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1월|기획] 2012 노동안전보건 10대 뉴스

일터기사


2012년 12월 18일, 작년 한해를 마감하는 송년회에 참가한 연구소 회원, 후원회원이 스티커 설문을 통해 ‘2012년 노동안전보건 10대 뉴스’를 뽑아 보았습니다. 총 29명이 참여한 설문은 중복투표를 허용해 진행됐습니다. 동수의 득표를 받은 공동순위 때문에 10대 뉴스는 11가지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년 한해 수많았던 노동안전보건 사건 사고를 돌아보며, 2013년은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10대 뉴스를 전합니다.

1위 퍼블릭 아이 어워드’ 세계 최악의 기업 후보 – 삼성
2012년 그린피스가 다보스포럼 기간 중 수여하는 글로벌 어워드(The winners of The Public Eye People’s and Global Award) 최악의 기업상 투표에서 삼성이 3위를 차지했다. 그린피스가 주관, 시상하는 최악의 기업상은 인권과 환경을 등한시한 기업을 전 세계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되었다. 투표는 온라인상으로 진행했는데 2012년 1월 5일부터 1월 27일까지 8만 8천여 명이 참가하였다.
그린피스는 후보에 오른 삼성에 대하여 “독극물질을 사용하지만 노동자들에게 알려주지도, 노동자들을 보호하지도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소 140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그들 중 최소 50명이 사망했다”라며, “환경오염, 노조 탄압, 부패와 탈세, 삼성공화국”을 거론하며 후보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2위”기업살인법 제정하라”
사업주 과실로 노동자가 사망하면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사실상 처벌은 영세사업장 사업주나 현장소장, 안전 관리자 등에 대한 처벌에 그쳐왔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시 법인을 처벌할 수도 있고 가중처벌도 가능하지만, 형벌 수준은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냉동 창고에서 4명의 노동자가 질식사한 이마트는 벌금 1백만 원. 40여 명이 산재사고로 죽은 이천 냉동 창고 사고에 대해서는 벌금 2천만 원. 이천 물류센터 신축공사 사고로 9명이 죽은 GS건설이 받은 벌금은 고작 7백만 원이었다. 이에 2012년 노동안전보건운동 진영은 ‘살인기업 처벌 특별법(일명 기업살인법) 제정’을 주장하며 운동을 펼쳐왔다.
참고로 자본주의 종주국인 영국은 2008년부터 ‘기업살인법’(Corporate Killing Law)을 시행해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책임을 엄하게 묻고 있으며, 호주와 캐나다에서도 기업의 과실·태만으로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기업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한다. 호주에서는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면 계약직이냐 도급·하청이냐를 따지지 않고 모든 노동자가 산재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다.

3위 산재사망이 집중되는 하청 노동자
산재사망이 영세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국내 9대 조선사의 산재 사망자 중 원청 노동자는 3명, 하청 노동자는 1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80% 정도가 하청업체 소속이다.
2002년에는 원청 사망자가 18명, 하청 사망자가 0명이었지만 이후 하청 사망자 비율은 계속 늘었다. 2004년까지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의 산재보험까지 가입했기 때문에 그 이전 하청 노동자 사망이 원청으로 집계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2000년대 조선업에 사내하도급이 늘면서 위험한 업무가 하청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영세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 받으며 사지로 내몰리는 것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업체는 안전교육 지원 등 최소한의 조치만 하도록 돼 있을 뿐 사실상 안전조치에 대해 책임이 없고, 하청업체 사업주는 자체적으로 안전장비를 갖출 기술력이나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일자리를 원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만 아무런 보호막 없이 작업을 이어간다. 원청업체는 위험마저 ‘외주화’하는 것이다.
노동건강연대가 2010∼11년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판결 7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안전관리에 대해 원·하청기업이 지는 책임은 수백만 원의 벌금에 불과하고 특히 처벌은 하청업체에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위 방사선 비파괴검사 노동자 잇단 백혈병 발병
비파괴검사는 대상물을 분해하거나 훼손하지 않고 방사선 초음파 등을 이용해 손상 여부를 검사하는 업무로, 매우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에 원자력안전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월2시간 이상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해야한다. 그러나 조선업과 건설플랜트 현장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비파괴검사는 원·하청 구조 속에서 방사선 피폭에 대한 안전교육이나, 방사선 차폐시설 설비, 보호구 지급조차 진행되지 않은 속에서 방치되어 왔다.
2010년, 2011년 울산 현대중공업과 세진중공업 비파괴검사 하청업체인 KNDT&I 소속 노동자들이 잇따라 백혈병에 걸려 숨지거나 치료받는 상황이 발생하며 사회문제화 됐으나 실질적 해결은 되지 않아, 2012년에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됐다. 방사선 취급과 관련한 노동자 건강관리는 노동부와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에 나뉘어 있어 관리소홀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온 실정이다.

