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3월|연구소리포트] 발전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조사 연구

일터기사

발전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조사 연구

이명박 정권 출범과 함께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본격 진행된 발전공기업의 구조조정은 발전노동자들에게 인력 감축과 업무량의 증가, 조합원과 노조에 대한 회사의 감시와 통제, 탄압의 재앙을 가져다주었다. 이렇게 악화된 노동환경으로 발전노동자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공공운수 발전노조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작년 9월부터 발전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에 대한 연구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결과, 발전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현저하게 저하되었음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이 나왔고, 전력산업구조개편 12년 동안 발전노동자들이 겪어왔던 노동조건 악화와 고통의 원인과 근거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발전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저하와 건강 악화는 전력산업 분할 민영화 추진, 일상적인 구조조정, 현장 통제와 강제이동이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일터] ‘연구소 리포트’에서는 ‘발전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조사 연구’내용을 2회에 걸쳐 독자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1. 발전공기업의 구조조정은 과연 정당했나?
– 발전공기업 구조조정의 경과 및 영향

사회진보연대, 한노보연 김동근

이명박 정권은 2008년 7월 ‘공기업 선진화 추진 원칙’을 천명한 후 8월 11일부터 2009년 3월 31일까지 6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대대적인 공공기관 민영화 및 구조조정이 진행되었는데, 24개 공공기관에 대한 사유화·지분매각 및 41개 공공기관의 통폐합 등이 이루어졌고 사유화·통폐합에서 제외된 기관은 대규모 인력·예산 감축이라는 경영효율화가 추진되었다.
발전공기업 역시 구조조정 공세를 피해갈 수 없었다. 2008년 10월 10일 발표된 「3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안」을 계기로 본격화된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2009년 5개 발전공기업의 정원이 1570명 일괄 감축되었다. 이후 발전공기업은 감소된 정원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구조조정 및 인력 감축을 진행했는데,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5개 발전공기업의 인력은 7.2%(731명) 감축되었다. 인력 감축은 강제적인 희망퇴직, 상시퇴출 프로그램, 자연감소 인력에 못 미치는 인력 충원, 설비용량 증가를 반영하지 않는 인력산정, 기존 인력 재배치 및 감축을 통한 해외사업 및 신사업에의 배치, 외주화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구조조정 계획 발표 이후 발전노조에 대한 탄압이 2009년부터 본격화되었다.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진행된 민간위탁, 자산매각, 정원 감축 및 인건비 절감 등 일련의 민영화 정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노조탄압은 국무총리실, 청와대, 지식경제부, 노동부, 국정원, 경찰청, 경총, 한국전력공사 등 정부와 자본이 전 방위적으로 개입하여 단체협약의 일방적 해지, 교섭 해태, 합의 파기, 민주노총 탈퇴시도, 기업별 어용노조 설립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전 방위적인 과정이었다.

