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5월|특집]중소사업장 노동자에게 ‘적합한’ 직업건강서비스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일터기사

(2) 중소사업장 노동자에게 ‘적합한’ 직업건강서비스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광주근로자건강센터의 사례

조선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 송한수

들어가며

<사진출처>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단체복을 만드는 회사에 방문,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건강센터의 운영취지는 중소사업장 및 취약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이고 포괄적인 직업건강서비스를 공적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은 어떻게 달성될 수 있을까? 2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소규모 사업장에 적합한 직업건강서비스의 내용과 방식은 무엇인가?’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광주근로자건강센터(이하 광주센터)가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고민을 했는지,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중소사업장에 대한 접근성의 확보
일반적으로 보건의료분야에서 말하는 ‘접근성’은 주민이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를 근로자건강센터의 직업건강서비스에 적용해보자. 우선,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이 직업건강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두 번째, 센터까지 찾아갈 수 있는 시간과 수단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회사가 협조해야 한다.
사업초기이므로 근로자건강센터의 접근성은 매우 미흡하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직업건강서비스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센터를 이용하였더라도 건강검진이나 병원이용과의 차이점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다른 보건서비스의 대체재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필요성을 인지하더라도, 센터에 오고 가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방문이 어려울 수 있다. 상당수의 회사들은 자기 직원들이 건강관리를 명분으로 자리를 비우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자건강센터가 불특정 노동자들에게 홍보하고, 알아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접근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 그래서 센터에서 직접 찾아가고, 조직하고, 연계를 맺는 과정이 일상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지역의 상황이나 직종별 특성에 맞는 접근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음을 절감하였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되돌아보면 광주센터에서는 3가지 측면의 접근 전략을 가져온 것 같다.
우선 유해요인노출 고위험사업장이나 건강검진 유소견자가 다수 발생한 제조업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었다. 회사 관계자나 사업주에게 사업장단위로 근로자건강센터의 이용을 권유하는 한편, 방문 보호구실습교육, 방문 스트레칭 지도 활동을 통해 노동자들과 접촉하고 다가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노동자들이 센터에 상담이나 교육을 의뢰하거나, 센터를 직접 방문상담하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방문했던 모든 사업장이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최근에는 노동부에서 건강검진 사후관리를 시행하라는 공문을 사업장에 발송하고, 근로자건강센터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제조업 사업장의 접근성이 향상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광주센터의 1차적인 목표는 산업단지의 모든 제조 사업장에서 건강검진 후 이상자가 발견되면 근로자건강센터에서 추적검사 및 의사 상담, 예방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관련 기관과의 협조로 노동자들이 제도적으로 센터를 방문하게 된 경우다. 대표적인 예가 요양보호사로, 주로 근골격계 증상, 비만관리, 직무스트레스 관리 상담이 이루어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원 기관평가 항목에 “직원의 건강관리를 위해 근골격계 예방활동과 정기적인 검진을 하고 있는가”라는 항목을 포함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환경미화원들이 있다. 구청과의 협조를 통해 건강관리를 위한 방문시간을 확보하였다. 근골격계 부담작업이 많은 학교급식업 종사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시교육청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세 번째는 취약업종 종사자를 직접 방문하여 상담을 시행한 경우다. 광주센터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광주지역 시내버스 운전자들의 뇌심혈관계 질환 예방사업을 전개하였다. 시내버스 운전자들은 중장년층 남성 집단으로 뇌심혈관계 질환 발생위험이 높고, 승객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시내버스 운전자들이 근로자건강센터를 방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시내버스 기․종점을 방문하여 건강평가 및 상담사업을 진행하였다. 한 콜센터의 상담원들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관리사업도 사업장을 방문하여 시행하였다. 콜센터의 상담원들은 감정노동 및 언어적 폭력에 시달려 직무스트레스가 심한 편이었는데, 많은 노동자가 밀집해서 근무하므로 방문하여 사업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또한 사업장 전체의 변화를 유도하여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중소사업장 근로자나 산업보건관리 취약사업장에 접근하는 방법은 대상에 따라 다양하며, 직종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앞으로 근로자건강센터 간에 이러한 사례를 공유한다면, 근로자건강센터의 접근성을 향상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중소사업장에 적합한 직업건강서비스
근로자건강센터가 고유한 직업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근로자건강센터의 직업건강서비스가 노동자들과 사업주에게 효과와 타당성,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근로자건강센터라는 모델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광주센터에서는 집단상담 방식의 프로그램을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트레칭 지도를 집단으로 했다. 센터를 방문한 요양보호사들은 근골격계 증상에 대한 의사진찰과 상담을 받은 후 운동지도사로부터 정확한 스트레칭 방법과 운동요령을 실습하였다. 사업장 방문 스트레칭 지도사업도 처음에는 센터를 홍보한다는 측면이 있었지만, 집단 프로그램의 좋은 사례였다. 그 다음에는 보호구 착용과 스트레스 대처 상담을 집단별로 시행하였다.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일부 집단별 상담을 시도하였는데, 장기노사분규로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힐링캠프’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사진출처>광주근로자건강센터, 보호구 착용 실습 교육 진행의 모습
집단 프로그램은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았다. 첫 번째, 단위시간 당 더 많은 노동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5-6명을 1명씩 상담한다면 상담자는 같은 말을 반복하였을 것이고, 시간도 5-6배가 더 걸렸을 것이다.
두 번째, 단체상담은 좀 더 심화된 상담과 교육을 가능하게 하였다. 심리상담실에서 시행한 힐링캠프 프로그램에는 난타공연체험, 춤 테라피, 사이코드라마, 숲치유 등을 담았다. 개별적 접근으로는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세 번째, 집단 또는 사업장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단체 상담에서는 모두에게 공통된 사안을 설명하고, 서로 문제를 확인하며 토의하였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이 공동의 해결을 모색해나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보호구 상담을 같이 받다보면 그동안 어떻게 보호구를 착용하였는지 서로 물어보고, 앞으로 보호구를 잘 착용해야겠다는 공동의 확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호구를 잘 착용하자는 분위기가 유도된다.
이러한 경험을 거치면서,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좀 더 충실하게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하였다. 가능하면 일방적인 강의식 교육보다, 직접 만지고, 착용해보고, 말해보고, 실행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이를 위해 실습용 15개의 개인보호구 세트와 나트륨 미각검사를 준비했다. 자신의 적정 운동 강도를 설정할 수 있도록 대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운동부하 검사인 스텝테스트도 시행하고 있다.
개인별 상담에서 집단상담 위주로 프로그램의 방향을 전환하면서 센터의 공간구성도 변화시켰다. 광주센터도 초기에는 다른 센터처럼 종합병원의 외래와 비슷한 구조였다. 여러 개의 방이 있고 각 방마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심리상담사, 상담간호사, 운동지도사가 있다. 노동자가 근로자건강센터를 방문하면, 접수를 하고 각 방에서 1:1상담을 하였다. 센터를 개인별로 내방한다는 전제 하에 설계된 것이었다. 그러나 집단방문 시에는 이런 방법이나 구조가 효율적이지 않았다.

