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5월|일터다시보기]교대근무와 사회적 삶

일터기사

교대근무와 사회적 삶

한노보연 후원회원 문 창 호

지난 <일터> 3월 목차에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제목은 “절대적응이 불가능한 싸이클의 연속, 부산 지하철 노동자도 제대로 잠 좀 자자!”였다. 직업이 건물시설관리인지라 현재 2년 가까이 교대근무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글의 문장 하나하나가 공감이 됐는데, 근무형태의 규칙성과 틈틈이 보장된 휴식시간, 전용 침실이라는 내 입장에서는 부러운 부분도 있지만, 건강문제 측면에서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전기, 기계 설비의 감시와 사고 대비를 위해 365일 24시간 상주해야 하는 필요 때문에, 시설관리에서 교대제와 야간근무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시설관리가 열악한 용역업체에 의해 수행되는데, 그 탓에 근무형태가 극단적이다. 24시간 맞교대, 주야비 3교대 등이 일반적인데, 일정 기간은 주간을 들어가고 그 다음 기간은 야간을 들어가는 제조업 같은 곳의 교대제와 달리, 하루 혹은 이틀, 삼일 주기로 주야를 왔다 갔다 하는 널뛰기와, 같은 회사라도 사업장마다 다를 수도 있는 각종 변형근무의 범람이 특징이다.
실제로 이런 일을 직접 해보니, 건강이 심각하게 안 좋아졌다. 근무기간에는 네다섯 시간도 편히 못자는 수면장애, 그리고 쉬는 날에 암만 자도 풀리지 않는 만성피로를 비롯해 과체중, 피부병 등의 없는 병도 생겼다.
그런데 교대제하면 건강상의 해악이 먼저 연상되지만, 인간관계와 삶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시설관리직의 특성이 반영된 말이기는 하지만, 교대근무는 일단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길다. 그리고 퇴근하더라도 야간근무 시 배증하는 피로를 풀고, 흐트러진 생체리듬을 수습하기 위해 자고, 또는 자려고 노력하기 바빠진다. 결과적으로 여가는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다가 대개의 사람들이 일할 때 자고, 사람들 쉴 때는 일하니 깨어 있어도 딱히 사람들과 어울려 할 게 없다. 개인적으로 교대근무를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보통 평일 저녁이나 공휴일에 하는 모임, 행사 등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또 지인과의 약속 잡기도 힘들다. 교대근무를 하면 마치 어긋난 시간흐름 속에 혼자 유폐돼 살아가는 듯하다. 그러면서 인간관계는 기존의 관계조차 증발해버리기 십상이고 삶도 무미건조해진다.

물론 이는 교대근무를 하는 모두가 반드시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와 내 동료들을 보면, 교대제로 인해 건강은 물론 사회적 삶의 길이와 내용이 말라비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은 그저 버티고만 살아간다. 자신들의 가능성을 온전히 실현해갈 기회 없이. 허리에 묶인 쇳덩이 같은 지금의 교대제가 바뀌어야 할 이유이다.

14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