근거도 정당성도 없었던 발전공기업 구조조정
「3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안」에는 ‘선진화대상기관 현황’이 첨부되어 있는데, 5개 발전공기업은 부채비율 33~58%로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확보되어 있을 뿐 아니라, 모두 당기 순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또한 ‘(과도기적 체제의 문제점)발전경쟁에 따른 효율성 증가가 둔화되고 조직·인력 측면의 비효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근거가 하나도 없었다. 구조조정 및 인력감축이 정말 필요한 것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5개 발전공기업의 경영현황을 구체적으로
5개 발전공기업의 부채비율 변화(2001~2010년)
검토해보자.
10년에 걸친 추세에서 5개 자회사 모두 최대 100% 초반대의 부채비율을 나타내고 있고, 영업이익률 역시 4~10%대로 안정적이어서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5개 발전공기업의 영업이익률 변화(2001~2010년)
더불어 5개 발전공기업의 경영지표들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쟁원리를 도입하여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분리된 5개 발전공기업의 10년에 걸친 경영성과가 유사하다는 것은 결국 발전 산업이 경쟁을 통해서 경영효율화를 이룰 수 있는 분야가 아니며, 외부적 요인에 따라 경영성과가 좌우되는 분야라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수익성 저하 및 부채비율 증가가 발생한 특정 시기는 모두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
2004년은 무연탄 가격이 30% 넘게 폭등한 반면 전력판매가는 묶여있어 수익성이 급감했던 해였으며, 2008년은 유연탄, 무연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판매가격 이상으로 생산원가가 올라갔던 해였다. 게다가 2008년은 경제위기로 인해 환율이 상승하면서 추가적인 손실이 불가피했던 해였다.
발전공기업의 경영이 외부적 요인에 좌우되는 것은 우선 재료비가 제조원가의 압도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발전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발전공기업의 경영현황을 분석해보면, 제조원가의 80% 이상을 재료비가 차지하는 반면 인건비는 4% 정도에 불과하여 재료비의 1/20에도 못 미친다. 이는 원료를 1차 가공해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산업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발전 산업에서 인건비는 수익성의 일차적인 변수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발전 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강행된 구조조정은 그 방향부터 틀렸던 것이다.
생산의 측면에서 중요한 요인이 재료비라면, 판매의 측면에서는 전력판매가가 결정되는 시스템 때문에 발전공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있다. 공공재인 전력판매가를 개별 회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나라 역시 전력판매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2000년대 초반 진행된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결과로 구축된 현재의 전력거래시스템이 민자 발전회사의 이익을 과도하게 보장해주는 대신 발전공기업과 한국전력공사가 그 손해를 떠맡고 있다는 점이다. 왜곡된 전력판매시스템 때문에 발전공기업은 민자 발전에 비해 30% 이상 낮은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익성 강화에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민자 발전회사들은 발전공기업의 1/6에 불과한 발전설비를 가지고 있음에도 발전공기업의 80%에 달하는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 문제 때문에 발전공기업의 효율성이 저하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인력감축으로 발전노동자의 노동강도는 얼마나 강화되었을까?
「4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안」의 결과 2009년 한해에만 정원이 한꺼번에 1,570명 감소되었으며, 이에 2011년까지 꾸준히 감축된 정원에 맞추어 인력감축이 이루어졌다. 2008년 당시에도 책정된 정원에 비해 579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하고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발전공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인력감축으로 인해 극심한 노동강도 강화를 겪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3년 사이 5개 발전공기업에서 모두 731명의 인력이 줄어들었는데 이는 전체 인력의 7%에 해당하며, 2008년 당시 책정되었던 정원이 정상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가정하면 전체 인력의 12%가 줄어든 것이다. 인력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에 비해 설비용량은 거의 줄지 않았고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하였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매우 증가했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실제 한사람이 담당하는 설비용량 및 생산량의 변화를 살펴보자.

발전노동자의 1인당 설비용량 변화(2008~2011년. 단위: %)
2008년과 비교했을 때 2011년 1인당 설비용량은 2.2%, 1인당 생산량은 20.5% 증가했으며 2008년 정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에는 각각 8.1%, 27.3% 증가했다. 구조조정 및 인력감축의 영향으로 발전노동자의 노동강도가 증가되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실제 현장의 노동강도 증가율은 전체 인력을 기준으로 계산한 1인당 설비용량과 생산량 증가율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은데, 발전공기업 분할 이후 10년 동안 전체 직원 중 간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난 반면 현장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2000년대 후반부터 발전공기업
발전노동자의 1인당 생산량 변화(2008~2011년. 단위: %)
사측은 해외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는데, 해외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신규 채용하는 대신 기존 인력을 빼돌려 해외 파견을 보내왔다. 해외사업을 위해 파견된 인력의 규모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1인당 설비용량은 1인당 생산량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작은데, 이는 2011년 양수발전부문이 한수원과 분할 합병되면서 5개 발전사 공히 설비용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비용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은 거의 감소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발전사들이 설비용량 감소를 가동률 증가로 상쇄했음을 의미하며, 설비용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강도는 증가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부발전의 경우 2011년 설비용량이 대폭 감소(9399→7949MW)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은 거의 감소하지 않아(55020→53815GWh) 1인당 생산량은 2010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한편 2002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008년에 1인당 설비용량 및 생산량은 각각 13%, 23% 증가했다. 발전공기업 분할 이후 노동강도가 꾸준히 상승해왔으며, 2008년 이미 발전노동자의 노동강도는 상당히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인력충원이 필요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인력감축을 밀어붙인 것이며, 발전공기업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노동강도가 상당히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노동강도 상승이 일어난 것으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다음호 [일터] ‘연구소리포트’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한 발전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파악과 현장의 요구에 기반한 대책을 독자여러분들과 공유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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