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4월|안전보건연구동향] 하루 중 시간에 따른 직업성 손상 위험

일터기사

하루 중 시간에 따른 직업성 손상 위험
-두 가지 자료 비교 연구

한노보연 선전위원 최 민

주간연속 2교대제와 심야 노동
올해 3월부터 현대, 기아자동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작되었다. 현대자동차는 46년 기아자동차는 40년 만에 심야노동이 사라졌다고 일각에서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 말이 쉬워 ‘주간연속 2교대제’이다. 회사에서 합의했던 주간연속 2교대제를 요구하다 피투성이가 되도록 두드려 맞고 5달 넘는 시간을 고공에서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또한 사측 노동시간 감축으로 인한 생산량 부족을 메우기 위해 생산속도를 높였다. 임금은 보전 하지만 노동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작 된 것이다. 한국 GM에서도 2014년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지난 3월 11일부터 2주간 시범 시행이 있었다. 여기서도 현행 10+10에서 8+9(전반조 오전 7시~오후 3시 40분, 후반조 오후 3시 40분~오전 1시 30분)로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른 임금 및 노동강도에 관한 협상은 아직 진행 중에 있다.
시범 시행이 끝난 후 조립부에서 일하는 노동자 5명을 면접하게 되었다. 면접에서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얘기했다. 노동시간이 2시간이 줄어든 전반조보다 1시간 감소한 후반조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변화를 훨씬 더 체감했다는 것이다. 야간 10시간 일하는 것에서 겨우 1시간 줄었을 뿐인데도 피로도가 훨씬 덜하다는 것이다. 일 조금 하다 보면 곧 퇴근이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심야노동을 안함으로써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생체리듬 교란 등이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

심야노동으로 인한 손상
이런 우리의 경험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직업성 손상을 시간대별로 분석해본 것이다. 산재보험에 집계된 자료와 온타리오 지역의 응급실 자료를 각각 시간대별로 분석했다.

그림 1은 이 연구를 잘 요약해서 보여준다. 가로축은 하루 24시간을 시간대별로 표시한 것이고 세로축은 20만 노동시간 당 직업성 손상 발생률이다. 진한 선은 직업성 손상을 이유로 응급실을 방문한 숫자이고 옅은 선은 산재보험에 집계된 직업성 손상 자료를 가지고 분석한 것이다. 두 자료에서 모두 오전 6-7시부터 오후 3-4시까지는 손상 발생률이 낮다가 그 이외 시간에 손상이 훨씬 많이 발생한다. 차이가 큰 응급실 방문자 숫자를 기준으로 보면 특히 중년 여성들이 낮 시간에 비해 밤 시간에 손상 발생 위험이 더 뚜렷이 높아진다. 35-44세 여성의 경우 낮 12시~오후 2시에 비해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는 직업성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6.81배, 밤 10시~자정은 5.18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보험 자료보다 40% 더 많은 응급실 방문자 수
그림 1에서 또 눈여겨볼 것은 진하게 표시된 산재보험 집계자료가 응급실에 직업성 손상으로 방문한 사람 숫자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이는 2009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응급실 사고성 산업재해 분석 연구’의 결과와 같다. 당시 10개 표본 병원 응급실에서 4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수행한 결과를 토대로 직업성 손상으로 1년간 전국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수를 추정해보니 20만 명에서 23만 명이었다. 이는 2009년 한 해 동안 발생한, 4일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산업재해자 수 97,821 명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었다.

방대한 분석, 진실은 간단하다?
여기까지 다 읽고 나면 두 가지 결론이 모두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첫머리에 말했듯 노동자 대부분은 밤에 일하는 것이 훨씬 힘들고 당연히 손상도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고든 질병이든, 한국에서든 캐나다에서든 직업성 재해가 모두 산재보험에 집계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의미 있는 것은 노동자들이 실제 몸으로 느끼고 있는 두 가지 사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었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우리에게 행동을 촉구하기 때문이다. 현장과 함께 하는 연구, 현장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연구, 현장의 궁금증을 함께 밝혀가는 연구. 연구의 역할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노동자들이 몸으로 이미 느끼고 알고 있지만 이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함을 인정받지 못했던 진실을 밝히고 오히려 당연하다고 (가난한 사람들이 수명이 짧은 거 당연한 거 아니야?) 치부하는 사회에 맞서는 연구.
나아가 현장에서도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드러내는 연구, 우리 스스로도 궁금해 하지 않던 새로움에 질문을 던지는 연구, 뻔한 결론이지만 그리로 가는 경로를 밝혀내는 연구, 그리하여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고 현장에 희망을 밝히는 연구가 우리가 하려는 연구일 것이다.

새 연재 안내, 노동시간센터 세미나 노트
앞서 말한 이러한 연구를 위해 노동 시간 문제를 우리 삶의 문제로 고민하는 연구 활동을 위해 노동시간센터 준비위원회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노동안전보건 분야를 넘어서 노동시간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과 연대하고 폭넓은 연구를 비롯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자 한다. 이 여정을 함께 나누고 알리고자 ‘노동안전보건 연구동향’ 대신 다음 달부터는 노동시간센터 세미나 내용을 토대로 ‘노동시간센터 세미나 노트’가 연재된다. 새로운 연재를 통해 노동시간에 대한 깊고 넓어지는 고민과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질문과 진실에 일터 독자 여러분의 애정과 관심,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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