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5월|연구소리포트]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우리의 꿈, 삶, 노동을 찾아서

일터기사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우리의 꿈, 삶, 노동을 찾아서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 실태조사 주요 결과를 중심으로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아이구

현장의 힘, 제대로 알고 나누고 키워야 할 숙제

2011년 말부터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지부 소속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 실태에 대한 조사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사업을 추진해왔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장 노동자들의 현실에 기초해서 공감할 수 있는 투쟁요구를 조직하고, 이를 투쟁주체인 조합원들이 직접행동의 힘으로 온전히 움켜잡을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기 위한 활동의 하나였다.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 선거국면을 누군가 대신해주겠다는 이들 혹은 좀 더 나은 이들을 수동적으로 지지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기초한 목소리를 내면서 설치는 직접행동의 고리를 찾아 현장의 힘을 키워나가기 위한 계기와 현장실천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려는 취지였다. 그래야 해묵은 소위 노동(조합)운동의 위기를 넘어설 힘을 현장으로부터 구축할 수 있고, 더욱 심해지고 고착화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유연화 공세에 맞설 단결력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 공감했기 때문이다.
사업의 목표는 ‘구조조정 저지! 현장 조직력 강화!’ 라는 기치아래 첫째, 현장 노동자의 노동 및 건강권 실태와 요구를 조직한다 둘째, 현장 조합원의 실천을 일상적으로 전개할 계기를 구축한다 셋째, 질환자 대응 및 현장개선과 실천을 전개한다 넷째, 단결과 연대를 통해 2012년 투쟁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한다 등이었다.
당연히 사업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일회적이고 아웃소싱된 연구분석 사업이 아니라 현장조합원들의 필요를 모으고 공감을 키우는 것, 그에 기초한 현장투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을 이 사업의 핵심으로 설정하였다. 경기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사업의 의의와 방안에 대한 교육부터 시작하여, 조합원 설문과 분석, 주요내용에 대한 6차례 기획선전 작업 그리고 현장조합원이 참여하는 스티커 작업, 주요결과에 대한 지부 및 지회 임원 그리고 몇몇 지회차원에서 조합원 교육 등을 실시하였다.
근골격계 질환 증상 호소자들을 중심으로 한 현장조사와 문진, 정밀검진 등을 앞두고 있고, 질환자들에 대한 대책수립과 현장개선을 실질적으로 실현시킬 계획을 구체화해야 하는 시점에서 주요결과를 일터에 싣는 것은 경기지부 노동자들만이 다수의 노동자들이 잃어버린 노동과 잊어버린 노동을 되찾아 가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현장의 힘은 현장노동자의 요구와 참여에 기초해 만들 때, 제대로 아닐까.

‘안녕’하지 못한 경기지부 노동자의 현실

설문조사에는 2012년 3월말 현재 경기지부 전체 조합원 3,765명중 48.9%인 총 1,841명이 참여하였다.
지회별 평균연령은 적게는 31.2세에서 많게는 47.4세까지 지부 전체의 평균연령은 41.0세로 고령노동자가 많아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지회별 평균근속은 적게는 7.8년에서 많게는 25.6년까지 지부 전체의 평균 근속연수는 15.9년으로 고령화에 따른 대책과 함께 장기근속에 따른 대책수립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지부평균 18세 이상의 부양가족 수는 1.8명이고, 18세 이하의 부양가족 수는 1.6명이었다. 세후의 연평균 급여는 지회별로 적게는 1,474.3만원에서 많게는 6,376.6만원으로 지부 평균 4,647.2만원이었다. 급여에 대해 부족/매우부족으로 답한 이들이 지부 평균 50.3%에 이를 정도로 실질적 저임금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고령화에 따라 부모 자녀 등 가족 부양 및 노후대책 마련 등 사회적 필요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설문실태조사 주요결과는 경기지부 노동자들이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노동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소속 지회별로 분석한 내용을 포함한 전체 조사결과는 경기지부를 통해서 공유할 수 있을 것이고, 여기서는 지면관계상 지부차원의 주요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주요내용인 노동시간, 노동조건, 수면장애, 근골격계 질환, 직무스트레스, 우울과 자살 등 어느 것 하나 노동자의 노동과 삶 그리고 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없었고, 그 정도는 ‘마로사노 우짤꼬-무엇 때문에 사는 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뜻의 사투리’라는 문구가 떠오를 정도로 심란하였다. 하나하나씩 살펴보자.

