성 정보가 변경된 경우를 추가했다.

삼성-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서 벤젠 등 발암물질 첫 공식 확인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에서 백혈병 유발인자인 벤젠과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반도체 제조 사업장 정밀 작업환경 연구’ 결과를 2월6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3년간(2009∼2011년) △백혈병 환자가 발생한 삼성전자 기흥공장(가공라인 1곳), 온양공장(조립라인 2곳) △하이닉스 이천공장(가공라인 1곳, 조립라인 1곳), 청주공장(가공라인 1곳, 조립라인 1곳) △페어차일드코리아 부천공장(가공라인 2곳) 등 3개 회사의 5개 공장(9개 라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공장 근로자의 호흡기 주변에서 시료를 채취·분석한 결과 삼성 기흥공장 가공라인 1곳을 제외한 4개 공장의 모든 라인에서 백혈병 유발인자인 벤젠이 부산물로 검출됐다. 검출농도는 약 0.00038∼0.00990ppm으로 직업적 노출기준치(1ppm)보다는 낮았다.

또 다른 백혈병 유발인자인 포름알데히드도 삼성전자 기흥 및 온양공장, 하이닉스 이천 및 청주공장의 모든 라인에서 검출됐다. 자연환경보다 높은 수준인 최대 0.015ppm이 검출됐지만 노출허용기준(0.5ppm)을 넘진 않았다.

폐암 유발인자인 비소는 하이닉스 공장에서 노출기준(m3당 0.01mg)을 초과(m3당 0.001∼0.061mg)해 검출됐다. 또 다른 발암물질인 전리방사선은 5개 공장의 모든 라인에서 연간 최대 0.015밀리시버트(mSv)로 측정됐다. 다만 방사선작업 종사자 노출 한도(연간 50mSv)보다는 낮았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과 백혈병 사이에 관련이 있는 만큼 근로자의 보건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진상규명을 위해 구성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측은 “극미량이라도 발암물질에 계속 노출되면 위험하다”며 “그동안 삼성전자가 해온 주장을 뒤집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산재 인정문제를 놓고 유족과 근로복지공단 간에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발암물질이 기준 이하로 나왔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2009년 이전에는 어느 정도의 양으로 노출됐는지 알 수 없는 만큼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리 _ 한노보연 선전위원 안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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