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6월|A부터Z까지 다양한노동이야기]반월시화공단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기

일터기사

“이것이 바로 노동 OTL ”- 반월시화공단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기

한노보연 선전위원장 푸우씨

“대학에 입학하고 방학 때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때 일했던 곳이 화성에 있는 공단이었죠. 일(물량)이 있으면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하는,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하는 그런 곳이요. 여러 직종을 경험했지만 거의 다 비슷비슷 했어요. 그렇게 노동자로 평생을 산다는 거… 당시에 너무 상상하기 싫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학교를 졸업한다고 쳐도, 그보다 나은 조건의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을 때, 그러려면 남들과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돌아보니 전 경쟁에서 이길 상태가 아닌 거예요. 우선 남들이 공부를 하는 시간에 저는 일을 해야 했고요. 집에서 지원을 받아 학원에 갈 수 있는 조건도 아니고, 특별히 머리가 좋지도 않고. 그러다보니 제가 노동자로 사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이쪽에 와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피하려고 했던 곳인데, 제 발로 걸어와서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어떻게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하게 됐냐는 질문에 정현수씨(가명)는 반월시화공단에 정착하게 된 계기에 대해 담담히 풀어놨다. 안산역에 즐비한 인력공급업체의 소개로 시작한 공장 생활. 그는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지 1년을 갓 넘긴 노동자다. 한 시간 남짓 그와 나눈 대화를 글로 전한다.

“지금 일하는 곳에 취업하기 전까지, 제가 일했던 곳은 PCB를 만드는 곳이었어요. 종이 같은 두루마리를 가지고, 형상들을 찍어주는 거예요. 그것들을 접층을 해서, 기판을 만드는 거죠. 그렇게 만들 수 있도록 자제를 공급하는 곳이죠.”

PCB? 반올림 활동을 하면서 많이 들어본 공정인데, 혹시 화학물질을 사용하나요?

“화학물질을 다루는 곳은 아니에요. 종이도 아니고, 플라스틱도 아닌 필름 같은 것을 사용하는데요. 얇은 필름으로 형상을 여러 개 찍어서 적층을 하면… 가접이라고 부르는데… 기판이 되는 거죠. 한 7~8층을 적층을 시키면 기판이 되는……. 저도 처음 알게 됐는데, 신기하더라고요.”

하루에 몇 시간씩 일했나요?

“거기는 신기한 게 출근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퇴근시간이 특별히 없어요. 한창 바쁠 때는 8시에 출근해서, 밤12시에 퇴근하는 게 기본이구요. 쉬는 날도 없어서, 한 달에 한번 정도 쉬는 게 보통이구요. 일주일에 가장 많이 일했을 때는 94시간 일했네요. 평균적으로도 주80시간 넘게 쭉 가는 것 같아요.”

엄청나게 빡센 곳인데…….사람들이 잘 버티나요?

“우선 이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업체 규모가 작아요. 사무실 직원들 제외하면 전체 인원이 12명 정도구요. 일하는 사람은 사장님, 사장님의 형, 사장님 형의 친구, 창업할 때 같이 출자한 사람. 이런 분들이 절반정도에요. 그런 관계로 얽혀있는 사람들만 오래 버티지 나머지는 오래 버티지 못하는 곳이죠. 급여도 연봉제라서, 별도의 수당 없이 그냥 딱 책정된 만큼만 줘요. 조건도 매우 열악하고. 그래서 일하러 왔다가 하루 만에 관두는 사람들도 꽤 됐어요. 보통 일주일 정도면 일할지 말지에 대해서 판가름이 나는 곳이죠. 저도 그 회사를 얼마 전에 그만 뒀는데요. 그 이후에 들어보면, 인맥으로 아는 사람을 충원한 거 같더라고요. 그냥 들어와서는 버티지 못하니까.”

그렇다면, 급여는 얼마였어요?

