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3월|유노무사상담일지] 더불어여

일터기사

노무법인 필 노무사 유 상 철
nextstep1@hanmail.net

2012년 ‘일터’에 서울도시철도 故 이재민 기관사 관련 사건에 대하여 글을 쓴 적이 있다. 자신이 운행하던 지하철 5호선 열차에 투신하여 자살하였던 사건이다. 안타깝게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현재 행정법원에 계류 중이다. 2012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철도 기관사 2명이 열차에 투신하거나 자택 옥상에서 투신하여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였고, 인천지하철 기관사 1명 또한 유사한 방법으로 자살을 하였다. 이들 대부분은 열차 운전에 따른 과도한 직무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공황장애 등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열차운전을 하였던 것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주요 원인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동종업종에서 연이은 자살이 발생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관사들의 노동조건은 달라진 것이 없다. 게다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재해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이런 상황에서 2013. 1월 서울도시철도 故황선웅 기관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였다. 2012. 3월 故이재민 기관사의 사망 이후 서울시는 ‘서울시최적근무위원회’를 만들어 기관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고 하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도시철도공사 내에는 ‘직업환경개선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이 또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故황선웅 기관사는 2012. 9월 지하철 운행 중 열차 문에 승객의 가방이 끼이는 사건을 경험했다. 다행히 부상 등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승객의 가방이 스크린도어 감지센서를 파손시키고, 해당 승객은 관리사무소에 격분하여 항의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을 경험한 직후 故황선웅 기관사의 일상은 달라졌다. 다른 사람과 대화도 하지 않고, 즐겼던 블로그 활동도 중단한 채 일상생활을 어두운 터널 안으로 가두어 버렸다. 정신적으로 심각한 직무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상태였지만, 2013년 1월까지 열차 운행을 중단할 수 없었다. 자신이 야기시킨 사건이 안전운행 사례로 모든 기관사들에게 전파되고 출근점호 때 교육자료로 활용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자괴감과 직무스트레스는 더욱 깊어 졌다. 그러나 도시철도공사에서는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교번표에 따라 故황선웅 기관사에게 열차운행을 지속시켰다. 그리고 2013. 1. 19. 야간운전을 위해 집을 나섰던 故황선웅 기관사는 가족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자택 옥상에서 투신하여 사망하였다.
서울도시철도, 철도, 인천지하철 등 동종의 기관사들이 연이어 열차운행에 따른 직무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자살을 하고 있다.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 일종의 사회 현상만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아니다. 분명 그 안에는 대중교통 수단인 열차를 운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대중교통 수단으로서 1회 운행 시 수 천명을 운송해야 하는 기관사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감은 열차를 운행하는 내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간혹 열차 문에 승객이 끼이거나 운행지연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과도한 문책성 인사가 뒤따른다. 직접 사상사고의 경험을 겪지 않았더라도 어두운 터널 구간을 운행하면서 사고발생 지점을 반복적으로 지나쳐야 한다. 물론 사상사고 경험이 있는 기관사에게는 더욱 커다란 고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서울도시철도의 경우 직무평가를 위하여 2009년부터 무리하게 수동운전을 강요하였다. 이런 수동운전 강요로 인하여 되돌이 운전 등 관련 사고가 이어지자 2012. 2월 수동운전 강제시행을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이러는 사이 기관사들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2012. 3월 故이재민 기관사의 사망이었고, 그 뒤에도 아무런 대책 없이 기관사들을 어두운 터널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 故황선웅 기관사의 사망이라 할 것이다.
때문에 기관사들의 직무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본질적 노력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사망한 기관사들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물론 모두가 다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업무상 재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연이어 기관사들에게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가 기관사 업무에서 기인된다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기관은 모두 침묵하고 있다. 부디 이 사건에 대하여 명확하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는 판정을 기대해 본다.
일터

3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