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I 1월 I 이러쿵저러쿵] 7호선은 왜 역주행을 했을까?

일터기사


7호선은 왜 역주행을 했을까?



한노보연 선전위원 / 도시철도 해고자 윤 성 호



도시철도 7호선 역주행 사건을 모르는 사람은 간첩일 정도로 언론을 통해서 너무나 유명했던 사건을 이야기하려고 하니, 남들이 춤춘다고 나도 덩달아 춤을 추는 기분이다.


사건 경위는 이렇다. 12월 11일 오후 3시 45분경, 하계역에서 승객을 승하차시키고 중계역방향으로 운전하던 중 승객 비상전화를 통해 한 승객이 “하계역에서 출입문을 왜 열지 않았느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기관사는 열차를 정차시키고 상황을 관제센터에 보고했으며 관제지시에 따라 열차를 150m가량 다시 하계역으로 퇴행(일명 역주행)하여 민원인을 하차시키는 과정에서 열차 운행이 정시보다 3분정도 늦어졌던 사건인데, 객실에 기자가 타고 있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유명해진 사건이다. 확인결과 하계역에서 출입문은 정상적으로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들의 머리기사를 보면 “공포의 역주행, 1분 동안의 공포.” 등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시철도 열차운행 시스템을 모르는 승객의 입장에서는 공포를 느낄만하고, 공사 경영진의 안전의식을 역시 타당한 지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사건에 관여했던 관제센터 관제사가 안전상의 우려점이 있음에도 퇴행지시를 했거나, 현장에 있던 기관사가 안전거리 확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관제사의 지시에 따랐던 것은 결코 아니다. 모든 사건 사고는 자세히 살펴보면 반드시 원인이 있게 마련인데 그 사건의 정확한 원인을 살펴보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음성직씨가 지하철 상가수주 청탁과정에서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 이번 사건의 원인은 그 음성직씨가 도시철도 사장으로 부임한 때인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년 전 도시철도 사장에 부임한 음성직은 임기 내 도시철도공사를 흑자로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며 창의경영이란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그의 창의경영의 핵심은 도시철도 직원들을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를 매겨, 잘한 사람은 상을 주고 못하는 사람은 퇴출시키겠다는 것으로, 현 정원의 2/1까지 도시철도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어마어마한 내용이었다. 그는 기관사들의 순위를 매기기 위해 ‘자동운전’으로 되어있는 운전방식 사규를 ‘수동운전’방식으로 바꿨고, 수동운전 실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진급, 성과급, 퇴출대상자 선정에 반영했다. 또 모든 불편과 칭찬민원을 개인 실적에 반영하여 기관사들끼리 칭찬민원 동원하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게다가 봉사활동을 개인 실적으로 관리하는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도시철도 노동자들을 무한경쟁에 내몰았었다. 개인별 경쟁뿐만 아니라 개별로 일하는 기관사들을 그룹별로 묶어 팀별 경쟁을 시키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이번 역주행 사건의 배경은, 실적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철도 노동자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몬 음성직 전 사장의 창의경영이다!! 최근 1인 승무하의 무리한 수동운전 실적경쟁에 따른 정류장 통과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열차 통과건수를 줄이기 위해 퇴행이라도 해서 통과건수를 줄일 목적으로 퇴행지시를 했으며, 그에 따른 결과물이 이번 역주행 사건이다. 창의경영(꼼수+폭력경영)의 폐해를 주시하지 않고 그동안 음성직과 함께 이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기관사나 관제센터의 관제사의 개인적 실수로 원인을 돌린다면 또 다른 유형의 사고를 잉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음성직사장이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10개월 전에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철도의 현실은 나의 우려를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해당 기관사는 사고 직후 언론의 너무 많은 관심으로 인해 한동안 전화를 받을 수 없었으며, 공사 사고조사팀의 조사 및 서울시 감사실의 수많은 조사를 통해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음에도 도시철도 관리자들은 여론이 잠잠한 틈을 놓치지 않고 해당 기관사에 대해 타 직종으로의 전직을 압박하고 전직하지 않으면 특별 적성검사를 실시하겠다고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안전운행을 위해 에너지를 쏟아야 할 도시철도 직원들이 지난 6년 동안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비굴해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해고자로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복수노조의 시작과 함께 조합원들이 또다시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미래를 낙관할 수 없음을 직감한다. 앞서 설명한 창의경영의 내용은 도시철도 구성원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승무 분야에서 일어났던 일이며 도시철도 전체를 놓고 본다면 더 엄청난 사건들이 많다. 그깟 2억 챙기려고 창의라는 이름으로 그 무시무시한 일들을 벌였다는 것은 상상 조차 가지 않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겪은 기관사는 개인적으로 나와 가까운 동료이며 후배다. 그는 노동조합 대의원으로 함께 열심히 활동했던 노동조합 간부이며, 또 갓난 아이를 포함해 아이 셋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좋은 친구다. 상무야 조금만 힘을 내자! 쫓겨갈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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