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3월|특집] 3일간 진행된 공공근골교육 스케치

일터기사

[특집3]
3일간 진행된 공공근골교육 스케치

한노보연 푸우씨

“내년이면 제가 정년인데요. 60년을 살면서, 근골격계질환이라는 용어도 처음 들었고, 우리 버스 동료들이 앓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골병이 직업병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됐네요”
하루 4강의 교육 중 오전에 진행한 1강(근골격계질환의 기초이해)을 마친 쉬는 시간. 30대 중반의 강사를 어떻게 불러야 좋으냐며, 동지라는 호칭이 익숙지 않은 고령 노동자가 건넨 말이다.
3일 동안 진행한 공공근골교육에는 근골격계라는 용어가 생소한 조합원부터, 유해요인조사를 직접 경험해 본 집행간부까지 공공운수노조연맹 산하의 버스, 돌봄, 철도, 지하철, 학교비정규직, 병원 등에서 일하는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저는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인데요. 교육을 받기 전에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병원이니까 아무래도 급식, 조리파트나, 환자이송 업무 하시는 분들에게만. 그러니까 중량물 취급이나, 단순반복 작업이 많은 분들에게만 해당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병동의 간호사들도 상당히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있네요”
“간병을 하면서 환자를 돌보는데…….갑자기 환자에게 강직이 오거나, 다양한 형태로 환자의 체위를 변경해야 할 때…….사실 진땀을 쏟아요. 이런 것이 일상적으로 몸의 부담이 되는 일인데…….그래서 이곳저곳 쑤시고, 아픈 일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이것이 내 업무 때문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교육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얻게 된 다양한 형태의 근골격계질환은 2-1강 도입 전 부착을 부탁한 형형색색의 스티커를 통해 한눈에 확인된다. 정말, 머리부터 발바닥까지 어느 한구석 근골격계질환의 예외는 없다. 어느새 자기 현장의 유해요인을 찾고, 이야기하는 노동자들의 눈망울이 점점 더 또렷해진다.
2-2강 근골격계 조사사업의 역사, 의미, 법적근거가 이야기되기 시작하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사가 쏟아내는 이야기를 자료집에 적느라고 바삐 손을 놀린다. 교대근무를 하고 와서 졸린 눈을 비비며, 눈을 부릅뜨다가 결국 자기도 모르게 졸고 있는 노동자도 보인다. 대다수가 조합 간부인 참가자들은, 오늘 함께하지 못한 동료들과 돌아가서 나눌 꺼리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한다.
3강인 타사업장 사례, 근골보고서 살펴보기 시간. 인간공학 평가도구가 나오자, “예전에 열심히 배웠던 것 같은데…….오늘 들어보니 또 생소하네요.”라는 참가자가 있다. 그렇다. 3년 만에 다시 들여다보게 된 인간공학 평가도구가 어찌 새삼스럽지 않겠는가.
마지막 시간,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에 대한 사업장별 토론시간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일단, 유해요인 조사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현장조합원의 교육부터 시작하자는 곳, 사측이 일방적으로 유해요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장에서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현장, 노사가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연초에 합의를 했는데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시작할 것인가를 토론하는 단위 등 참가자들은 각자 현장의 고민을 쏟아낸다.
3일간 진행된 공공근골학교는 공공운수노조연맹 산하 전 업종을 대상으로 시행된 첫 교육이니만큼 각 현장의 눈높이가 달라 자기 현장 상황을 충분히 나누지 못한 아쉬움도 있을 법한 자리였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얘기가 이런 게 아닐까? 그러나 업종의 다양성, 참가자들의 경험의 차이만큼이나, 서로의 노동과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었다는 점, 모두가 근골격계질환에 노출되어 있는 적나라한 현실을 확인한 것, 그만큼 각자의 현장에서 해야 할 몫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감히 평가해 본다.

참가자들의 말! 말! 말!
“임금․단체교섭 못지않게 건강권에 대한 권리 주장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배웠습니다.”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별/사업장별로 세부 계획이 정리된 후에, 적절한 피드백이 있었으면 합니다.”
“꼭 필요한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교육을 반복하여 정착해 줬으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주 해주세요! 많이 해주세요!”
“시즌2, 교육을 기대합니다. 하루에 하기에는 넘 많은 양이에요. 고민이 숙성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사이버 강의 등으로 만들어 많은 조합원들이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공학 조사 도구와 관련해 간단하게 직접 참가자들이 평가를 해보면 도움이 더 될 것 같습니다” – 강의평가 중 일부 발췌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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