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ㅣ8월ㅣ특집] 구보타쇼크로부터 7년 석면피해 구제와 근절을 위한 아마가사키 집회

일터기사



구보타 쇼크로부터 7년
석면피해 구제와 근절을 위한
아마가사키 집회

한노보연 푸들리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2일까지 한국의 석면피해자와 석면추방활동가, 변호인단 12명은 일본전국피해자와 환자가족모임(이하 석면피해자모임), 아마가사키 노동안전센터의 초청을 받아 ‘석면피해구제와 근절을 위한 아마가사키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 오사카현에 위치한 아마가사키 시는 2005년 일본 석면문제의 심각성을 전국적으로 알린 ‘구보타 쇼크’가 발생한 지역이며, 매년 구보타 쇼크가 있었던 날을 맞아 석면피해구제와 석면피해근절을 위하여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의 집회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진행된 집회는, 400명이상이 참가해 5시간의 장시간동안 진행됐다. 그러나 매순간 석면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와 열의로 가득했다. 이번 일터 8월호는 아마가사키 집회에서 다루어진 일본의 석면피해현황와 석면피해자 조직사례, 소송진행상황, 석면만화제작보고 등에 대해 간단하게 담고자 한다.

‣ 먼저 집회 개최의 계기가 된 일본의 ‘구보타 쇼크’란 무엇일까?
2004년 결성된 일본 석면피해자와 환자가족모임은, 2005년 일본 굴지의 기계제조업체인 구보타(Kubota)사 공장 인근 지역주민 3명이 석면질환인 악성중피종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주민피해자를 조직해 구보타사에게 보상금을 받게 됐다. 이 과정이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자 구보타사는 결국 지난 10년 동안 구보타 노동자 51명이 사망했고 주변 주민 5명 사망, 4명이 요양 중임을 밝히게 됐다. 이로 인해 일본 전국은 구보타 쇼크에 빠지게 됐고, 결국 일본정부는
아마가사키 시에 있는 구보타회사 앞에서 한국방문단과 일본피해자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다
석면피해에 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여론에 눌려 그 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석면관련 산재발생 기업명단을 공개했고 이후 2006년에는 석면피해구제법을 제정하게 됐다. ‘구보타 쇼크’는 석면 문제를 단순히 노동자의 피해로만 바라보던 일본사회에 지역 주민의 피해 또한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더불어 일본정부가 석면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도록 강제한 사건이다.

‣ 일본의 석면피해현황
지난 4월까지 일본 석면구제법에 따라 피해사례를 접수한 석면피해자는 11,000명이며, 그 중 7,700명이 석면구제법에 의해 피해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직 심사가 완결되지 않아 진행 중인 사안도 많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석면구제법으로 인정하는 석면질환은 악성중피종과 폐암, 그리고 올해부터 추가로 석면질환으로 인정한 심한 장해를 동반하는 석면폐증, 흉막반이다. 한국은 2010년 석면구제법이 제정돼, 2011년 시행됐는데 인정질환은 악성중피종, 폐암, 석면폐증이며 올해 4월까지 석면구제법에 따라 피해사실을 접수한 석면피해자는 946명이었고 그 중 647명이 인정을 받은 상태이다.
일본은 매년 석면질환으로 노동자나 지역주민에게 보상을 한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는데, 올해는 1,800개 기업에 달한다. 올해도 이 명단을 통해서 17명의 석면피해자를 조직했다고 한다. 한국도 석면관련기업의 명단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구보타 쇼크 이후 현재까지 확인된 구보타 주변 석면피해자는 256명으로, 28살의 최연소 피해자도 존재한다.
아마가사키 지역보건소에서는 주민을 대상으로 석면검진과 상담을 실시 중인데, 2011년 한 해 동안 석면관련 상담이 600여건을 넘고, 건강검진은 663건에 달했다.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한 일상적인 건강검진과 상담은 석면질환의 조기발견과 석면피해 구제를 위한 지자체의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의 부산에서도 환경부가 석면방직공장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3년 동안 진행해 왔고, 최대 석면방직공장이 있었던 연산동 주변 초등학교를 거친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올해 처음으로 진행한 일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건강검진이기 때문에 일본의 사례처럼 지역보건소가 일상적으로 검사와 상담을 진행하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 지속적으로 조직되고 있는 석면피해자 이야기
집회초반 석면피해자모임에 새롭게 가입한 석면피해자와 가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되듯이 석면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피해자의 여러 문제점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석면피해자모임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게 됐다. 많은 피해자들의 이야기 중 두 분의 이야기를 실어본다.