5위 또 다시 발생한 용광로 사망사고
2010년 9월 환영철강에서 20대의 청년노동자가 용광로에 빠져 숨진 사건이 발생하며 많은 사람들이 분노에 휩싸였다. 10만 원짜리 안전펜스만 설치했어도 그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2년만인 작년 9월 용광로 사망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선박엔진부품을 제조하는 LS엠트론 CASCO에서 용광로 쇳물 운반기계인 ‘래들’이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 박 모(28세)씨와 허 모(29세)씨가 쇳물을 뒤집어 써 그 자리에서 숨진 것이다. 사망한 두 노동자는 5일 연속 야간근무를 한 상태로 또 다시 일요일 특근을 요구받아 밤샘작업에 투입된 상황이었다.
사고 이후 노동부가 이 회사의 전반적인 안전관리실태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 22건을 적발하고 대표이사 겸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유족과 합의가 됐고, 성실히 조사에 임했기 때문에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공동 5위 ‘산재는 모두 노동자 탓’, 고용노동부 산재예방 광고 논란
지금은 사라진 한편의 광고를 기억하는가? 2012년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제작, 지난 6월 한 뉴스전문방송사에서 매일 오전, 오후 2차례씩 방송된 40초 분량의 TV광고의 내용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TV광고의 내용은 이렇다. 한 노동자가 덥다며 안전모를 벗어 던진 채 작업하다가 고층건물에서 추락하며 시작된다. 이 장면은 수박 한 통이 떨어져 박살나는 장면과 연결된다. 이어 휴대전화에 눈을 떼지 못하며 걷던 공장노동자가 동료와 부딪혀 넘어지면서 작업복이 롤러에 말려들어 가는데 롤러 반대편에서는 마른 오징어가 튀어나온다. 또 헬멧을 쓰라는 경고를 무시한 채 이어폰을 끼고 곡예운전을 하는 음식배달 청년이 옆쪽에서 달려오는 미니버스를 못 봐 충돌하는 장면은 토마토케첩이 자동차 바퀴에 눌려 뿜어져 나오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산재 발생이 기업의 미흡한 안전조치보다는 노동자의 과실에서 비롯된 것이란 고용노동부의 산재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낸 광고는 논란이 일자 곧바로 삭제됐다. 고용부 서비스산재 예방팀 관계자는 “TV 캠페인 내용 구성상 짧은 시간 안에 사업주의 과실 등 많은 장면을 담을 수 없었다”며 “광고는 방송사의 자체심의 등을 거쳤으며, 산재 심각성에 대한 메시지를 사회 전체에 던지려고 했다”고 밝혔다고 했지만,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이것을 단지 해프닝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공동 5위 암 발생 한해 17만 명… 산재판정은 25명뿐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암에 걸리는 사람이 해마다 늘어 ‘암 환자 100만 명 시대’에 들어섰지만, 암 환자 가운데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경우는 한해 평균 25명에 불과하다. 근로복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직업성 암 승인 건수는 2007년 21명, 2008년 21명, 2009년 17명, 2010년 31명, 2011년 36명이다.
직업성 암 인정 비율(산재보험 가입 인구 10만 명 당 직업성 암 승인 건수)을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0.23명(2010년)에 그친 반면, 프랑스는 10.44명, 벨기에 9.86명, 핀란드 6.53명, 독일 6.07명 등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직업성 암 인정 비율이 낮은 것은 상당수 노동자들이 암을 개인 질병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오랜 잠복기로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한 뒤 암이 발병하는 등의 이유로 산재 신청을 지레 포기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암이 업무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을 해당 노동자나 유가족들이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전체 암의 4%가량을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추정치를 적용하면, 한국의 경우 2009년 기준으로 암 발생자 중 7702명이 업무에 의해 암에 걸린 것으로 판단할 수 있으나, 고작 0.2%인 17명만이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았다. 직업성 암과 관련해 산재보험 제도를 전면 개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8위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있으나 마나
2008년부터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 대상자인 골프장 캐디, 레미콘트럭 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4개 업종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가입률은 2008년 16%, 2009년 8.9%, 2010년 8.6%로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적용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사업주의 ‘적용제외신청’ 강요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사업장별 적용제외율을 보면 적용대상자면서 산재보험에 1명도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이 61.3%에 달했다. 이처럼 특수고용직 직원 모두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한 사업장이 많은 것은 사용자의 적용제외 신청 유도 또는 강요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입법조사처의 설명이다.
지난해 5월부터 퀵서비스·택배 기사들도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 졌다, 하지만 여전히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퀵서비스 노동조합 양용민 위원장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보험료 반반 부담과 적용제외 독소조항이 살아있는 한 우리들의 산재보험 가입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산재보험은 사회보장의 일환인 만큼 모든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한다”고 주장했다.

