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 활동가 운동장] 발로 뛸수록 현장 안전과 행복 지수는 커져간다

일터기사

발로 뛸수록 현장 안전과 행복 지수는 커져간다

김경호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 노동안전부장)

교육하며 시작한 노동안전보건 활동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에서 노조 활동을 시작함과 동시에 노동안전사업을 맡게 된 지 3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이지만, 노안 활동가라는 타이틀은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진다. 노동안전 사업을 하려면 당연히 현장을 잘 알아야 한다는 말에 직종별 공정 영상이나 산업안전보건법 책을 뒤져 보기도 하고 당장 현장에서 부대껴 보자라는 생각도 하기도 했다.
일천한 지식과 경험으로 시작하다 보니 시작부터 난감했지만 다행히 현장 조직력이 튼튼한 지부라서 활동할 수 있는 장은 마련이 되어 있었다. 그저 나 스스로 준비가 되고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하면 되었다. 본격적인 현장 활동을 통해 공정별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작업장 안전 환경은 구축되었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현장의 소리도 들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건설현장에서는 원청에서 진행하는 안전교육이 있지만 자체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과반수의 조합원이 안전교육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답을 하니 우리 식의 안전교육, 우리의 관점으로 보는 현장의 노동안전보건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안전보건은 원체 내용도 방대하고, 일단 교육이라는 형식에 대한 부담과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거리감을 두는 문제가 있었다. 또 장소 역시 빔 프로젝트를 사용할 수 있는 교육장이 있는 현장으로 한정되었다. 그래서 교육장이 따로 없는 중소규모의 현장은 괘도를 사용하여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준비도 했다.
심드렁한 표정과 피곤에 절은 표정이기는 하지만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서 진행하는 안전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 하는 분위기 속에서 수차례의 현장교육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안전보건 활동은 현장 팀장, 간부 등 이런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현장을 만드는 것은 조합원 누구나 자신의 노동 현장에서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바꿔나갈 수 있다는 주체성을 갖게 하고 싶었다. 또한 노동조합과 현장 조합원들간의 대면 접촉을 통해 신뢰관계를 높여 나가는 것. 바로 노동안전보건활동으로 조합원들이 부울경건설지부로의 소속감을 높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 바꿔갈 현장
건설지부는 타 산업과는 달리 곳곳에 수많은 현장이 있어서 각각의 다른 공정과 가시설/형틀목수/철근/타설/비계/해체정리/석공/내장 등의 영역까지 다양한 직종이 분포해 있다. 건설공사 과정이 영역별 역할이 뚜렷하고 공정이 서로 맞물려 있는 있는지라 서로간의 협업 속에서 각각의 안전이 담보되어야 하는 곳이다. 그렇지만 원청의 공사기간 단축 압박에 따른 무리한 작업 일정으로 안전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들이 만연하다 보니 크고 작은 재해 사고들이 무수히 발생하고 있으며, 건설업의 중대재해 사고는 전 산업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일상적인 현장순회 안전점검 활동을 통한 조치로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려 한다. 또 각 직종별 사고 사례를 드러내고, 중대재해 발생 시 대응 매뉴얼 등을 조합원 안전 교육 실시를 통해 안내하면서 발로 뛰는 노안 활동을 하고 있다.
눈에 띄게 성과가 바로 나오는 영역이 아니라서 활동이 그렇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또한 실제 작업장에서의 현실적인 상황과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원칙적인 대응에서도 부분적인 마찰은 있다. 하지만 노안 활동가가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현장에서의 안전과 우리의 행복 지수는 점차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현장별 산업안전보건위원회(또는 노사협의체) 운영 참여와 노동조합 내 노동안전보건 일꾼 모임을 구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일상적인 노동안전 활동을 통해 지금의 건설노조 탄압을 뚫고 현장에서 건설노조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할 수 있게 해보겠다.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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