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2월|문화읽기] 나의 전자책 입문기

일터기사


나의 전자책 입문기
한노보연 소장 김정수
최근 나의 독서를 방해하는 무서운 적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스마트폰!!!
작년 초 아이폰3를 통해 스마트폰에 입문하였으나 익숙하지도 않고, 3G라 그다지 빠르지도 않고, 데이터 요금도 한 달에 1G정도를 신청해 별로 스마트하지 않게 쓰고 있었다. 작년 말 쓰던 기계가 망가져 새로 바꾼 스마트폰은 사용하기도 편하고, 4G라 컴퓨터보다 빠르고, 데이터 요금도 한 달에 12G로 거의 무제한 수준이라 몇 달간 손에서 떠나질 않았다. Digital phobia(디지털 공포증)까지는 아니어도 slow adaptor(early adaptor의 반대말)라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도 용도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교통정보를 볼 때, 은행 업무를 보거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에 접근할 때, 가끔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고 싶을 때는 무척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꼭 필요하지 않을 때에도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 손이 간다는 것이다. 특히 전에는 주로 책을 읽었던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스마트폰이 독차지해 버리고 나니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전에는 출퇴근 버스에서 대부분의 승객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광경이 그로테스크해 보이고 거의 유일하게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을 즐기곤 했었는데, 어느새 나도 그 승객들 중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전에는 책을 다 읽지 못하더라도 한 달에 몇 권씩 읽고 싶은 책을 수집하듯 사두고는 했었는데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한 이후 서 너 달 동안 책을 딱 한 번 주문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책을 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기도 했다. 무료 전자도서관처럼 무료로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곳이 몇 군데 있긴 한데 볼 만한 책이 한정돼 있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전자책을 유료로 구입해서 볼 수도 있는데 이 역시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정작 내가 보고 싶은 책은 전자책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화면이 큰 태블릿 PC면 모를까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기엔 글씨도 작고 -글씨를 키우면 책장을 너무 자주 넘겨야 하고-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다. 또 하나, -이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는데-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려고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책장을 빨리 넘겨서(인터넷 검색하듯이) 책 내용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스마트폰의 속도에 나도 모르게 전염된 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한편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스마트폰에 덤터기를 씌운 듯하다. 누구나 새로운 장남감이 생기면 얼마간은 그것에 심취하기 마련 아닌가? 작년 11월 중순 쯤 새로운 스마트폰을 장만했으니 뭐 한 두 달 가지고 노느라 책 보는 걸 좀 소홀했다고 스마트폰을 너무 비난할 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났더니 연말연시라 나도 공사가 다망해져서 아마 스마트폰이 아니었어도 책 볼 시간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2월 초 연구소 총회를 마치고 조금 한가해지나 싶었는데, 막상 이제는 3월부터 옮길 새 직장에서 할 일들에 대한 준비를 해야 돼서 시간 여유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 내가 책을 읽지 못한 게 다 스마트폰 때문인 것처럼 얘기하면 스마트폰이 좀 억울해 할 것 같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좀 전까지는 독서를 방해하는 무서운 적으로만 여겨지던 스마트폰이 독서에 나름 도움이 됐던 것이 생각났다. 무료 전자도서관은 볼 만한 책들이 한정되어 있긴 했지만 도서관별로 소장하고 있는 책이 다르기 때문에 손품 발품을 좀 팔아서 몇 군데 가입하면 볼 만한 책들을 꽤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내가 몇 번 이용한 무료 전자도서관은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인데 회원가입에 제한이 없어 아무나 회원 가입이 가능하고, 책이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쭉 훑어보니 나 같은 경우는 육아 관련 서적들과 국내외 소설들이 볼 만한 것 같았다.
육아 관련 서적들은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은 책들이 많아, 보통 서점에서 꼼꼼히 읽어보고 구입하는데, 무료 전자도서관 책들은 무료니까 부담 없이 읽어볼 수 있었다. 지금은 새누리당 의원으로 원내 대변인을 하고 있는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의 책 [현명한 부모는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 신의진, 걷는나무]이 있어서 한 번 읽어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육아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새누리당 의원으로서 얼마나 펼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소설은 즐겨 읽은 편은 아니지만 가끔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아니면 사서 읽기 아까운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읽을 만한 책들도 꽤 많았던 것 같다. 소설은 아니지만, 유럽을 방문하고 돌아온 원주민 추장의 연설문을 담은 오래 된 유명한 책 [빠빠라기, 투이아비, 에리히 쇼이어만, 가교]도 있어서 봤는데 꽤 재미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래, 삶에서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라는 생각을 하고 직장을 옮기기로 맘을 먹었으니, 인생에서 나름 중요한 결정의 계기를 제공해 준 책을 스마트폰이 소개시켜 준 셈이다.
그래도 나는 솔직히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이 더 좋다. 종이책을 읽을 때 책에 푹 빠져드는 느낌을 더 많이 느낄 수 있고 나는 그 느낌이 좋다. 하지만 전자책도 어떤 면에서는 분명 종이책보다 더 나은 점이 있다. 결국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중요한 건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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