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5월|a-z까지]“콜센터 여성노동자, 그녀를 부탁해!”

일터기사

<일터> 101호를 맞아, 새로운 꼭지를 신설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업종, 직군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고자 합니다. 이 시대가 주목하고 있지 않은 노동을 만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고 있던 그/그녀들의 노동과정을 함께 주목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첫 번째 이야기
“콜센터 여성노동자, 그녀를 부탁해!”

한노보연 선전위원장 푸우씨

수화기 너머로 환하게 미소짓는 그녀를 만나다.
콜센터 근무 6년차, 베테랑 은행 콜센터 여성 노동자인 그녀(36세, 김수현-가명)를 만났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항상 친절과 웃음을 잃지 않는 것처럼, 인터뷰 내내 수현씨는 밝고, 경쾌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는 그냥 웃어 넘길 수만은 없는 많은 것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입사한지 얼마나 된 건가요?
전에 잠깐 다른 은행 콜센터에서 1년 정도 근무했고, 이 곳에서 5년 정도 근무했으니 다 따지면 6년 정도 은행 콜센터에서 근무했네요. 이렇게 따져보니 시간이 참 많이 흘렀네요.

주로 어떤 일을 하는 거죠?
대표 전화나, 영업점으로 걸려오는 인입콜에 대해서 응대를 하는 거죠. 저는 전자금융을 담당하지만, 콜센터에 걸려오는 전화는 수신, 외환, 카드, 대출, 전자금융,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알고 있어야죠. 콜센터는 일단 고객이 은행에 궁금해서 전화를 하면 1차적으로 걸러서 처리하는 곳이에요. 콜센터들이 보통은 상담팀, 전자금융, 대출 등으로 파트가 나뉘어져 있는데. 저희 회사는 상담 원스톱 서비스를 자랑으로 여기는 곳이라 전자금융과 대출 말고는 분야가 나뉘어 있지 않아서, 그만큼 콜센터에서 해당업무가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은행업무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요.

그렇다면, 업무를 익히는 것도 어렵고, 그만큼 교육도 많이 받아야 겠네요.
신입 때 평균 6주정도 교육을 받는 것 같아요. 물론 기수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 거의 매주, 매일 교육을 받아요. 매일 30분 정도 주간교육을 받구요. 바뀐 업무와 관련해서도 교육을 받지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테스트도 하고. 원래는 매일 교육이 1시간 정도였는데, 콜량이 늘다보니 30분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문서를 가지고 관련 업무를 습득해요. 소위 나머지 공부를 알아서 하는 거죠.

은행 콜센터라고 하면, 일단 감정노동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생각나는데, 어떤가요?
일단, 민원고객에게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커요. 대민업무이긴 하지만, 직접 얼굴을 보면서 상담을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익명성이 보장되니까. 막말을 하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지점에 방문해서는 불만이 있어도 말을 못했다가, 돌아가서 전화를 걸어 푸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얼굴을 안보고 전화로 하는 거니까. 더 쉽게 막 대하는 거죠. 말도 안 되는 걸로 욕을 하거나, 화난 것 자체를 풀기 위해서 전화를 하기도 하고, 서슴지 않고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경우도 많고 그래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나도 사람이니까, 마음도 상하고, 속상하고, 심지어 부당한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은데, 내 의사를 표현하기 굉장히 어려운 조건이라서 참고, 인내하고, 고객을 달래고, 사과하고……. 내 책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래야 하는 거죠. 그것을 받아내는 역할이 내 일이니까. 그러니까 감정적 스트레스가 굉장히 커요.
간혹 은행 시스템 문제로 전화를 해서는 개인에 대한 모욕으로 전화를 마무리 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너 그것도 못하면서 거기에 왜 있냐”, “그러면서 월급 꼬박꼬박 받냐.”, “너 같은 애 짜르는 것 일도 아니다. 용역이냐, 계약직이냐. 넌 정규직도 아니잖아.”
그런데 딱 꼬리를 내리게 만들어요. 고객의 가장 큰 무기가 “너 이름 뭐야!”라는 건데요. 내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퉁명스러워지는 그 순간 바로 “너 이름 뭐야” 이러거든요. 그럼 바로 “죄송합니다”라고 해야죠.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라는 곳을 통해서 불만을 표출하는데, 한번 불만스러운 직원으로 올라오면 데미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면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니가 좀 더”, “니가 한번 더 확인해서 안 되는 일이라도 알아보겠다고 하고 콜을 종료해서, 성의를 표했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 아니냐”면서 개인의 상담스킬이라는 부분으로 책임이 돌아오는 일이 많아요. 또 고객과 맞대응을 하고 끊으면, 다시 또 전화를 해서 다른 상담원에게 화를 풀기 때문에 나에게서 끝나지 않고 돌고 도는 상황이 반복되니까. 그래서 신입 때는 울기도 많이 울었고, 그 모멸감 때문에 그만두는 사람도 꽤 많았죠. .

