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10월|서평] 바쿠닌부터 스탈린까지 책을 통해 들여다 본 혁명가들의 생애

일터기사

바쿠닌부터 스탈린까지

– 책을 통해 들여다 본 혁명가들의 생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김정수

이번엔 무슨 책에 대해 쓸까 생각하다보니 약간 고민이 됐다. 지난 두 달 동안 책읽기는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 번 글 말미에 잠깐 언급했었던 엥겔스 평전과 예약 대기 중이던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 레닌 전기도 모두 읽었다. 내친김에 스탈린 전기와 러시아 혁명에 관한 몇 권의 책까지 읽었다. 그런데 딱히 남들한테 권할 만 한 책이 없는 것이다. 읽었던 책들이 재미가 없었거나 너무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부터 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나름 재밌게 읽었는데, 남들한테도 재미가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이런 책에 관심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서평을 쓰기에 적당한 책을 찾아 읽자니 내가 뭐 전문 서평가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해서 그냥 지금까지 읽은 책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쭈~욱 써보기로 했다. 뭐, 그 중에 관심 가는 책이 있으면 한 권 찾아 읽어보시고 아님 말고~~ㅋㅋ

먼저 바쿠닌 전기[미하일 바쿠닌, E. H. 카, 이태규 옮김, 이매진]. 마르크스 전기들을 읽고 난 이후, 엥겔스 평전을 읽기 전에 바쿠닌 전기를 읽었었다. 인터내셔널에서 마르크스와 쌍벽을 이루었던, 아나키즘의 거두 미하일 바쿠닌. 인터내셔널이 해체된 결정적 계기 중 하나로 지적되는 마르크스와 바쿠닌과의 대립과 갈등에 관한 얘기가 마르크스 전기에 빠질 수 없듯이 바쿠닌의 전기에도 바쿠닌과 마르크스에 관한 얘기가 아예 한 부로 정리되어 있다. 사회주의(공산주의)와 아나키즘 사이의 대립은 그 이후에도 혁명 운동사에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그 대립의 기원을, 특히 아나키스트의 시각에서 들여다보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역사란 무엇인가]로 유명해져서 세계적인 역사학자로 불리는 저자가 바쿠닌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바쿠닌의 경제적 사생활에 관한 묘사는 마치 사기 전과 20범을 보고 있는 듯하다. 약 700쪽. 쪽수에 비해 책이 그렇게 무겁지는 않다.

다음은 엥겔스 평전[엥겔스 평전, 트리스트럼 헌트, 이광일 옮김, 글항아리]. 역사에서 대개 마르크스의 친구로, 조력자로 알려져 있는 엥겔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책이다.(당연하지~~ 엥겔스 평전인데.ㅋㅋ) 마르크스와 함께 과학적 사회주의를 설계하고 국제 공산주의 운동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그가 했던 일들이 그의 삶의 궤적과 함께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백미는 그것보다는 마르크스 사후 마르크스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그의 활동, 전쟁과 페미니즘, 도시화, 다윈주의, 기술, 제국주의 문제 등에 관한 그의 독창적인 이론을 설명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특히 저자는 마르크스 사후 엥겔스가 마르크스주의를 대중화시키는 과정에서 이를 왜곡시켰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사회주의자이자 부르주아로서의 이중적인 사생활을 그가 얼마나 괴로워하면서 즐겼는지를(?)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주석 제외하면 600여 쪽. 하드커버라 조금 무겁다.다음은 독일사회민주당의 핵심 사회주의자 중 하나였던 폴란드 유태인 출신의 여성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로자 룩셈부르크 평전, 막스 갈로, 임헌 옮김, 푸른숲]. 혁명가로서의 길을 걷기 이전 그녀의 삶이 어떠했을지는 방금 그녀를 소개하면서 나열한 세 가지 단어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강대국 독일과 오스트리아, 러시아 사이에서 고래싸움에 등 터진 새우처럼 나라가 삼등분되어있던 “폴란드”, 한줌의 땅도 없이 오로지 민족의 이름으로만 수 천 년간 떠돌이 생활을 해 온, 그래서 유럽 땅 어디에서나 질시와 학대의 대상이 되어 왔던 “유태인”, 남녀평등은 고사하고 당시에는 투표하는 것조차 상상하기 어려웠던 “여성”. 이 세 가지를 한 몸에 갖춘 그녀가 혁명가의 길을 걷는 것은 말 그대로 가뭄에 콩 날 듯 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그녀를 빛나게 하는 것은 이런 배경보다는 오히려 그녀의 독창적인 사상, 탁월한 지적 능력, 냉철한 실천력 등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은 그녀의 일상적인 삶과 인간적인 면모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녀의 독창적인 사상에 대한 소개가 다소 부족하다. 다행히 그녀가 쓴 책들은 아직도 여러 계속 출간되고 있어 그런 부족함을 메워줄 수 있을 것 같다. 600여 쪽. 하드커버인데 별로 안 무겁다. 근데 절판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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