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7월|유노무사상담일지]더불어 여

일터기사

노무법인 필 노무사 유 상 철

nextstep1@hanmail.net

7월 3일, 대한문 앞에서 전국불안정철폐연대와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공동주최로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드는 문화제」를 하였다. 오후 내내 비가 오다가 개였다가 폭우가 쏟아지고 벼락이 치는 등 날씨는 엉망진창이었지만 날씨를 이유로 문화제를 취소할 수는 없었다. 모두 함께 하고 있다는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이 날의 문화제는 노무사, 변호사들이 주축인 자리였던 만큼 정리해고의 역사와 문제점, 비정규직법 개악의 역사와 문제점에 대한 강연과 질라라비 밴드와 민예총 노래활동가의 공연, 노동법 OX퀴즈 등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쌍용차 정비지회장의 발언. 자신이 공황장애 같다며, 무엇을 해도 안 되고, 무엇을 하고자 해도 버겁다며 쌍용차 투쟁뿐만 아니라 이 땅의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다. 마지막엔 힘을 내어 “하지만 여러분들이 있기에 우리는 투쟁을 계속 할 수 있다”는 말씀과 미소로 발언을 끝마쳤다.

당일 비정규직법 개악의 역사와 문제점에 대한 강연은 윤지영(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가 맡았는데, 발언의 핵심은 제도를 변화시켜야 하고 그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연대’가 절실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지금은 없는 이야기(최규석 우화, 사계절)」중 ‘늑대와 염소’라는 우화를 들려 주었다 한 마을에 흰 염소와 검은 염소가 살고 있었고 이들을 먹잇감으로 노리는 늑대의 무리가 있었다. 흰 염소와 검은 염소는 똘똘 뭉쳐 거세게 저항하였다. 늑대는 사냥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늑대무리의 왕초라 할 수 있는 잿빛 늑대가 말했다. “이제부터 흰 염소만 사냥을 하게나” 늑대들은 수가 적은 흰 염소만 사냥을 하느라 평소보다 더 힘을 써야 했다. 하지만 몇 번 더 패턴이 반복되자 검은 염소는 방어선에서 빠지기 시작했다. 흰 염소는 검은 염소에게 “왜 같이 싸우지 않는거야”라고 따졌다. 검은 염소는 “우리들이 쫓기지도 않는데 우린 함께 싸워주었어. 너희들은 우리에게 고마워해야해”라고 하더니 급기야 “너희들만 공격받으니 스스로 싸워서 살아남아”라고 하였다. 마침내 흰 염소는 모두 잡아먹혔다. 늑대들은 다시 잿빛 늑대에게 어떻게 할까를 물었다

잿빛 늑대는 “이제 아무 염소나 내키는대로 잡아도 된다네. 이제 검은 염소들은 한 마리가 잡아 먹히면 그 놈이 왜 잡아먹혔는지 알아내느라 대항할 생각을 못 할 것야. 뿔이 굽어서 먹혔는지, 다리가 짧아서 먹혔는지, 암놈이라서, 아니면 수놈이라서 먹혔는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하겠지. 스스로 먹힐만한 이유가 있어서 잡아먹히는 거라고 여기는 놈들을 사냥하는 건 식은 죽 먹기지”라고 하였다 굳이 ‘늑대와 염소’ 우화의 의미를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현재 노동법은 권력자와 가진 자들의 입맛에 맞도록 짜여지고, 다듬어진 상태라 제도의 틀 안에서 진정한 노동3권, 노동자의 권리 보장은 한계가 명확하다. 때문에 노동법의 전면적인 개정 또는 일부법률의 폐지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노동법에서 ‘~보호등에 관한 법률’이라고 되어 있는 것은 입법취지 및 보호목적을 벗어나 가진 자들의 ‘꼼수’를 제도적으로 보호해주는 기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정규직, 비정규직의 구분을 넘어 ‘사내하도급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까지 제정하겠다고 설치는 상황이니… 수세적인 방어를 넘어서 다음 단계를 위하여 잠시 머리를 식히고 ‘늑대와 염소’ 우화를 떠올리며 지금의 현실, ‘연대’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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