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2월|현장의목소리]‘알 권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토론회

일터기사

‘알 권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토론회
‘삼성전자, 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의 문제점과 지역주민의 알 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방향’토론회에 다녀와서
고려대 로스쿨 학생 권영범
새해의 첫 달이 끝나갈 무렵, 화성의 한 공장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돼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일어났다. 이는 작년 9월 경 구미에서 발생한 대규모 누출사고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인데다, 미숙한 현장 대응 및 사후 처리로 인해 더욱 문제시된 사고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사건을 뉴스에서 얼핏 보고 넘어갔을 뿐이어서, 단순히 ‘사고’라고 생각 했을 뿐 그 ‘사고’에 잠재해있는 문제점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2월 6일 오후 2시 국회 의정관에서 ‘삼성전자, 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의 문제점과 지역주민의 알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방향’이란 주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 참석하여 토론과 질의응답을 들으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알게 되었다.
우선 제시된 문제는 정부의 사후 대응미숙이었다. 물론 정부가 모든 재해가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준비할 수는 없지만, 이미 작년에 사상자까지 발생하는 초대형 누출 사고가 터졌으며, 한 달이 갓 지난 올해에도 누출사고가 다시 일어났던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불산 누출과 관련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앞으로 또 발생할지도 모르는 사고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 할 것이냐는 의문을 낳게 한다. 누출된 화학물질의 특성을 고려한 대응이 없었다는 점보다도, 관련 법규가 복잡하여 정부 내에서도 행정적 관할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있어 대응이 더 늦어졌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아쉬웠다. 정부에서 화학물질안전센터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는데, 화학 물질로 인한 재난의 특성상 피해가 광범위해 질 수 있으므로, 각 화학물질의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인 대응 체계가 갖춰져 앞으로 일어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 재현>
사고를 발생시킨 사업체측의 협력부족도 아쉬운 부분이다. 첫 누출이 있고 하루가 넘어서야 신고된 것은 물론이고, 누출물질의 특성에 따른 좀 더 구체적인 오염도 측정에 협력하지 않고 있는 부분도 매우 아쉬운 부분으로, 사고를 은폐 하는 것이 사업체측의 우선순위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 또한 지방정부와 주민들과의 소통부족도 아쉽다. 주민들이 사고 상황과 대처방안에 대해 무지할 때 지방정부가 주민을 안정시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정확한 정보제공과 지역주민의 의사수렴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것은 지방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미 일어난 사고는 돌이킬 수 없고,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법밖에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사고에 어떻게 대응 하냐는 것이다. 우리의 대응에 따라 앞으로의 사고 또는 피해가 줄어들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모자란 점이 많아 보인다. 모든 인간은 실수를 할 수 있고, 모든 안전관리장치에는 이상이 발생 할 수 있다. 그런데 사고 원인을 ‘노동자의 실수’, ‘시설의 노후화’라고 정리해 버린다면, 앞으로 작업자에게 실수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시설을 개선하면 그것으로 끝인 것인가? 더 나아가 사고를 은폐하려 하는 기업을 규탄하고 정부에 종합적인 대책을 요구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여기에서 일견 사고발생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알 권리’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토론회에서 거듭 지적되었듯이, 우리가 화학물질 누출 사고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화학물질 사용과 유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고, 사회적 논의와 합의에 의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어떤 화학물질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에 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사는 지역에 화학단지가 들어선다고 할 때, 나는 그 화학단지에서 어떠한 유독성물질을 다루고 있는지, 만약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위험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갖고 그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린다면, 최소한 지금과 같이 무지로 인한 피해의 확대는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토론회에서 제시된 토론토의 ‘켐트랙’ 제도가 참조 가능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지역 내에 유해물질을 처리하고 있는 공장 등의 장소와 처리량, 물질내역 등 에 대한 지역정보를 알아보기 쉽게 제공하는 이 제도는, 화학물질에 대한 지역사회의 알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 현실 사례라고 할 수 있어 보인다.
긴급토론회의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 유해물질의 누출사고는 크든 작든 반드시 다시 일어나기 마련이라는, 예언 아닌 예언까지 나왔다. 사고의 방지와 적합한 대응을 위해서, 그러한 접근이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희망을 이야기한 한 토론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후기를 마치고 싶다. 우리의 알권리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들 뿐 아니라 국가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공개된다면, 그러한 열린 정보들이 현 상황에 균열을 내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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