<사진출처>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집단상담 진행 중
광주센터를 하남산단 근로자종합복지관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공간구성도 바꾸었다. 새로 구성된 공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센터 직원 공동의 사무공간을 마련하여 함께 있도록 한 것이다. 각 직능간의 활발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집단상담에 필요한 공간도 구성하였다. 4-5명이 집단상담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상담교육실, 9-10명이 집단상담을 할 수 있는 중간규모 상담교육실을 만들었다. 근골격계재활실도 8-10명 정도가 단체로 운동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나가며
산업안전공단에서 직업건강관리를 위해 많은 가이드라인과 지침을 만들어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얼마나 현실화되는지는 미지수다. 최근에는 폭력이나 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의 급성스트레스에 대한 관리지침도 만들어져 있지만, 연이은 폭발사고와 누출사고에서 이러한 지침은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광주센터에서도 여수산단 폭발사고 후 급성스트레스에 대한 초기개입을 검토하였으나, 현장의 조건과 상황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였다면 ‘가이드라인 제정 후 조치’가 필요하다. 적용대상 사업장에서 가이드라인의 적용률이 어느 정도 되고, 적용 과정에 어떤 어려움과 장벽이 존재하는지 파악하여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또, 인력와 재정이 취약한 중소사업장에는 가이드를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근로자건강센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산업보건분야의 가이드라인(KOSHA GUIDE)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이는 근로자건강센터가 담당할 수 있는 노동자와 사업장의 수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법이기도 하다. 성공적인 산업보건관리 사례들이 만들어진다면 자연스럽게 확산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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