“연봉은 1800만원. 한 달에 150만원씩 월급으로 받는 거죠. 몇 시간을 일하든, 연봉이라고 해서 정해놨으니, 수당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이 엄청나게 빡세게 굴리는 곳이죠.”
같이 일하는 사람들 연령대는, 현수씨 또래의 30대들이 많은가요?
“대략 평균 30대 정도에요. PCB 타발이라고도 하는데, 쳐서 찍는다는 의미로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그쪽 계통 전체를 알지는 못하지만, 말로는 경력을 우대한다고 해요. 근데 말이 경력우대지, 1~2년차를 선호한다는 얘기죠. 1~2년차는 연봉이 1천800백~2천정 도니까. 일도 어느 정도 할 줄 알고, 임금은 별로 안줘도 되는 사람들을 우대한다는 거죠. 경력이 쌓이면 임금이 높으니까, 경력이 7~8년 되면 4천정도 되니. 그런 사람은 쓰려고 하지 않죠”

휴식시간도 없으니, 점심시간이나 제대로 있었는지, 밥이나 제대로 먹고 일하는지 모르겠네요.

“점심은 그나마 잘 먹었어요. 일이 힘드니까, 밥은 잘 주는 편인 것 같아요. 근데 말씀드렸듯이 휴식시간이라는 개념도 퇴근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하루에 정해진 물량이 있으면 무조건 생산을 하는 거죠. 고정적으로 쉬는 시간이 없으니까, 담배 피는 사람은 2시간에 한번정도 담배 피러 나가는 정도로 알아서 쉬는 거죠”

그렇다면, 하루 목표량이 200개면 200개를 찍는다고 봐야 겠네요.

“수량이 그 정도가 아니에요. 작은 프레스기가 한번 찍을 때 그걸 한 타(打)라고 하는데요. 이걸 보통 하루에 6~7만타를 찍어요. 이걸 한 가지 종류만 찍는 게 아니고, 적어도 10가지, 많으면 30~40가지를 찍어요. 바꿔주고, 교정하고, 그때마다 세팅 바꿔주고 하는 시간도 소요되는데요. 어쨌든 그걸 하루에 정해진 목표량에 따라 생산을 하는 거죠.”

일하다 보면, 불만도 많겠네요.

“불만이야 당연히 있죠. 제가 있던 곳이 반월시화공단에서는 가장 큰 업체인 0000에 주로 납품하는 곳인데요. 모듈화 되면서 기계를 몇 대를 떼서 제가 일하던 곳과 비슷한 고만고만한 업체를 여러 개 만들게 했대요. 그래서 공장 시작할 때 최초 자본금이 150만원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기계 한 대를 보증금을 내고 가져왔는데, 지금은 6억짜리 공장이 된 거에요. 시설투자로만 별도로 2억이 들었고. 근데 이런 곳을 여러 개를 만들어요. 자기네가 요구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또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해서 단가를 계속 다운 시키려구요. 제가 일한 곳과 똑같은 것을 생산하는데 100명 넘는 사업장도 있어요. 근데 그런 곳에 계속 물량을 몰아주지는 않고, 계속 작은 업체를 더 만든 데요. 그러니 노동조건이 나아질리 없죠. 저희보다 더 소형업체도 많더라고요. 4~5명만 일하는 곳들이죠.”

일하는 건 어땠나요?

“저는 샘플을 시험 생산하는 쪽을 전담했는데요. 샘플을 일단 짧게 한 달 안에 7~8개를 찍어보고, 확정하는데요. 맘에 안 들면 7~8달에 걸쳐서 이것저것 수정하면서 샘플을 찍기도 해요. 본격적인 양산을 준비하며 샘플을 막 찍는 거죠. 그렇게 해서 양산할 물품이 결정되면 5달에서 1년 정도 그것만 죽어라고 찍는 거죠. 근데 샘플이 계속 늘어났어요. 종류도 늘고, 양도 늘고. 샘플을 한번에 2백, 3백 개 정도 찍으면 괜찮은데요. 나중에는 양산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기니까. 양산라인에 들어가면 문제된 걸 회복하는데 꼬박 이틀정도 걸리거든요. 근데 샘플 쪽에서는 하루 만에 물량을 찍을 수 있으니까. 양산라인에서 착오가 생기면 고스란히 물량을 저에게 떠 넘겨요. 그러다보니 일이 어림잡아 2배정도 늘어난 적도 있어요.”