허울뿐인 주 40시간 노동제, 아니~아니~아니되오

지부 전체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6.5시간 연 2,424시간으로 OECD 년 평균 노동시간인 1,749시간과 대한민국 년평균 노동시간 2,193시간(2010년 기준, OECD 통계자료) 보다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주당 노동시간이 36.1시간인 두원정공 조합원들의 설문참여도가 높은 것을 감안하면 지부소속 조합원들 중 지부 주당 평균노동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주간연속2교대를 하고 있는 두원정공과 SJM 두 지회를 제외하고 지회별로 적게는 주당 42.0시간부터 많게는 주당 61.8시간에 이를 정도로 지회별 편차가 크지만,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을 대부분 초과해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주당 40시간 미만을 일하는 이들은 23.5%, 40시간~52시간 일하는 이들은 44.3%, 52~60시간 일하는 이들은 27.4%, 주당 60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이들도 4.8%에 이른다. 이는 실질적 저임금 현실로 인해 필요임금을 장시간 노동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초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2012년 3월 7일 발표한 4인 가구 표준생계비(월 5,261,474원, 연 63,137,688원)에 비교하면 지부 전체평균 수입은 73.6%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지부 전체적으로 노동시간은 쉽게 잠들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나는데 방해 46.6%, 일의 수행능력에 방해 22.1%, 일반적인 건강상태에 악영향 29.0%, 사회생활 및 친구 친척 사람들과 모임 방해 34.3%, 가족의 유대감 배우자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방해 37.5%, 취미 여가생활 방해 36.2%, 집안일 이외의 일상활동 방해 32.7% 등의 영향을 미쳤다. 노동시간은 노동과정은 물론이고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을 재삼 확인하였다.
때문에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규제와 관련하여 OECD 연노동시간 기준으로 규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실질적 저임금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며, 둘째 연단위 노동시간 못지않게 주단위와 하루단위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하면서, 셋째 생애단위의 노동시간 규제와 생애주기의 필요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경기지부에서 2012년 지부요구안으로 삼은 하루 7시간 노동 요구는 노동시간단축은 물론이고, 심야노동 철폐를 위한 교대제 개선에도 절실하고 필요한 요구로서 표준생계비 쟁취와 병행해 나가야 할 주요요구이다.

현장의 주요 노동조건,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지경

다음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주요 노동조건은 근골격계 질환, 우울증상, 스트레스, 불면 등에 매우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표 중에 모든 항목에서 유의한 통계결과를 보인 8개 항목을 살펴보자.
2번 항목. 하루 근무 중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이 충분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근골격계 질환 증상은 1.50배, 우울은 1.67배, 스트레스는 2.68배, 불면은 1.86배 더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을 충분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근무중 대기시간과 여유시간 즉 쉬엄쉬엄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3번 항목. 근무 도중 대기시간과 여유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이 충분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근골격계 질환 증상은 1.52배, 우울은 1.42배, 스트레스는 2.74배, 불면은 1.79배 더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번 항목. 하루 중 잠자는 시간과 여가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이 충분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근골격계 질환 증상은 1.84배, 우울은 1.77배, 스트레스는 2.12배, 불면은 2.57배 더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부 전체 평균 수면시간은 6.35시간이었는데 충분한 수면과 여가 등 재충전 필요를 확인했다.
주 5일 노동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6번 항목. 여가시간을 즐길 만큼 휴일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이 충분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근골격계 질환 증상은 1.40배, 우울은 1.45배, 스트레스는 1.82배, 불면은 2.15배 더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번 항목. 내 업무의 속도가 너무 빠른 사람이 빠르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근골격계 질환 증상은 1.68배, 우울은 1.55배, 스트레스는 1.65배, 불면은 1.60배 더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번 항목. 내 업무는 시간당 해야 하는 일의 양이 너무 많은 사람이 많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근골격계 질환 증상은 1.39배, 우울은 1.59배, 스트레스는 2.58배, 불면은 1.86배 더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번 항목. 내가 담당하는 업무의 양은 적당하지 않은 사람이 적당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근골격계 질환 증상은 1.39배, 우울은 1.75배, 스트레스는 2.42배, 불면은 1.87배 더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2번 항목. 나의 교대 작업시 업무의 양은 적당하지 않은 사람이 적당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근골격계 질환 증상은 1.30배, 우울은 1.66배, 스트레스는 3.04배, 불면은 1.91배 더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번 항목, 8번 항목, 9번 항목, 12번 항목은 쉬엄쉬엄 일할 수 있는 적절한 작업량을 현장에서 이야기하고 재설정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자가 일하는 것과 관련한 주요한 노동조건 어느 것 하나 노동자의 몸과 마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었다. ‘일하다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해야 한다’는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권리의식으로는 노동자의 몸과 삶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노동조건 하나하나를 바꾸기 어렵다. 이제는 ‘더 편하고, 더 쉽고, 더 안전하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노동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조합원 스스로 노동의 주인답게 노동자로 거듭나는 것이 절실하고, 그러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내고 모으는 일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겠다 싶다.