[피해자 A씨 이야기]
“2010년 3월에 중피종으로 진단받았다. 11월 이후 양다리가 코끼리다리와 같이 부어올랐고 폐에도 물이 고이게 됐다. 더운물로 양팔과 다리를 따뜻하게 했고, 밤중에도 원인불명의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갔다. 수술 이후에도 현재 많이 아프다. 직장상사의 권유로 일에 복귀했으나 언제 재발할지 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내 자식들에게 이러한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고령인 부모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아서 아무런 이야기도 안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들에게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지금도 상처로 아프고 힘들다. 하지만 피해자 모임을 통해서 용기를 받았다. 나도 다른 피해자에게 용기를 줘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피해가 다시 발생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

[피해자 B씨 이야기]
“작년 집회에 처음 참가했고, 불안한 마음으로 회관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느꼈고, 이번에는 같은 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분들과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아마가사키에 15년 살았고, 초중고를 다녔고, 시집도 갔다. 아마가사키를 정말 좋아하지만 여기에 살았다고 이러한 병이 생길 줄 몰랐다. 2010년 오른쪽 폐에 물에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악성중피종으로 진단받았다. 아 나는 죽는구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식생각을 많이 했다. 인터넷으로 조사를 해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을 찾지 못했다.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보다 빨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치료를 중단했으나 인터넷을 통해 석면피해자와 환자가족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연락을 해서 악성중피종에 대해 잘 아는 의사선생님(야마구치)을 만나게 됐다. 처음으로 희망을 가지게 됐다. 올해 초 검사를 통해 수술을 했고 현재 이렇게 살고 있다.”

‣ 석면소송상황
집회에서는 많은 석면피해자들이 환경성, 직업성 석면노출로 인해 석면질환을 앓고 있거나 사망했지만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못해 일본에서도 석면피해구제법과 산재법조차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서는 석면피해자모임과 노동안전센터 법률지원팀의 도움으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간단하게 진행 중인 석면소송 사건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사건1 과거 200개가 넘는 중소영세 석면방직공장이 있던 센난지역의 석면피해자들이 현재 일본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05년 시작한 센난지역 소송은 1차, 2차로 나뉘어 진행 중인데, 1차 소송의 경우 1심에서 국가책임을 인정했으나 2심에서는 패소해 항소한 상황이며, 연이어 진행한 2차 소송은 1심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현재 2심을 진행 중이다. 센난지역의 경우 과거 상당수의 제일조선인이 거주한 곳으로 이번 센난소송에는 재일조선인이 7명 포함되어 있다.

센난지역 석면소송단, 이들 중에는 재일조선인도 포함되어 있다.
사건2 일본의 거대 운수회사인 일본통운 소속으로 니치아스에 파견돼 일하던 노동자가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한 사건으로 가족들이 일본통운과 니치아스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4년이 넘게 법정투쟁 중이며, 1심에서 니치아스의 책임을 인정하는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지만, 2심에서는 니치아스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판결이 뒤집혔다. 다시 상고를 할 예정이며 가족들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건3 일본 최초의 가정 내 노출피해 사건으로 특히 유럽의 이태리와 벨기에에서 큰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에터니트회사의 일본자회사에서 발생한 피해사례이다. 과거 아버지가 회사에서 퇴근하며 가져온 방진마스크를 아들이 가지고 놀다가 석면에 노출돼 결국 성인이 된 아들이 악성중피종에 걸려서 42세에 사망한 사례이다. 현재 가족이 소송을 진행 중에 있으며, 1심, 2심에서 패소하였으나 꿋꿋하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건4 40년 동안 사립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던 중 악성중피종에 걸려 사망한 사례이다. 석면 규제가 없던 시기, 학교 리모델링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이 돼 산재신청을 했으나 불인정되고, 구제법으로 신청했으나 기각돼 2011년 7월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일본 내에서 170여명의 교사 피해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 석면만화제작보고