일하는 것도 그렇지만, 출퇴근이 너무 힘들었겠어요.

“7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출근하면, 다음날 12시 30분이나 1시가 되어야 끝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밤을 그냥 샌 적도 있어요. 24시간 동안 일을 한 것도 두 번 정도 있었어요. 야간에 물량이 있을 때 말이죠. 전원이 다 일한 건 아니고요. 저만 24시간 일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다음날 출근해서 넘겨받고 전 퇴근하고, 그렇게요. 그리고 0000납품처가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요. 그날 하루 수주물량 다 끝내고 퇴근했는데. 한밤중에 급하다고 납품하라고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사정을 설명해서 미루기도 하지만, 보통은 다시 출근해서 물량을 찍어서 납품하고 또 퇴근하고 그런 일도 있죠.”

거기에 들어간 건 소개로 들어간 건가요?

“안산역 인력소개소들이 많으니까요. 눈에 띄는 첫 번째에 업체에 들어가서 일자리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바로 그 공장을 소개해주더라고요. 파견이 아니라, 정직원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근데 말이 정직원이지 업체 자체가 불안정하니까…….”

뭐를 장점이라고 하면서 소개해주던가요?

“특별한 것은 없고요. 4대 보험 되고, 전망 탄탄하다고 소개해 주더라고요. 이 회사 납품처가 안산에서는 뭐 삼성 같은 곳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평생까지는 아니지만, 당장 몇 년간 일하는 데는 문제없을 것이다……. 이런거죠.”

일이 많이 힘들었겠어요.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거라서, 어깨, 허리, 다리…….전신이 아프죠. 그래도 간간히 스트레칭을 하면서 버텼는데요. 일 자체도 그렇지만, 끊임없이 시간에 쫓기면서 해야 하고. 일단 퇴근시간이……. 전원이 함께 퇴근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가 맡은 물량은 다 끝내야 하거든요. 특히나 제가 나이가 어리고 그러니까. 일단 제일 먼저 끝내야 하는 것처럼 되어 있는 거예요. 자기파트만 딱 끝내면 각자 퇴근하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일을 평균화할 수 없으니까. 하다가 도저히 안 되면 먼저 끝낸 사람이 다른 사람 일을 받아다가 하기도 하고. 그렇게 퇴근을 다 같이 해야 하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반월시화공단은 다른 곳도 다 비슷한 조건인가요?

“직군에 따라서 다를 것 같기는 한데요.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요. 제가 일하던 사업장이 같은 업종에서도 좀 심한 편이구요.. 다른 업체에서는 주5일,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곳도 있기는 한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특히 0000 납품하는 곳들이 좀 심하다고는 하더라고요. 0000이 물량을 끊으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으니까요. 오더를 내리면 그 형틀을 만드는 여러 개의 금형공장이 있고, 그걸 넘겨받아서 자재를 찍는 곳들도 제가 아는 것만 7~8개가 되고요. 그렇게 납품을 하는 시스템이니까요.”

친구들 만나거나 이런 것도 힘들겠네요.

“개인일정이라는 건 전혀 못잡죠. 제가 언제 퇴근할지 모르니까. 약속 잡았다가 깨진 것도 부지기수였고요. 유일하게 약속을 할 수 있는 건 일요일 저녁이에요. 주말 수주는 토요일에 떨어지거든요. 근데 토요일에 이틀치 일을 내려요. 하루에는 다 못 끝내거든요. 토요일에 일을 어느 정도하고, 급하지 않으면 일요일로 넘겨서 일요일에 마무리는 짓는데. 일요일에는 한 3~4시 정도에 일이 끝나게……. 딱 그 정도. 일요일 늦은 오후에 일이 끝나게 일을 주는 거죠.”