야밤에 일하는 우리가 바로 짐승남녀?

지부 평균 수면시간은 주간근무시 6.4시간이었고, 야간근무시 6.0시간이었다. 주간일 경우 42.4%, 야간일 경우 77.2%가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답하였다. 잠을 자기위해 음주를 하는 경우는 32.4%였고, 수면보조제를 먹는 경우도 4.3%에 이를 정도로 수면의 질이 심각하였다. 19.7%가 주간에도 심한 졸림을 호소하였고, 업무나 생활을 활기차게 유지하기 힘들다고 답한 이들은 58.3%에 이를 정도다. 심하거나 매우 심하게 잠들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이들은 8.9%, 심하거나 매우 심하게 잠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11.1%, 심하거나 매우 심하게 쉽게 깬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16.9%였다.
현재 수면양상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31.5%에 달했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은 17.7%였다. 교대근무를 아예 하지 않거나 매우 적은 사업장의 경우가 가장 좋은 수면의 질을 누리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주간과 야간의 수면의 질도 주야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야간 수면의 질이 더 나쁘게 나타났다.
아래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야간노동과 장시간 노동이 수면은 물론이고 노동과정과 삶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경기지부에서 주간연속2교대를 실시하고 있는 두원정공지회와 SJM지회가 상당수 설문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면의 양과 질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싸우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밤에 자고 싶다’는 외침을 현실로 만들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경기지부 노동자들의 수면 실태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지긋지긋한 골병, 확 잡아야

근골격계 질환 증상 호소 정도는 미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기준 1(조금이라도 아픈)에 해당하는 이들이 43.9%, 기준 2(진찰받을 정도로 아픈)에 해당하는 이들은 33.6%, 기준 3(검진과 치료요양이 필요할 만큼 아픈)에 해당하는 이들이 17.6%, 기준 4(당장 치료요양을 받아야 할 만큼 아픈)에 해당하는 이들이 15.8%에 이른다. 설문에 참여한 조합원들 중 기준 3과 4에 해당하는 315명에 대한 현장조사와 문진용 예진체크리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고, 이후 지부 및 지회차원에서 문진에 이어 검진을 진행하고 질환자 대책마련과 현장개선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신체부위별로는 증상 정도는 아래와 같았다. 신체부위 전반에 걸친 호소를 확인할 수 있는 바, 이는 노동과정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매순간의 노동과정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나름 절대화된 물량 혹은 업무량에 갇혀 스스로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되고 노동과정을 잊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져 노동과정에서 부득불 야기될 수밖에 없는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치료는 물론이고 원인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양상을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에 대한 치료와 관련하여 미 치료 45%, 개인비용 치료 33.4%, 공상 치료 8.4%, 사내휴업치료 4.2%, 산재치료 4.3%였다. 산재법 개악이후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의 불승인, 축소변경승인, 강제종결 등 치료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을 반영하는 한편, 노동조합 차원에서 현장투쟁의 힘이 약화된 것을 의미하는 결과로 보인다.
특히 미 치료 이유는 증상이 약해서 67.1%, 바빠서 17.6%, 불승인 4.3%, 불이익 1.9% 였는데, 이는 현장의 노사관계를 반영하는 것과 함께 노동자 스스로의 몸에 대한 권리의식 및 감수성이 약하거나 훼손당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걸리고 치료하기가 만만치 않은 골병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스스로의 몸에 대한 권리의식 높여나가야 할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근골격계 질환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조건은 여가시간, 업무속도, 파견 혹은 배치전환 항목 순이었는 바, 이를 집중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좀 낮춰야

고혈압, 심장병, 위궤양의 직접원인이고, 신경증과 우울증 등을 초래하며, 극단적인 업무스트레스 반응으로 볼 수 있는 과로사 문제가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현실을 제대로 알고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전국평균 값을 상회할 정도로 위험한 스트레스 요인은 보상부적절 71.3%, 직무자율 62.7%, 조직체계 61.1%, 관계갈등 59.8%, 고용불안 57.9%, 직장문화 51.6%, 물리적 요인 45.8%, 직무요구 27.1%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질적 저임금 현실과 함께 비전의 부재 등으로 인한 보상부적절 요인이 가장 주요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그리고 시키면 할 수 밖에 없는 물량이 절대화되어있어 일하는 노동자들의 필요를 자율적으로 운영치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상위 25%에 해당하는 고위험 요인은 고용불안 54.4%, 직무자율 46.9%, 조직체계 41.0%, 관계갈등 34.0%, 물리적 요인 25.6%, 보상부적절 22.2%, 직장문화 16.2%, 직무요구 16.2% 순 이었다. 일상화되고 고착화된 구조조정 유연화 공세 및 해외공장 신설과 외주화 및 고용유연화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문제가 가장 심각한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경기지부 조합원들의 스트레스에 미치는 노동조건은 아래와 같았다. 구체적인 노동조건의 실태와 변화과정에 대한 곱씹기에 기초해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현장 실천이야말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지 싶다.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우울과 자살, 우리가 해결해야

