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ㅣ2월ㅣ 소설 쓰는 이강] – <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마지막회-

일터기사

– <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마지막 회 –

-강희야! 강희야! 못 듣나봐. 엄마가 더 크게 불러봐.

지오야, 사실 다 들려. 근데 기력이 없네. 지금은 한낮이지? 안 보이지만, 뭔가 밝은 빛이 있어. 그리고 내 앞에서 어른거리는 지오의 손을 냄새 맡을 수 있어.

-강희야!! 얘!! 우리 강희!! 들려?

엄마, 잠깐만. 꼬리 흔들어 줄게. 조금만 더 기운내서.. 자..

-어! 꼬리 흔들었다! 아직 괜찮나봐. 엄마, 더 먹여봐. 조금만 더 먹여봐.

그건 무리야. 입 안에 들어 있는 고기들이 혀로 녹아들지 않아. 몸이 받아들이질 않아. 난 갈 준비가 되었는데, 지오랑 엄마가 날 보고 우네. 난 아무렇지도 않는데, 슬퍼하니 내가 미안해. 꼬리가 수그러들어. 맘 같아서는 메트로늄처럼 흔들어주고 싶은데, 그렇게 못해서 미안해. 조금씩 발이 차지는데, 엄마, 그렇게 애써 주무르지 않아도 돼요. 난 이제 다시 그 세상으로 돌아가는 거야. 눈을 떠보니, 아까보다 조금 더 빛이 없어졌어. 날이 진 건가? 아니면 내 눈이 지는 건가? 엄마가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 그리고 이제 입안에 든 고기는 그냥 뱉을게. 내 꼬리가 죽어도, 엄마 나를 쓰다듬어 줘요.

-엄마, 강희 죽은 거 아니지?

-지오야.. 강희 보내자.. 지오도 쓰다듬어 봐. 강희 몸, 아직 숨 쉬고 있어.

난 따뜻한 엄마 손이 좋지만, 지오의 작은 손이 내 등을 훑고 지나가. 귀도 멀면 좋은데, 너무나 생생히 들려. 지오의 울음소리가. 다 커서는 그렇게 울어? 울지마. 죽을 때마다 난 편안한데, 왜 그리들 울어.. 어! 할머니 손이다. 할머니! 할머니! 난 마지막 힘을 다 해 할머니 손을 핥아 줬어. 고마워요, 이제 날 예뻐해 줘서. 그리고.. 이건 뭐지? 꼬물거리는 손이 내 등을 훑네. 민오구나! 민오야.. 울지 않아서 고마워. 넌 지금도 방긋방긋 웃고 있겠지? 그리고 아빠.. 아빠 냄새도 나요. 모두들 나와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요. 혜화 아줌마, 꼭 돌아와요. 딸이 낳으면, 다시 와서 만나줘요. 지금 약간 어지러워. 토할 것 같아. 미안.. 지지를 만들고 가고 싶지 않은데!! 너무 어지럽다!!… 아! ….

-앙!! 앙~~ 강희야! 가지 마!! 죽지 마!! 앙~~ 앙~~

어둠 속, 어지러움에 가쁜 숨을 쉬다 정신이 든다. 귀에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멀어져 가고, 내 맥박 소리에 의식이 돌아온다. 다시 이곳이구나. 나는 또 한번 생애를 살아내고, 다시 돌아왔구나. 그는 내 옆에 있을까? 내 생을 다 사는 동안 그는 날 기다려줬을까?

어둠속에 적막을 뚫고 그의 여린 손길이 내 팔에 닿는다. 그리고 따뜻하게 나를 감싸준다. 그 손길에 몸도 없는 내 영혼이 빠른 맥박으로 반응한다. 고마워요. 기다려줘서. 당신을 잊고 살았어요. 하지만 이제야 꿈에서 깨어났네요. 나는 또 다른 꿈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따스한 손길, 잊지 않을게요. 다른 꿈보다 지금은 당신의 따스함이 좋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또 다시 하나의 꿈을 살아낼게요. 당신이 나를 잊지 않듯, 나도 잊지 않을게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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