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3월|안전보건연구동향] 어떤 정치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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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치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나

한노보연 조성식

정치는 사회의 구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그 사회의 생산과 분배, 복지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미친다. 또 이 같은 사회적 요인이 사회 구성원의 건강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영향을 준다. 이번 호에 소개할 연구는 네덜란드 에라스무스의 사회역학자인 매켄바흐(Mackenbach) 교수가 금년도 사회과학과 의학(Social Science and Medicine)이라는 학술잡지에 발표한 논문이다. 유럽 지역 국가 간의 비교연구를 통해서 정치와 평균수명간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이다.
 이 연구는 1900년부터 2008년까지, 즉 20세기 전체에 걸쳐 유럽지역 거의 모든 국가의 평균수명의 추세를 추적했다는 점에서 강점을 지닌다. 하지만 국가 간의 비교연구가 가지는 한계점도 역시 존재한다. 나라별로 데이터 수집의 차이점이 있고, 미세하고 구체적인 정책의 도입과 그 결과를 세밀하게 확인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런 한계이다.
연구의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평균 수명의 추세는 국가 간에 매우 상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유럽의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평균 수명이 19C 후반에 증가하였고, 상대적으로 자본주의적 발달이 늦은 동유럽 국가는 20C 초·중반에 평균수명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또 한편 1920-1960년대에는 동유럽과 서유럽간의 수명격차가 줄어들었다. 이 시기는 위생의 개선과 항생제 도입 등으로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질병과 사망이 크게 줄었던 시기이다. 과거의 사회주의가 이 시기의 주요한 사망의 원인이었던 감염성 질환을 비교적 잘 관리하였고 이들 통해서 수명격차를 줄였던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에는 동유럽과 서유럽간의 수명격차가 다시 증가한다. 이는 질병과 사망의 주요원인이 감염성질환에서 암과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만성병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적절히 하지 못하여 수명격차가 다시 증가하게 되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지역적 편차가 있음에도 대부분 지역에서 평균 수명은 꾸준히 증가해왔는데,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은 평균수명의 감소라는 유래 없는 경험을 낳는다. 이들 구사회주의 국가의 평균수명 감소는 보건의료 체계의 붕괴, 사회적 혼란, 음주량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이 연구는 민주주의와 수명 증가가 관련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민주주의 국가였던 서유럽의 평균수명이 동유럽의 국가보다 높았다는 점 이외에도, 스페인이나 포르투갈과 같은 국가에서는 권위주의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도입되면서 수명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유럽의 권위주의적 체계의 붕괴 이후, 계속 권위주의적인 정치체계로 남아있는 나라에 비해 민주주의로 빠르게 이행한 나라에서 평균 수명이 더 빠르게 증가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전쟁과 학살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임을 보여주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사망 4천 5백만 명, 스탈린 시기의 2천만 명의 사망,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사망 1천 5백만 명 등 인간이 인간을 집단적으로 죽이고 억압함으로써 발생하는 비극이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임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어떤 정치체계가 민중의 건강을 해치고, 어떤 정치체계 하에서 민중이 건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일터

* 원문 서지정보 : Social science & Medicine 82(2013);13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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