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7월|문화읽기]품격을 말하기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

일터기사

품격을 말하기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

한노보연 선전위원 연아

주말 시청률 최강자로 떠오른 ‘신사의 품격’

SBS의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인기가 뜨겁다. 얼마 전부터 일요일 저녁시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경쟁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을 앞질렀다고 하니, 분명 시청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기는 한 것 같다. 대성공을 거둔 전작 ‘시크릿가든’의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감독의 결합, 장동건과 김하늘의 등장만으로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성공의 요인은 김은숙 작가가 써내는 쫀득쫀득한 대사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아마도 40대 꽃중년 남성 4명의 등장 때문이 아닐까 한다. 보통 드라마가 젊고, 잘생기고, 돈까지 많은 완벽한 남자주인공을 설정하기 위해 왕자나 재벌집 아들처럼 비현실적 설정을 끌어들인 것에 비해, 이 드라마는 40대 남성들이 (2,30대에 노력한 결과로) 건축사무소 소장, 카페 사장, 변호사 등 현실적인 직업과 그에 적합한 부를 가졌다는 점에서 나름 ‘현실에 조금 더 가까운 환상’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풍부한 상황 설정, 그러나 디테일의 아쉬움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도진(장동건)과 서이수(김하늘)의 만남과 사랑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가장 중심적인 에피소드로 많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그 사이에 조연들과의 부분적인 에피소드도 가미되면서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특징을 보다 풍부하게 표현해주고, 신선한 재미를 준다. 윤리교사인 담임 서이수의 제자인 김동협(김우빈)과의 에피소드 역시 그러한 감초 역할을 한다. 선생과 제자의 사랑은 정말 전형적이라 식상할 때가 되었는데도, 마치 강요라도 당하는 듯 풋풋한 미소를 짓게 하기에 충분하다 드라마 11화에서는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 서이수와 김도진의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그 중 김동협과의 에피소드가 끼어든다. 김도진과의 관계에서는 예전에 만나던 여성들을 뒷조사하는 유치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이던 서이수가, 이를 통해 다시 학생을 사랑하는 지적이고 정의로운 선생님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걸 보던 나는 너무 애매한 내용에 닭살이 돋았다

청소년 노동자는 항상 선생님이 곁에 있어야 하나요?

제자인 김동협의 사고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찾아온 서이수. 김동협은 사고를 당해 병상에 누워 있다. 놀란 서이수를 알아보지 못한 중년 여성은 침상의 김동협에게 다가와, “야, 배달하랬더니 사고를 치면 어떡해. 너 오토바이 어떡할 거야. 아주 작살났던데, 이거 순전히 니 부주의니까 니가 알아서해 나 병원비 못 내고 오토바이 수리도 너 알바비에서 깔 때니까 그렇게 알아.”라며 역정을 낸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라며 김동협은 자신 없게 항의해 보지만 다음 말을 잇지 못한다, 그때 마침 서이수는 차분히 그 여성을 향해 “대한민국에 사업자 등록하신 사장님이신가요?” “청소년 근로기준법 아시죠? 저 학생이 만 18세 미만인거 아셨나요? 야간근로 본인 동의 구하셨나요? 임금 50% 가산 지급했나요? 학교 쉬는 휴일에 근무시간 7시간미만으로 지키셨나요? 동의 안 구하셨으면 벌금 많이 내셔야 할 텐데요” 라며 예의바르게 협박을 한다. 그러나 사장은 “당신 누구야?”라며 오히려 당당하게 따진다. 그러나 이내 서이수가 선생님인 것을 알자 꼬리를 내린다. 그리고는 병원비를 내겠다고 한다. 서이수는 “병원비는 당연히 내셔야 하구요, 암튼 경찰서에 신고합니다.”라며 상황을 마무리한다.

배려를 넘는 진정한 품격에 대한 아쉬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일하는 청소년 노동의 문제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엿보인다. ‘엄마는 도망치고 아빠는 술에 절어 있는’ 김동협에 대한 시청자의 연민은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조건 없는 사랑의 필요성을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청소년 노동의 현실적 문제점이 극적이고 낭만적인 사건의 재료로 피상적으로 쓰이는 점은 너무 아쉽다 사장에게 의료비만이라도 개별적으로 받는 것으로도 시청자들은 안도 할 수 있겠지만, 김동협은 산업재해 신청을 하고 치료비(요양급여)는 물론 치료기간 동안 임금 70% 상당의 휴업급여, 장해 급여까지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선생님의 권위가 아니라, 법제도적으로 이미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작가가 조금만 세심하게 배려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신사의 품격은 드라마지 9시 뉴스도 100분 토론도 아니다. 위기탈출 넘버원처럼, 안전보건의 정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도 아니다. 하지만 진정 ‘품격’있는 사회에서는 드라마의 내용도 달라져 있을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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