3년에 걸쳐서 제작한 석면 만화책 표지
일반인들의 석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2008년 고베대학과 세이카 대학의 교수진들이 모여 만화제작에 나섰고 2012년에 완성해 아마가사키 집회에서 처음으로 ‘이시노와타’라는 만화책이 세상에 등장하게 됐다.
만화의 내용은 구보타 쇼크의 내용을 비롯해 다양한 에피소드로 나눠져 있는데, 1장은 구보타 쇼크, 2장은 석면에 관한 설명, 3장 세탁과정에서의 석면노출, 4장은 실화(사례를 바탕으로), 5장은 석면과 정치, 6장은 센난지역의 석면피해를 다루고 있다. 7장에서는 지진피해로 인한 석면문제를, 8장은 산재문제로 산재문제는 내용이 어렵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고려했다고 한다. 만화의 내용 중 3장의 경우만 하나의 픽션을 구성해 만들었고, 그 외에는 실제 내용이나 재판 방청 등의 이야기를 다뤘다.
만화제작을 함께 한 고베대학 마스다교수는 “만화 제작의 계기는 그림이 전달력이 높고, 사실관계를 재확인해 사람들에게 경고와 더불어 이미지를 동시에 전하기 위해서였다. 젊은이들에게 정보전달만이 아니라 이후 대응, 활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석면과 관련된 비슷한 사고를 볼 때 그에 대한 감각이 길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며 만화제작의 이유를 멋지게 설명했다.

‣ 석면질환 치료와 요양
필자는 아마가사키 집회에 참석하기 전까지 석면질환은 치료가 안 돼 발병하면 상태 악화 후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회에서 소개된 석면질환의 치료와 요양에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동안 석면질환의 치료와 요양에 대해 무관심했음을 자각하게 됐다. 물론 발표는 악성중피종과 폐암에 대한 것으로 제한적이었지만, 중피종과 폐암 진단을 받은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치료, 수술, 항암 등 요양 방안에 대한 제시와 유럽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최신 치료법에 대한 소개 등 실제 환자들의 필요에 부응하는 많은 정보가 제공됐다. 오는 9월 악성중피종 질환 및 치료에 관한 세계 중피종 학회가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11월 도쿄에서 열리는 일본폐암학회에서 중피종 학회에 제출된 최신 정보들이 다시 교류된다고 하니 석면피해자들의 요양과 치료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의료분야로만 미룰 것이 아니라, 실제 석면추방활동과정에서 석면피해자들의 치료와 요양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아마가사키 총회에 초청을 받은 한국방문단도 집회 중간, 석면소송현황과 석면피해현황 발제와 함께 작년에 사망하신 고 이정림 선생 가족 인사 시간을 갖게 됐다. 참석자들은 뜨거운 관심과 함께 총회에 참석한 한국방문단을 기쁘게 반겨주었다. 새삼 한일연대의 필요성 더 나아가 국제연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5시간 동안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한국의 석면문제해결과 석면추방을 위한 활동이 더욱 다양해지고 풍부해져야함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

‘구보타 쇼크로부터 7년’, 그동안 일본은 석면피해구제와 근절을 위해 많은 활동을 만들어가고 있다. 석면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의제를 고민하고 피해자 조직은 물론 절망 속에 비통해하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나누고 지원하며 희망을 만들고 있다.

일본 석면피해자와 환자가족모임의 회장인 후루가와씨의 마지막발언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캐나다 퀘벡의 석면탄광에서 작업을 중지했다가, 이번에 퀘벡 주가 작업 재개에 나서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뉴스로 확인했다. 한일 석면피해자와 활동가는 이 사태에 대하여 용서치 않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3년 사이에 말레시아, 인도네시아까지 석면금지 법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활동할 예정이다. 방콕에서 내년에 석면 세미나가 예정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석면추방을 위해서 힘을 모아야하는 시기이며, 특히 아시아지역의 석면사용금지를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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