아까 한 달에 한 번 시험을 본다고 했는데, 그것도 힘들겠네요.
시험 스트레스는 말도 못하죠. 업무에 대한 것을 계속 테스트 하니까. 학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사회생활 중인데도 시험의 굴레를 벗지 못하니까요. 그것도 그거지만 계속 콜을 실시간으로 녹취하니까. 뭐 근거는 평가자료 활용이에요. 가령 QA평가. 교육자료, 혹시 모를 문제에 상담원을 보호하는 자료가 된다고 하지만. 사실상 실시간 감시를 하는 거라고 봐요.
상담콜을 받는 것 뿐만 아니라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뭐 하는지 등이 관리자의 화면에 항상 팝업창으로 떠있으니까,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구조니까, 실제 옆에서 콜을 관리자가 듣고 있지 않더라도, 전체를 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욱 친절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강제하게 되는 거죠.
한 달에 한번 평가자료가 나와요. 각 항목별로 경청, 호응도(아 그러십니까, 네 고객님. 그러셨군요. 등), 업무지침 등을 기본으로 해서. 평가에 미달하면 또 업무교육을 별도로 받아야 하구요. 오늘 몇 콜을 받는지, 통화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자리를 뜬 시간이 얼마인지가 시분초 단위로 다 나와요.
모든 콜은 상담원 누구나 다들 들어볼 수 있어요. 관리자들이 평가한다고 그 콜들 중 일부를 들어보고, 모범사례로 뽑기도 하고……. 2년 정도 지나면, 이 곳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데, 그 시기가 가장 힘든 시간인 것 같아요. 100%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게 아니고, 계약을 못하면 바로 해고거든요. 그 시기까지 평가가 반영돼서 계약여부가 결정되는 거니까.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루에 상담전화(콜)은 얼마나 받나요?
팀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평균 저는 70-80콜, 다른 쪽은 100콜을 넘게 받는 것 같아요. 평균 6시간 정도 통화 한다고 보면 돼요. 하루 종일 다~다~다~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통화를 하는 거죠. 그나마 점심시간 1시간, 오후에 30분 정도 공식적인 휴게시간이 있는데. 여유인력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얼마 전까지 점심시간도 30분, 휴게시간도 10분 정도로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일도 있었어요. 근데 워낙 불만이 폭주하니까, 그나마 보장된 점심시간과 휴게시간을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한 상태라 조금 나아졌어요. 쉬는 시간 없이 하루 종일 통화를 하고 나면, 머리가 띵하고, 토할 것 같고, 울렁울렁 하기도 하고, 고객에게 욕먹고 나면 나도 인간이고, 누군가의 귀한 딸인데 뭐하는 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정신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육체적 피로도 상당하겠군요.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지 주변에 건강검진 하고 나면, 갑상선 암 등 암을 발견하는 경우들도 요즘 많아요. 유방암, 자궁암도 있고, 다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하죠. 또 주로 앉아 있다 보니까. 신장질환도 많구요. 성대결절도 많아요. 산재인정 케이스가 없어서 그런지 개인치료를 위해 퇴사하는 분들도 있어요, 성대결절 때문에. 20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하더라구요. 저 같은 경우에는 난청이 있어요. 주의깊게 듣지 않으면, 잘 안 들리는 거죠. 점점 심각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분들이 주변에 꽤 있어요.