우울증이 중증도 이상인 이들의 분포는 지부 평균이 20.5%였다. 지회별로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이 없는 사업장부터 낮게는 15.2%에서 높게는 37.7%에 이르기까지 정도는 다양하지만 근심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게 나타났다. 우울증 경험이 있는 국민 6명당 1명꼴인 16.7%를 상회하지 않은 케피코지회와 대원안산시화지회도 15.84%와 15.24%에 이른다. 물론 전국평균치보다 낮은 비율을 보인 케피코, 대원안산 등이 괜찮은 것은 아니다. 단 한사람의 조합원이라도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을 호소하거나 근심과 답답함으로 가득한 일상을 살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자살을 생각해본 이들은 설문응답자중 지부 전체적으로 16.1%에 달했고, 자살시도를 한 이들은 지부 평균적으로 1.1%로 확인되었다. 각 지회별로 자살을 생각했던 조합원들이 비율은 적게는 6.5%에서 30.8%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삶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지회별로 자살을 시도했던 비율은 없거나 많게는 5%에 이르는 분포를 보였다.
심야노동을 하는 이들이 상시주간 노동을 하는 이들에 비해 우울증상이 130% 높았으며, 임금을 3000만 원 이하 받는 이들이 3000만원을 초과해서 받는 이들보다 우울증상이 170% 높게 나타났다.
일이 많아 우울 1.28배, 근무중 휴식적어 울 1.67배, 근무중 여유시간 적어 우울 1.42배, 잠자고 여가 부족 우울 1.77배, 휴가사용 못해 우울 1.92배, 휴일이 부족 우울 1.45배, 업무속도가 빨라 우울 1.55배, 시간당 할 일 많아 우울 1.59배, 업무량 많아 우울 1.75배, 담담업무 종류 많아 우울 1.50배, 인력부족해 우울 1.32배, 교대시 업무량 많아 우울 1.66배, 자동화 잘되 우울 1.04배, 새 업무많아 우울 0.84배, 하청 외주 작업 많아 우울 1.39배, 비정규 하청인원 많아 우울 1.59배, 파견 배치전환 많아 우울 1.66배, 기본급 낮아 우울 1.17배, 성과급 비율 높아 우울 1.44배. 이렇듯 노동조건은 우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바, 우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터의 노동조건을 우회해서는 안 된다.
우울증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노동조건은 휴가를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일, 여가시간, 업무의 양 항목 순이었는데, 우선 가장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개선키 위한 노력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윤보다 사람과 환경이 우선하는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 가는 힘이야말로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터와 삶터에서 함께 일상을 사는 이들의 관심과 소통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공동체. 우리 스스로 내부에 어느 샌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희망을 누르고 빼앗는 모습이 있다면 그조차도 그대로 보고 바꿔가는 공동체.
그래야 자살원인 분석을 염세와 비관, 가정불화, 애정문제 등의 순으로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찾는 헛짓꺼리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산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노동과 삶 그리고 꿈을 찾아서 긴 걸음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넘어야 할 산, 건너야 할 물이라면 넘고 건너야

아직 사업은 끝나지 않았고 진행 중이다. 더 많은 현장조합원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현장분위기를 만드는 것, 현장의 요구를 담은 목소리가 동료들 간의 수다 꽃으로 활력을 키워가는 것, 자신과 동료들이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노동을 곱씹고 보듬어 ‘더 쉽고 더 편하고 더 행복하게’ 일하고 살아갈 일터와 삶터를 만드는 주체로 거듭나는 것 등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봐서는 안 될 소중한 진행형의 과제이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 증상 호소자들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현장개선을 위한 현장 및 지부차원의 고민과 실천이 현장의 힘을 만들고 키우는 소중한 걸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이다. 넘어야 할 산, 건너야 할 물을 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영치기 영차 하면서 말이다.
경기지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가 어찌 경기지부 노동자들만의 현실이겠는가.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힘과 지혜를 모으는 것과 함께 금속노조 조합원 전체가 나아가 금속노동자 전체 아니 노동자 전체가 ‘더 쉽게 더 편하게 더 행복하게’ 일하고 살아갈 것을 소망하고 현실로 만들려는 행동의 주인이 될 때, 오롯이 노동의 주인으로 거듭날 기운과 기세를 움켜쥘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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