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9월|문화읽기] 런던 올림픽,’와우!’와 ‘어떡하지?’ 사이

일터기사

런던 올림픽,
‘와우!’와 ‘어떡하지?’ 사이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아이구

와우! 그래도 올림픽은 축제일까
적지 않은 이들에게 감동도 주고 불면의 밤도 준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17일간의 런던올림픽이 끝났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은 막바지 덤핑 공세로 목표달성에 애를 태웠던 여수엑스포의 마지막 열기에 찬물도 끼얹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목표관중 돌파. 목표메달 초과. 목표달성이라는 면에서는 매우 닮았다. 소위 축제가 갖는 필요악일지도 모를 일이다.
스포츠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그대로 아니 더 심하다. 204개국이 참여한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단 하나라도 딴 나라는 68개에 불과하다. 더구나 금메달을 딴 나라는 불과 50개뿐이다. 전체 메달의 약 반이 되는 145여 개의 금메달을 5개 나라에서 땄으며, 미국과 중국이 차지한 총 메달 수를 합치면 190여 개로 총 메달의 60%나 된다. 세상 돌아가는 꼴하고 참 닮았지 싶다.
쿠베르탱 남작이 주창한 올림픽 정신은 “바로 우정과 연대이며 페어플레이 정신에 따라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루며 어떤 차별도 없어야 한다”고 했건만. 올림픽 정신이 훼손된 것은 오랜 이야기고, 수익과 인기를 중심으로 한 다툼이 회를 거듭할수록 더 격해지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메달 획득이 전부가 되어버린 듯 한 선수들과 나라간 국력을 뽐내는 왜곡된 경쟁의 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과정보다는 결과, 정신보다는 메달이 선이 되어버린 꼴이 볼 성 사납다. 그 중심에 스포츠 정신의 중립성 운운하며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IOC가 또아리를 틀고 자본주의의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논리를 덧씌우고 있다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우! 런던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들, 코치들, 가족들, 응원한 이들 모두에게 박수를 짝짝짝. 굳이 누군가 이야기 한 것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스포츠는 많은 공들임과 멋스러움에 공감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신기록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 불가능하다고 한 것을 몸소 행하기 위한 부단한 연습, 선수들의 애씀에 대한 찬사와 격려, 멋진 경기를 위한 호연지기, 부상과 판정에 대한 안타까움 등.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을 보는 이들에게 나름의 의미를 던졌다. 그중에 장미란 역도선수의 태도와 발언은 주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 싶다. 장미란은 4등을 한 본인, 유도 왕기춘, 수영 박태환, 여자배구, 여자 핸드볼 등이 참여하는 4등 정기모임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4등만이 아니라 올림픽 국가대표를 한 이들 모두의 정모를 추진하면 더 멋졌으리라.
다음 올림픽은 런던올림픽 폐막과 함께 아니 그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여튼 내가 사는 동네 닭파는 집들의 주인장들이 겪은 불황의 시름을 살짝이라도 걷어내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움츠렸던 골목상권에 군불을 때기도 했을 런던올림픽. 끝났다.

이런, 어떡하지?
런던올림픽에 참여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대부분의 선수들이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고통을 감내하면서 소위 부상투혼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 것을 부정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감내한 고통의 댓가는 선수들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아직도 감내한 고통의 후유증에 홀로 힘들어 하고 있을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보상과 재활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올림픽 이후 최우선적으로 공을 들여야 할 과제이자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어깨통증의 역도 장미란 선수. 어깨부위 수술과 허리부위 통증의 사재혁 선수. 부상병동이라는 여자핸드볼 팀 선수들. 반월상 연골판 파열 진단을 받은 여자배구의 김연경 선수.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한 선수들. 알려지지 않은 우리가 모르는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부상당한 채 혹은 부상을 숨긴 채 경기에 임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 자신의 전부를 걸고 준비하고 애써왔고 메달을 따서 경제적, 사회적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와 국가대표로서 책임 때문에 주치의들의 권고를 뒤로 하고 올림픽에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되는 권고였을까. 권고하면 끝인가.
특히 유도의 김재범 선수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금메달을 딴 김재범 유도선수는 ‘한판승’의 선수가 아닌 한 팔로 이긴 ‘한팔승’ 선수라고 불렸다. 김재범 선수는 왼쪽 어깨 물렁뼈와 왼쪽 무릎 연골판이 찢어진 상태였고, 왼쪽 팔꿈치 외측 인대 80% 이상의 손상과 왼쪽 네 번째 손가락은 인대가 끊어진 상태로 최저 장애 6등급은 나오는 ‘고장 난 몸’이었기 때문이다. 김재범 선수는 이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죽기 살기’로 경기를 했더니 져서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죽기로’ 경기로 해서 이겼다고 했다. 올림픽이후 김재범 선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위해서 수술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한다. 나 원 참. 그나마 이제는 죽기 살기로 유도에서 죽기로 유도를 거쳐 즐기는 유도를 하겠다고 했다니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어찌 김재범 선수만의 일이겠는가.
대한체육회와 국가대표 선수촌, 올림픽대표팀 선수단에는 의사도 없고, 사람냄새라고는 없는 메달 찍어내는 공장은 아닐 터다.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다시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일들이 난무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머리가 지근거리고 가슴이 먹먹하다. 물론 4년 아니 평생을 노력해서 참가한 올림픽에서 웬만한 부상은 이야기도 꺼내지 못할 분위기였을지 모르겠다. 아니 본인 스스로 견디려 했을지도 모른다.
현실이 이렇게 까지 된 것은 쾌쾌묵은 소위 엘리트 체육 시스템과 비민주적인 체육사회 문제, 스포츠의 상업화와 무한경쟁 문제, 선수중심의 보호규정의 부재 혹은 미흡 문제, 성과주의적 보상 시스템 문제, 격려와 배려보다는 치하하고 시혜하는 일회적 관계, 전체 사회구성원들이 스포츠를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복지 시스템 부재 등이 가장 심각한 원인이리라.
특히 부상선수들에 대한 보호규정이 사실상 전무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당장에라도 부상 선수에 대한 보호 규정이 확실한 MLB(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심각하게 아프거나 다친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지 않게 하고, 불참으로 인한 피해를 온전하게 보상하고 재활에 공을 들인다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지 않더라도 좋아하고 잘하는 운동을 즐기며 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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