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6월|기획]시간제 노동, 통상 임금 논란을 생각한다 해법은 노동시간 단축에 있다

일터기사

‘노동시간’은 자본주의 시작 이래로 자본과 노동 간의 끊이지 않는 첨예한 대립과 투쟁의 의제였다. 노동시간은 노동강도, 생산 물량, 임금, 건강 등의 작업장 ‘안’과 일상생활, 여가 등의 작업장 ‘밖’ 모두에서, 지금 삶을 영위하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매우 깊고 큰 영향을 끼친다. 이에 <일터>에서는 자본과 국가의 노동시간 관련 정책, 제도들에 대해 노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동시간센터(준)의 입장을 게재하고자 한다.

시간제 노동, 통상 임금 논란을 생각한다
해법은 노동시간 단축에 있다

노동시간센터(준)

박근혜 정부도 역시 같은 주문만 반복하듯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간제 노동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외친다. ‘시간제 노동’, ‘유연한 노동시간제’는 MB 정권에서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권에서도 즐겨 거론했던 노동시간 운영체제이다. 그러나 앞선 정부에서도 소리 높여 외쳤으나 그리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시간제 노동’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정작 노동자를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시간제 노동으로는 먹고 살기가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풀타임” 또는 “풀타임 +α”를 일해야만 생존권을 유지할 정도로 노동력의 가치는 매우 떨어져 있고, 시간당 임금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률 수치를 높이고자 도입되는 시간제 노동이 활성화될 리는 만무하다.
때문에 박근혜정부가 현재 64.2%의 고용률에서 70%로 올리고 싶다면 시간제 노동의 도입 이전에 우선 “풀타임” 노동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적인 시간당 임금의 상승이 거꾸로 그토록 하고 싶은 “자발적인 시간제 노동의 활성화”를 보장할 것이다. 물론 정부가 실 노동시간의 단축을 아주 도외시하고 있지는 않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휴일근로의 연장근무 포함은 노동시간 단축과 연관되어 있다. 즉, 주 12시간 상한의 연장 근무에 휴일 근로시간을 포함하여 지금과 같이 법적으로 최장 68시간(40+12+8+8)까지 허용하지 않고 최장 52시간(40+12)으로 실제 제한함으로써 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정 정도의 고용률 향상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 정비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조치는 그간의 근로기준법의 악용을 바로잡는 것일 뿐 노동시간 단축으로 나아가는 큰 방향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노동시간 단축은 “풀타임”으로 확고부동하게 사회적, 문화적으로 정해져 있는 “1일 8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즉 풀타임을 8시간미만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1일 8시간 노동제에서 1일 7시간, 1일 6시간 노동제로 전환한다면 굳이 시간제 노동을 거론할 이유 없이 1일 노동시간이 짧아진 만큼 필요노동력이 증가하는 것이고 고용률의 향상도 좀 더 손쉬워 질 수 있다.

<사진출처: 고용노동부>
단위시간당 임금이 사회적으로 향상된다면 자발적 시간제노동의 여지도 확대되는 것이다 (정말 시간제 노동을 활성화시키고 싶어 죽겠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굳이 8시간 노동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인류는 1919년(세계적으로 8시간 노동제가 표준시간이 된 해)이후 비약적인 생산력과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 (물론 그 향유에 있어 양극화되어 문제지만). 100년 전과 같은 “풀타임- 8시간제”를 고수할 이유도 없으며, 이것을 기준으로 전전 긍긍할 이유도 없다. 현실적으로도 시간제 노동을 늘리는 것보다, 풀타임- 8시간제를 줄이는 것이 훨씬 더 혁신적으로 고용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한편, 논란이 되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 역시 노동시간 단축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일반대중은 인식조차 어려웠던 통상임금의 개념을 전 사회적으로 퍼지게 한 것은 박 대통령 방미의 성과라고 봐야 할 지 알 수 없으나, 이제는 통상임금은 시사상식이 되었다. 통상임금의 문제가 시끄러운 근본적 이유는 한국의 임금체계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이유는 기본급을 늘리기 보다는 이러저러한 수당을 신설하여 시간외 수당(연장, 야간, 휴일)의 산정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을 줄이고자 했기 때문이다. 법원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통상임금 소송은 시간외 수당의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을 제대로 계산하자는 것이고, 법원은 대부분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즉, 그동안 자본은 싼값에 시간외 일을 노동자에게 시켰다는 것이고, 시간외 일이 적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앓은 소리를 해도 법원의 판결은 쉽게 변하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자본은 싼값에 썼던 해당 시간외 일비를 당연히 지불해야 할 것이다. 결국, 자본이 시간외 노동을 시키지 않으면 통상임금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시간외 노동을 시키는 만큼 일상 노동시간에 노동자를 고용하면 통상임금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다. 실 노동시간의 단축은 통상임금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럼에도 자본이 앓은 소리를 하는 것은 앞으로도 싼값에 시간외 노동을 시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본은 노동시간 단축은 비용의 부담을 낳을 것이라는 뻔한 항변을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위기가 진정 고용의 고비용(?) 부담 때문인지, 아니면 투기와 그로 인한 거품 때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내수 진작을 늘 이야기 하지만, 내수는 어떻게 진작되는지 그 연결고리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들이 여전히 8시간제의 관념과 문화에 속박되어 있다면 자본이 쳐놓은 판 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고용률과 행복한 국민이 고민이라고? 통상임금 때문에 골치 아프다고? 그렇다면 우리 노동자는 노동시간부터 줄이자고 댓거리하자. 8시간 노동제를 이제 그만하자고, 이것이 대안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하자. 노동시간이 노동문제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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