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7월|이러쿵저러쿵] 다시 한 번 해보자

일터기사

다시 한 번 해보자.

한노보연 선전위원 윤 성 호

작년 이맘때 나는 서울을 떠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었는데 첫째는 해고생활 7년 동안 복직을 꿈꾸며 살아왔는데 복직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금고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으며, 둘째는 1년 사이 서울 전세값이 너무 많이 올라 당시 살고 있는 전셋집 계약연장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으며, 셋째는 아들이 서울에 있는 학교에 적응을 못해서 좀 작은 학교에 보내야 할 것 같은 판단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살 수 없는 이유가 세가지나 동시에 생겼으니 당연히 서울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작년 8월 말에 당진으로 이사와서 장사를 할 것인가! 농사를 지을 것인가! 고민하던 중 10월에 서울시장보궐선거가 있었고, 박원순 후보는 우리들의 복직을 약속했고, 서울시장에 당선되어 그는 올 5월에 약속을 지켰다. 고맙다!

당진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30분이 조금 넘게 소요된다. 나는 지하철기관사라 교대근무를 하고 있으며, 주간근무인 경우 오전 6시부터 12시까지 출근시간이 날마다 불규칙적이다. 때문에 보통 출근시간이 빠른 주간근무인 경우는 미리 전날 서울에 올라가 다음날 일찍 출근을 한다.

사람들이 근무적응은 잘 되는지 묻는다. 사실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출근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만이 아니라 불규칙한 근무에 적응하느라 애를 많이 먹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날마다 출근시간이 달라지고, 열차를 운전하는 시간도 날마다 다르고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도 일정치 않아서 힘들다. 밤에 잠을 자다가 몇 번을 깨는지 모르겠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눈을 뜨고 있어도 어지럼증이 있다. 그나마 강제 수동운전이 없어져 다행이다. 그 동안 수동운전까지 해야 했으니! 도시철도 기관사들 참 고생이 많았다. 아주 상식적인 일이지만 사람은 낮에 일하고 밤에는 자야 하는 동물이 맞다.

어제는 노동조합 대의원선거 후보등록 마감일이었다. 나는 신풍승무대의원에 입후보 했다. 물론 자동 당선이다. 마음만 먹으며 퇴직하는 날까지 조합간부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글퍼진다. 하지만 8년 전에 하다 중단됐던 일들을 다시 시작해 볼 생각이다. 이제는 아들도 학교생활 잘하고 집 걱정도 없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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