9위 도시철도 이재민 기관사 투신 사망
지난해 3월 12일 도시철도 5호선 왕십리역 승강장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은 기관사 고 이재민 씨의 사망사건 발생으로 열차 기관사들의 공황장애 등 정신적 고통이 다시 한 번 조명됐다.
이미 기관사 공황장애의 경우 2003년 8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30대의 우울증, 불안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 있던 두 기관사가 며칠사이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집중조명을 받은바 있다. 또한 지하철 기관사의 공황장애가 2004년 산업재해로 인정될 만큼 지하철 기관사는 공황장애 노출위험이 심각한 직종이다.
고 이재민 기관사의 사망사건 이후 유족과 도시철도노조는 공사의 해결책 제시와 서울시의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현재 서울시-메트로(노/사)-도시철도(노/사)는 지하철최적근무위원회를 꾸려 노동조건 개선을 논의 중에 있다.

10위 녹산공단 방사선 누출
2011년 12월 30일, 방사선 비파괴 검사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녹산공단의 ㅌ공장 앞에서 시간당 최고 10μSv(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이 감지됐다. 이는 자연 방사선량의 40배이고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정한 방사선 노출 위험 기준의 20배가 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반핵부산시민대책위와 녹산노동자희망찾기는 “약 1500개 사업장에 3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녹산공단에 방사선이 유출되었다는 것은 그동안 노동자들이 얼마나 유해한 환경에서 작업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사선 유출 업체를 처벌하고, 녹산공단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건강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과부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2년 1월 3일 부산 녹산공단 방사선 누출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2쪽 짜리 조사 결과는 비파괴 검사 장비를 운영하는 ㅌ사의 방사선 차폐시설에 틈이 생겨 방사선이 유출됐지만 극소량이어서 인체에는 해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공동 10위 구미 불산사고
“…2012년 9월 27일 밤 경상북도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구미 제4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플루오린 화학제품 생산 업체인 주식회사 휴브글로벌 구미 공장에서 탱크로리에 실린 플루오린화 수소 가스(일명 불산가스)를 공장 내 설비에 주입하던 중 근로자의 실수로 탱크로리의 밸브가 열리면서 가스가 유출되어, 공장 근로자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한 플루오린화 수소 가스 누출 이후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산업단지 인근 지역까지 가스가 퍼지면서 농작물이 죽고 가축이 가스 중독 증상을 보이는 등 피해가 속출하였다…”
사건 발생 직후 관계당국은 불산 누출사고 당시 CCTV 화면을 공개하며, 당시 작업자의 부주의를 탓했다. 그러나 3년 전에도 같은 사고가 발생했고, 최근 3년간 이 사고를 비롯해 3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는데도 정기안전교육은 물론 점검조차 실시하지 않은 고용노동부의 안전관리 대책 소홀과 안전 불감증이 사태의 근본원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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