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알아보자 LAW동건강] – 육아전선 이상없다?

일터기사

육아전선 이상없다?

박경환(회원, 노무사)

한국은 노동자가 자녀를 키우기 좋은 국가일까. 자녀를 키우기 좋은 나라란 어떤 나라를 말하는 것일까.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일하는 노동자 관점에서 노동과 육아가 양립할 수 있어야 하며, 육아를 하더라도 노동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률 OECD 꼴찌
그러나 한국은 OECD 19개국 중 “육아휴직 사용률 꼴찌”로 노동자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매우 저조하다. 2021년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1) 에 따르면 한국은 1987년 육아휴직 도입 이후 육아휴직 사용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2019년 기준 육아휴직 대상자 31만 9천여 명 2)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노동자는 6만 8천여 명으로 21.6%밖에 되지 않으며,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분할 사용 포함)는 여성 21.4명, 남성 1.3명밖에 되지 않는다. OECD 평균이 여성 118.2명, 남성 43.4명인 점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치다.

육아휴직 사용으로 다양한 불이익에 노출된 엄마 아빠들
한국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이 저조한 이유는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대가’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육아휴직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를 금지하고 있으나, 회사는 위법과 합법의 경계를 줄타기하며 불이익 처우를 하고 있다.
언론기사나 상담 등 사례를 통해 살펴본 결과 육아휴직자에 대한 회사의 불이익 처우는 몇 가지로 유형화된다. 우선 육아휴직을 신청한 노동자에게, 사용을 허용하면서도 육아휴직 후 자발적으로 퇴사하게 하는 형태가 흔하다. 승진·승급에서 불이익을 주는 형태도 있다. 이 경우 근속기간에 따라 자동 승진·승급되어야 함에도 육아휴직을 이유로 탈락하였다면 불이익으로 봐야 하지만, ‘일정한 평가’를 이유로 승진·승급을 진행했다며 ‘불이익 처우’가 아니라는 경우가 많다.
육아휴직 종료 후 동일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업무에 복직시키지 않는 예도 있다. 법에서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간단히 규정하고 있기에, 어떤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인지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인지 모호하다. 이에 회사는 겉으로는 육아휴직 복귀자를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직시킨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업무배제의 불이익을 가한다. 복직 후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육아휴직 사용을 망설이게 한다. 이하에서 살펴보게 될 판례도 유사한 상황이었다.

휴직 전과 동일 업무,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 판단 기준
대법원3)은 육아휴직 복직자에게 휴직 전 직책보다 낮은 직책을 부여한 사안에서 휴직전과 동일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에 복귀시킨 것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4조, 제5조, 제19조 제1항, 제3항, 제4항의 문언, 체계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사업주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4항에 따라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를 복귀시키면서 부여한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려면,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 내용뿐만 아니라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도 아울러 고려하여, 휴직 전 담당 업무와 복귀 후의 담당 업무를 비교할 때 그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 만약 휴직기간 중 발생한 조직체계나 근로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사업주가 ‘같은 업무’로 복귀시키는 대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하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사업주가 위와 같은 책무를 다하였는지는 근로환경의 변화나 조직의 재편 등으로 인하여 다른 직무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 여부 및 정도,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이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인지,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 불이익이 있는지 여부 및 정도, 대체 직무를 수행하게 됨에 따라 기존에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이익이 박탈되는지 여부 및 정도, 동등하거나 더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기 위하여 휴직 또는 복직 전에 사전 협의 기타 필요한 노력을 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안의 노동자는 1999년 사원으로 입사 후 2011년 대리로 승진하였고, 지점에서 매니저 직책을 부여받았다. 그 후 6개월가량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직하였으나, 회사는 매니저 직책을 수행하는 대체 근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해당 노동자를 매니저 직책에서 두 단계 낮은 ‘담당’ 직책으로 인사 발령하였다. 회사는 매니저 업무는 본래 과장 직급이 수행해야 할 업무였기 때문에 대리직급인 해당 노동자는 담당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에 해당 노동자는 부당전직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위 법리를 바탕으로, 매니저는 지점 운영 전반을 총괄 및 평가 권한을 가진 반면 담당은 제품의 발주·입점·진열·판매·처분 업무를 담당할 뿐이고 평가 권한도 없으며, 매니저 중 대리 직급자의 비중이 상당하고 대리직급의 매니저 재직 기간도 상당 기간 보장되는 점 등을 근거로 매니저 직책이 대리직급의 노동자들에게 임시적·시혜적으로 부여된 것이 아니므로 복직 전후의 업무가 같은 업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같은 임금 수준인 직무를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법리와 같이 임금 외 다른 사항들도 검토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이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위 판례는 휴직 전후 업무를 비교할 때 임금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항을 비교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여 ‘같은’ 돈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자본의 논리가 잘못된 것임을 일깨워준다. 이러한 원칙이 모든 사업장에 온전히 반영되어, 노동자들이 망설임 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이 육아휴직 사용률 꼴찌라는 오명을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1) 국회입법조사처, 「육아 패널티의 현실,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을 위한 개선 과제」, 2021
2) 만 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3) 대법원 2022.6.30. 선고 2017두7600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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