월 1회 정도만 쉬게 되는 게 그것 때문이겠군요.

“네, 그렇죠. 임금이 어차피 정해져 있으니까요. 일을 얼마나 시키든지 상관이 없는 거잖아요. 버티냐, 못 버티느냐의 문제만 있는 거죠. 그러니까 1년 채워서 일하기 힘든 곳인 것 같아요.”

반월시화공단에서 일을 구하기는 쉬운 편인가요?

“일단 나이가 젊으면 일자리를 구하는 게 크게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아요. 30대 중반까지는요. 특별히 경력 같은 걸 따지는 게 아니고요. 주야간이 가능한지만 물어보니까요. 다만, 아무 것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은 너희 역시 아무 것도 따지지 말라는 거에요. 휴일 없이 일하며 몸이 망가지는 것도, 그러다 일을 못할 만큼 아프면 버려질 것도, 그렇게 일해서 자기 집을 살 수 있을지, 노후보장은 가능할지, 결혼하고 자식은 키울 수 있을지 하는 고민 같은 것도, 전부다 자신들은 알 필요가 없거나 알면서도 모른 척 하겠다는 거죠. 그게 가능하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는 곳이죠. 워낙 인력 순환이 빠른 곳이 이 공단이거든요.”

1년 정도 일하면서 든 소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추상적인 질문이긴 한데.

“기본적으로 뭘 하든지 불합리해요. 뭐 하나 정말……. 명문화된 법대로 돌아가는 건 하나도 없고.그나마 최소 기준은 있는데요. 그게 딱 최저임금이에요. 근데 세부적으로 따지면 완전 개판이죠. 최저임금을 맞춘다는 것도, 총액만 맞춘 것이니까요. 어떻게 다 수당으로 처리해서 임금을 맞추는지 대단하죠. 제 월급명세서를 보면 상여금, 출퇴근보조, 심지어 퇴직금도 포함되어 있거든요. 따지면 법률위반인데…….그걸 다 합쳐야 최저임금이 나오는 거니까요.”

이 동네는 대부분 원룸에 많이 살잖아요. 방 구하는 건 어렵지 않나요?

“제가 사는 곳은 보증금 500, 월세 26만원, 관리비 4만 5천원. 가스비, 수도세 별도. 근데겨울에는 난방비까지 포함해서 40만원정도 나와요. 월 150만원 받아서, 이것저것 떼고 나면 100만원 가지고. 먹고 살아야죠. 원룸은 계속 생기니까…….구하는 건 그리…….”

결혼하면 정말 먹고 살기 힘들겠어요. 애도 키우고 살려면…….

“열심히 잔업, 야간, 특근 뛰어야죠. 저 같은 연봉제가 아닌 곳은 대부분 시급제니까. 잔업, 야간, 특근 수당 붙게 하루도 안 쉬고 열심히 하면 한 200만원은 버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맞벌이를 안 하면 못사는 곳이죠. 그리고 그렇게 벌어도 ”

이 곳에서 일하면서 먹고 사는 게 참 쉽지 않은데요…….버티게 되는 이유가 뭘까요?

“제 생각으로는요. 음…….더 나은 게 없어서 그런 거 같아요. 이게 최저수준이라고 말하는 건 좀 어폐가 있고요. 이게 평균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어딜 가나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하니까요.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그거에요. 평균수준이 안정되어 있어야, 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하거나 할 텐데. 이조차도 불안정한 조건이니까. 더욱 그런 것 같아요.”

“노동 지옥, 자본 천국” 현수씨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말이다. 누구나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지만,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그와의 대화를 정리하는 내내 불쑥 불쑥 고개를 들었다.

노동 OTL! 노동이 좌절이 아닌 희망으로 불리워지는 날을 기대하기는 아직 너무 멀다. 한낮, 뜨거운 열기로 몸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지만, 머릿속이 차가워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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