그럼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뭔가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은데.
달리 방법이 없어요.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도 따로 없구요. 다른 곳은 상담실 운영을 한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저희는 없어요. 막 욕을 들어먹고 가까스로 콜을 종료하고 나면, 상담관련한 후처리 메모를 남기고 버튼을 누르게 되어 있거든요. 저장 후 대기, 혹은 저장이라는 두 가지인데. 워낙 상담이 밀려있으니, 곧바로 저장 후 대기를 누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다시 전화를 받으면서 인사부터 시작되는 거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안녕하세요, 고객님”이라고 말이죠. 근데 그것도 매뉴얼대로 인사를 안 하면 평가에 반영돼요.
어떨 때는 하도 욕을 먹어서 몸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인데, 갈 곳은 화장실 밖에 없어요. 그나마 옆 동료와 콜 종료 타이밍이 맞으면 “지금 이 고객이 말야”라는 욕이라도 같이 하고, 공감이라도 얻는데. 대부분 콜이 밀려있으니까, 아무도 메아리를 쳐줄 수 없으니 잠시 주변을 살피다가 다시 그냥 다음 전화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화장실에 가서 울고 오는 경우들도 있는데, 예전에 관리자가 팀장에게 이 직원 왜 전화 5분넘게 안받냐고 메모를 보내서, 팀장이 화장실에서 그 사원 찾아오는 헤프닝도 있었어요.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 화장실 가는 건데, 그것도 무단이탈이라고, 콜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니까. 또 평가에 반영되는 거니까, 잠깐 자리를 뜨는 것도 쉽지 않은 거죠. 그래서 대부분 스트레스를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풀거나, 다른 서비스 업종 사람들에게 푸는 경우도 있어요. 가령, 나는 이렇게 친절하게 하는데, 당신은 왜 이러냐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면서 이 일을 하고 나서 성격 다 버렸다고 말하죠.

대부분 여성들일 텐데, 평균 연령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30대 중반인데, 저희 직장에서는 제가 딱 중간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은행이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정년까지 보장된다고 하니 이직률이 낮은 편이에요. 잡코리아, 인쿠르트 같은 곳을 보면 여성들이 구할 수 있는 일의 80-90%가 콜센터거든요. 사실 30대 여성들이 취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데, 그나마 상담스킬이나 이런 것들을 경력으로 따져서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콜센터 쪽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회사측도 상담 관련해서 처음부터 재교육을 시키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이득이니 그렇게 하는 것 같구요. 비교해보면 통신사나 홈쇼핑쪽이 20대~30대초반이라면, 은행, 금융권쪽이 콜센터 여성노동자들의 연령이 조금은 높은 것 같아요. 수요도 많고,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서 들어오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여성들이 이 직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과 그리고 아무래도 말하는 직업이다 보니, 상담스킬이 개인에게는 또 하나의 자산처럼 여겨져서 동종업계에서 돌고도는 것 같아요. 대부분 다른 산업에서 콜센터 근무하다가 오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다른 곳과 비교하면 그나마 칼출근, 칼퇴근이라는 장점이 있어서, 아이 있는 여직원들도 그것 때문에 들어오기도 하는 것 같고. 특별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나 이런 것보다는 여러 조건을 따졌을 때 가장 취업도 쉽고 하니까요.
특히나 이 직종은 매우 저평가 되어있다고 봐요. 실태조사 등을 통해서도 업무에 대한 자긍심이나 이런 게 가장 낮은 곳이 이 직종이거든요. 요즘이야 워낙 취업난이 심해서. 4년제 대학 졸업 후에 은행 취업의 경로로 콜센터를 들어오는 경우들도 간혹 있지만. 주변 사람들보면 은행원이라고 말하지 콜센터 근무한다고 시댁에도 얘기 안 했다고 하는 경우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친구들도 그래요. “주로 어떤 전화와?”, “잔액조회 해줘?”이러거든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거나, 대단한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것이 핵심업무가 아니니까, 막 대해도 되겠다는 사회적 인식으로 연장되는게 아닐까 안타까움도 있어요.
같이 일하는 분 중에 대형 피자 체인 콜센터에서 근무한 언니가 있는데. 그 언니도 그 곳에서 이전에 상담교육도 빡세게 받고, 교육도 하고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우리는 대충 피자주문 받겠지라고 생각하잖아요. 무슨 교육을 따로 받겠어라고 말이지요. 그만큼 콜센터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저평가 되다보니, 콜센터 여성 노동자들의 자긍심도 낮고, 남들도 함부로 대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어요.

먹고 살기 위해 하는 노동, 그 어떤 것이든 쉽지는 않겠지만. 저평가 되고 있는 그녀의 노동을 사회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말하는게 ‘일’인 그녀를 붙들고, 짧은 시간동안 또 다시 끊임없이 쏟아내게 한 것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일터>를 통해 그녀의 값진 노동을 기록하고 나눌 수 있게 됐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겼던 노동을 돌아보는 첫걸음. 독자 여러분, 다음도 기대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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