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7월|일터다시보기] ⌜이것이 바로 노동 OTL⌟을 읽고 –

일터기사

보연씨에게 처음 보내는 연애편지


– 통권 102호 2012년 6월호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이것이 바로 노동 OTL⌟을 읽고 –



일터 독자 송영석


보연씨~ 잘 계신가요?



내가 지인의 소개로 당신을 만난 지가 벌써 10년이 다 되가는 거 같고요, 그날 이후로 당신은 한 달에 한 번씩 꼬박 꼬박 당신과 당신의 멋진 친구들 소식 전하기를 7,8년이 넘은거 같아요. 실은 그동안 나는 당신에게 별 관심이 없었답니다. 보연씨가 으레 그렇듯 또 내게 보내왔구나… 대충 당신의 편지를 읽어보고 집 한구석에 쌓아두다가 청소 한번 거하게 할 때에 재활용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 일쑤였고요, 어떤 때는 당신의 편지봉투를 뜯지도 않고 거기로 직행한 적도 있었음을 쑥스럽게 고백합니다. (내가 좀 뻔뻔해서 별로 미안하진 않아요ㅎㅎ)


그런 내가 7,8년만에 첨으로 당신께 답장을 보냅니다.


천지개벽이라도 나듯 내게 먼 일 났냐구요? ㅋㅋ 그게 아니라 말이죠, 요 근래에 보낸 당신의 편지 중에서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가 참 재미있어서… 그러던 차 내친 김에 나도 내 친구 이야기를 당신께 해드리고픈 마음이 살짝 동~했던 거에요. 그게 뭐냐면요?

내 친한 친구는 전봇대를 심는 놈이랍니다. 전북 임실군에서 주로 일하고요, 임실지역의 도로변에 심어져 있는 전봇대가 낡으면 뽑아서 다시 새 걸로 심기도 하고요, 새로이 나는 길이면 길 따라서 수십수백개의 전봇대를 냅다 꽂아 전선줄을 연결하는거죠. 술과 노래밖에 없던 이십대 시절이 그리울 때면 요즘도 가끔 임실로 내려가 하늘에 총총 뜬 별과 친구 목소리를 가슴에 담아 오곤 하는데, 당신의 편지글을 읽으며 그 친구가 생각 난 거에요.

요즘 어떠냐, 뭐 하고 사냐, 안 힘드냐, 일은 어떠냐, 사장 새끼는 아직도 그 모양이냐, 그래도 사장한테 밉보이지 말고 전기기사 얼른 따서 사장이랑 같이 한국전력 영업을 뛰어라, 저녁에 술 작작 먹고 세무회계 공부도 해라, 산별은 어떠냐, 전기 일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모래알이냐… 잘 좀 해라 새꺄~ 니나 잘해 마셔 새꺄~~… 뭐 그러다가 우웩~으로 끝맺는 그런 친구랑 함께 술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들었던 거죠.

콜센터 여성노동자가 내 친구인 것처럼,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가 그 녀석인 것처럼, 힘들어도 술 한잔 앞에 놓고 부담스럽지 않게 편안히 이야기해 나가는 보연씨가 멋있어 보였답니다. 그래서인지 102번째 편지 속에 “연구리포트”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죠. 물론 보연씨의 외모도 예전에 비해 반듯하고 깔끔해졌고, 나이가 들수록 멋있어지는 거 같아요^^


보연씨, 지금까지 7,8년 동안 묵묵히 나에게 편지 보내줘서 정말 고맙고, 든든하고요… 부탁이 있다면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처럼 힘든 이야기도 편안하게, 묵직한 주제도 살짝 즐겁게 내게 말해주세요. 그래서 당신의 편지가 위험하고 아파하는 노동자를 향한 사랑스러운 연애편지가 되어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자 세상이 어서 올 수 있도록 말이죠^^

끝으로… 당신이 내게 그랬듯 나도 그냥 내가 즐거워서 당신에게 보낸 답장이니까, 뻔뻔한 나처럼 이 편지를 쓰레기통에 쳐박아도 내가 뭐라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 계속 보연씨를 지켜보고 지지와 사랑을 보내겠어요,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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