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ㅣ3월ㅣ일터 다시보기] – 절대적응이 불가능한 싸이클의 연속, 부산 지하철 노동자도 제대로 잠 좀 자자!

일터기사


절대적응이 불가능한 싸이클의 연속,

부산 지하철 노동자도

제대로 잠 좀 자자!

– <201112월호 특집>금속노동자 수면건강실태 및 관련 노동환경조사 결과를 읽고

한노보연 회원 / 부산지하철 이 의 용

지난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벌인 주간연속 2교대 쟁취, 야간노동 철폐 투쟁은 야간노동과 교대근무가 얼마나 건강에 치명적인지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는 계기가 됐다. 고용불안과 실업이 만연한 상황, 야간노동과 교대근무가 자신의 생명을 갉아 먹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일해야 하는 현실, 이 굴레를 벗고 제대로 살기 위해 그들은 싸움에 나섰던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본다.

나는 부산 지하철에서 전기변전시설물, 전차선 유지보수 업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다. 교대근무로 당장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니지만, 퇴직을 앞둔 선배들이 심심치 않게 뇌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퇴직 후 얼마 되지 않은 선배 노동자들의 부고 소식을 접할 때면 내 생명도 줄어들고 있을게 아닐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부산 지하철은 열차가 다니는 시간에 유지보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주요한 작업들은 지하철 운행이 멈춘 시간(12:00~05:00)인 야간에 이루어진다. 때문에 대부분의 조합원은 32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다. 한 개조의 근무표는 표1과 같다.

휴일

1

주간

주간

주간

주간

주간

주간

주간

지정한 날 1일 휴일

2

야간

비번

야간

비번

야간

비번

야간

지정한 날 1일 휴일

3

비번

야간

비번

야간

비번

야간

비번

근무표만을 보면 쉴 수 있는 휴식시간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주간근무는 사실상 그전 2주 동안 야간근무를 하고 맞이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어도 곧바로 잠들기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 그래서 주간근무를 시작한 월요일, 많은 조합원들은 퇴근길에 쉽게 잠들기 위해 술자리를 찾는다. 그러나 이것도 독이나 마찬가지다. 바로 다음날인 화요일 아침, 지난날의 숙취가 하루를 힘겹게 한다. 그렇게 보내다보면 차츰 맞이하는 수요일, 목요일. 이제 주간근무에 좀 익숙해진다.

그러나 이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곧바로 야간근무다. 야간 근무는 표2와 같이 이루어지며 총 15시간을 회사에서 상주한다. 이중 4시간30분의 휴게시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이 휴식시간을 제대로 이용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근무

휴식

근무

휴식

인수인계

시간

18:00

~22:30

22:30

~24:00

00:00

~05:00

05:00

~08:00

08:00

~09:00

첫 번째로 주어지는 1시간30분의 휴식은 저녁 22:30분에 시작되는데, 그 시간 곧바로 잠들기 위해 눕는다 해도 수면을 취하기는 어렵다. 대부분 저녁 드라마를 보고 11시가 넘어서 잠들어 왔던 습관이 때문이다. 결국 잠을 청했던 대부분의 조합원은 누워서 뒤척거리다가 잠을 깬다. 그러다보니 요즘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인터넷 등을 하면서 휴식시간을 보내고, 조원(5~6)의 절반 정도만 억지로 잠을 자려고 애쓰는 상황이다.

자정이 되면 다시 근무가 시작된다. 미리 세워둔 야간점검 계획에 따라 근무를 마치면 5. 이때는 잠이 깰 시간이다. 교대근무를 해본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2시부터 4시 사이에는 잠이 밀려오지만, 막상 그 시간을 넘기도 나면 몸은 피곤해도 정신은 또렷해진다. 모든 침실에는 암막 커튼이 설치돼 있다. 그래도 해가 뜬 이후 잠들기는 쉽지 않다. 이때부터 지하철 운행은 준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철 운행이 시작된다. 그렇게 잠을 설치며 3시간을 침실에서 뒤척이면 오전 8. 일어나 씻고 주간조에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퇴근한다.

이런 야간근무를 마치고 나면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퇴근 이후 낮에 취미생활을 하고,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 등 퇴근 후 많은 활동을 해야만 한다. 저녁이 된다고 해도 교대근무에 투입된 다음날 밤 역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결국 또 많은 조합원들은 저녁에 잠을 청하기 위해서 알코올의 힘을 빌린다.

야간근무를 적응할 만하면 또 다시 찾아오는 주간, 그리고 다시 야간의 반복된 일상. 내가 경험하고 있는 부산지하철 교대근무는 절대로 적응할 수 없는 바이오리듬의 연속일 뿐이다.

유성기업과 마찬가지로 부산 지하철 노동자의 임금에는 야간수당과, 시간외 수당이 포함되어 있다. 아마도 건강을 위해 야간노동을 철폐하자고 하면 조합원들은 임금삭감을 이유로 거부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많은 조합원들은 임금을 이유로 통상근무보다는 교대근무를 선호하는 게 사실이l. 그래서 그런지 아직, 대부분 막연하게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뿐,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올해 공공운수노조에서 산하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얼마 전 접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조합원을 대상으로도 연구를 진행해 우리 사업장 조합원들이 제대로 잠 좀 잘 수 있는 투쟁을 만들어 봤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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