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2월|칼럼] 암흑 속에서 길 찾기

일터기사

암흑 속에서 길 찾기
한노보연 소장 김정수
2012년 대선에서 보수 세력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사회 전반적인 우경화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경과하면서 진보정치세력이 단기간 내에 대안정치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세계 경제가 주요국의 정책대응 강화, 금융시장불안 완화 등으로 점차 회복될 전망이고 이에 따라 국내 경기도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회복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민의 삶은 어떻게 될까?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의 일상화, 불안정 노동자의 증가,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등등 삶의 전 영역이 점진적으로 악화되면서 이에 대한 체념이 일상화되고 내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단기간의 변혁적인 전망을 기대하기 보다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진지구축을 통해 장기전을 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진지로서 향후 수 년 내에 (가칭)노동안전보건센터를 설립할 것을 결의하고, 올해에는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설립준비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가칭)노동안전보건센터는 현장성, 계급성, 전문성이라는 우리의 기치를 보다 충실히 구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운동을 창출하기 위한 기반을 형성하고, 지역 운동의 일주체로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국제적인 수준에서 노동안전보건운동을 펼쳐 나가기 위한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 마련된 우리의 전망이다. 우리는 (가칭)노동안전보건센터를 통해 일차 의료와 건강검진 서비스를 직접 제공함으로써 해당 지역사회 노동자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연구소 안팎의 전문적인 연구역량을 확보하여 지금까지 연구소에서 해 오던 다양한 영역에서의 연구들을 보다 심화, 확대, 발전시키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연구소에서 수행해 왔던 각종 현장 활동, 연대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조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지역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사업들을 수행함으로써 지역 노동자들이 삶의 여건과 노동조건을 개선해 가는 과정에 기여하고자 한다.
<사진: 푸우씨>
우리는 또한 중장기 전망 중의 하나로 이미 작년에 (가칭)노동시간센터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을 시작하였다. 노동시간은 노자간의 대립에서 전통적으로 중요한 주제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도 중요한 쟁점(장시간 노동, 심야노동) 중 하나이다. 또한 그것은 단지 노동시간 단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노동강도, 작업장 통제, 생산계획(물량), 노동자 계급의식, 임금문제, 건강, 그리고 작업장을 벗어난 생활/여가의 문제, 자녀 교육, 복지의 문제 등 노동자의 노동과정과 삶의 전반을 지배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가칭)노동시간센터를 통해 자본에 의해 구성된 시간기획을 분석함으로써 노동의 대안을 마련하고, 노동시간을 둘러싼 총체적이고 밀도 높은 현장연구사업을 실행하며, 노동시간에 대한 사회적 의제화와 실천적 운동을 전개해 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연구 사업, 월례 세미나, 다양한 온라인 활동 및 연구 결과 발표회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이미 마련한 상황이다. 노동시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장 동지들과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한편 올해는 정기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실시되는 해이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제도화되면서 현장투쟁으로서의 유효성이 많이 소실되고 근골격계 질환의 산재 인정의 벽이 높아져 힘든 상황이지만, 근골격계 질환은 노동강도 및 구조조정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다시 한 번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동안의 근골격계 투쟁에 대한 점검과 평가와 더불어 이를 바탕으로 향후 투쟁의 과제와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지금까지 근골격계 투쟁을 주도해왔던 금속노조와 지부, 지회의 근골에 대한 대비상황을 점검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유실된 문제의식을 다시 한 번 살려내고자 한다. 최근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관심이 공공, 운수, 서비스 노동자들에게로 확산되고 있으므로 이들과 함께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교육, 연구, 현장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특히 근골격계질환을 매개로 한 다양한 현장 활동은 미조직, 비정형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로 삼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바탕으로 집중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2012년 반올림은 직업병 인정투쟁 측면에서, 조직화 측면에서, 사회화의 측면에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활동을 통해 성과를 거두었고 연구소에서도 많은 역량을 반올림에 투여해 왔다. 하지만 아직 반올림 운동의 독자적인 강화, 확대, 발전을 위한 기획과 실천 – 장기전이 되고 있는 업무상 질병 산재인정투쟁의 목표와 경로를 분명히 하면서 보다 많은 주체들의 실천의제로 조직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 반올림을 통해 새롭게 물꼬를 트고 있는 국제연대활동을 이슈 파이팅을 넘어 주체와 주체, 실천과 실천을 잇는 실물로 자리매김 시키는 것 – 은 현안에 밀려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반올림 투쟁이 독자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연구소도 더욱 힘을 보탤 것이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연구소가 활동을 시작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10주년을 맞아 대내적으로는 그 동안의 활동자료 정리 및 자료보존 시스템구축 등을 통해 연구소 활동의 성과를 총화하고, 대외적으로는 기념행사, 심포지엄, 포럼, 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그 동안의 연구소 활동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그 동안의 연구소 활동을 사회화하고, 연구소의 중장기 전망과 노동안전보건운동 향후 10년의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노동안전보건운동의 한 주체로서 우리의 활동 속에서 현장성, 계급성, 전문성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 조건을 쟁취하고, 노동자 스스로 작업장을 통제하여 진정한 노동의 주인으로 설 수 있는 그날까지 쉼 없이 투쟁할 것이다.”(2003년 10월 24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창립선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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